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열렸던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한 허진호 감독.
이정민
영화와 감독의 상관관계를 논하자면 허진호 감독은 자신과 가장 닮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 중 한 명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호우시절>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면 아련해지는 마음 한구석을 어찌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영화 2012년 <위험한 관계>를 내놓았다. 이미 지난 5월 칸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국내에서도 상영하고 있다. 중국 자본으로 제작돼 사실상 중국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데다, 워낙 한국 영화가 흥행한 탓에 많은 관객과 만나진 못했지만 허진호 감독을 떠올린다면 올겨울 <위험한 관계>를 그냥 지나치긴 어려울 것이다.
변화 갈망했던 허진호 감독, "영화 3편을 찍은 느낌"인터뷰 당시 허진호 감독은 "<위험한 관계>를 찍고 나니 한꺼번에 영화 3편을 찍은 느낌"이라 설명했다. 장백지, 장쯔이, 장동건을 데리고 대규모 자본으로, 그것도 해외 로케이션으로 찍었으니 피로감이 클 법했다.
그간 중저예산의 작품을 통해 멜로 영역에서 마니아층을 확보한 허진호 감독은 <위험한 관계>로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음을 강조했다. 큰 규모에서 멋진 배우와 제대로 판을 벌여보자는 심산이었다. 이미 수차례 리메이크된 엄가령 작가의 소설을 허진호식으로 푸는 것 또한 숙제였다.
"변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있었어요. 원작이 있고 규모가 큰 판에서 인물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었어요. 도전이었죠. 제가 보통 작업하는 방식이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 방식을 깼어요. 컷 수를 늘리고 공간 자체를 세트로 가져왔어요. 그간 세트를 찍어본 적이 없어 인공적 세트가 낯설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선 촬영감독에게 많이 기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