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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 이건 꼭 보자! 대선 전 챙겨볼 영화들

[두뼘토크] 조경이 '26년' Vs. 이선필 '남영동 1985'

12.12.06 11:06최종업데이트12.12.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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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을 앞두고 사진촬영를 하기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선필 (이하 '필') : 선배 지난 4일 대선후보토론회 봤어요? 정말 흥미진진했지요.
조경이 (이하 '조') : 봤어. 월드컵보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더라. 이정희 후보의 날카롭고도 숨 쉴 틈 없는 박근혜 후보 몰아붙이기. 대박. 놀라웠어.
필 :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거품 물고 다들 나서는데, 이거 뭐 투표만 하는 것도 영 심심해요. 마침 요즘 개봉한 영화들 보면 단순한 재미만 추구하기보다 의미도 챙긴 작품들이 꽤 많은데 선거 전에 이런 영화들 보면서 뒤 좀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조 :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대선 전에 챙겨봐야 할 영화'를 지금 하고 있는 거 아니겠니? 영화도 보면서, 대선 후보들의 과거사를 다시 곱씹어볼 기회도 얻고 두루두루 좋은 듯하다.

영화 <26년>에서 '그 사람'을 연기한 배우 장광 ⓒ 청어람


필 : 후후후. 전, 선배가 어떤 영화를 꼽을지 몹시 궁금하네요. 올해 감독으로 데뷔한 선배. 베니스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두루 출품하신 안목으로 영화 하나 꼽아주시죠.
조 : 갑자기 뜬금없는 소개가 당황스럽구나. 난 월요일에 관객들과 함께 본 영화 <26년>을 꼽고 싶어. 영화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연기가 와 닿았어. 가슴 속에 다들 한가득 불꽃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진심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더라고.
필 : 폭풍 눈물 쏟았나요?
조 : 눈물은 쏟지 않았는데, 당시에 직접 겪지 않아 무심했던 사건들에 '피해자는 평생 가슴에 한으로 남았고, 가해자는 그걸 또 모른 채 살아가는구나'를 느꼈지. 과거사는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거였어. 또 청산해야만 하는 일들은 청산해야겠다는 등 그런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들었어.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계속되는 역사 한가운데 있는 거였지. 무심했던 부분들을 다시 깨닫고 반성도 하고….

영화 <26년> ⓒ 청어람


필 : 출연 배우들이 '기억에 대한 영화'라고 입을 모았고, <26년>의 제작과정 자체가 또 한 편의 영화잖아요. 4년간 여러 압력을 받기도 했고. 재미와 의미 면에서 둘 다 놓치지 않으려는 작품이기에 저도 공감합니다.
조 : 진구와 한혜진한테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 특히 진구는 꽤 많은 작품을 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 그동안의 부진함을 싹 쓸어버린 거 같아. 열정과 진심이 버무려져서 정말 속 시원하게 연기를 펼쳤어. 한혜진은 <용서는 없다> 이후 2년 만에 주연을 맡았고 스크린에 잘 보이지 않았던 배우인데, 너무 똑 부러지게 잘 해내서 놀라웠어.

필 : 그렇군요. 두 분 다 호감! 전 보다 진중했던 <남영동 1985>를 꼽겠습니다. 개봉 이후에 상영관이 많이 줄어 아쉽긴 한데, 이것 역시 의미만 강조한 게 아닌 영화적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조 : <남영동>은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과 박원상 씨가 함께 했는데, 전작보다 더 임팩트와 전개가 좋았던 것 같아. <돈크라이 마미><MB의 추억><두개의 문> 등의 작품도 많은데 <남영동>을 특별히  꼽은 이유는 뭐야?

<남영동1985> 스틸. ⓒ 아우라 픽쳐스


필 : 우선 가장 최근 개봉작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청산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를 짚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영화들은 비교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고, 일어나는 과정인데 1980년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폭력에 대해선 케케묵은 이야기라며 꺼리잖아요. 영화적 재미, 그러니까 배우들의 연기와 장면 구성도 좋았고 의미 역시 둘 수 있는 작품이기에 추천!
조 : 그러게 말이야. 영화 속에서 고문기술자가 나오잖아. 그 고문기술자도 문제지만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정부가 더 지독한 거 같아. 박원상씨 연기를 보면서도, 끔찍한 고문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말로만 고문당했다가 아니라 수십 시간의 고문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힘들기도 했어. 하지만 이것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인 것은 분명한 듯해.

<남영동1985> 스틸. ⓒ 아우라 픽쳐스


필 : 보이지 않는 권력 앞에선 우리는 모두 그냥 사람일 뿐이니까요. 4억 5천만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낸 정지영 감독님의 뚝심도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들의 흥행과 함께 국내 영화를 힘 있게 하는 건 이런 저예산 영화들의 부활이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패닉룸> <폰부스> 등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어요. 제한된 공간에서 매우 다양한 앵글로 상황을 담아낸 정지영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할 수 있는 부분이죠.
조 : 그러게 한정된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쉼 없이 관객들에게 충격을 전하니까요. 이번 영화로 박원상이라는 배우도 다시 날개를 달아 더 인정받고 비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 : 선거 전 볼 영화를 얘기하느라 그런지 저희 얘기도 진지해져 가네요. 영화보고 투표하면 딱이겠습니다. 개표방송 보면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실까요?
조 : 치사하자(치킨+사이다). 알면서 놀리냐?! '대선 전에 봐야할 영화'는 여기까지! '대선 후에 봐야 할 상콤한 영화'는 이언혁과 다음 주말에 맞춰서 써주도록!

26년 남영동 남영동 1985 한혜진 박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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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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