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무한도전> 300회를 앞두고 고민해야할 지점

[주장] 최대 강점이었던 팬들과의 '정서의 공유'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않기를

12.10.02 10:55최종업데이트12.10.02 10:58
원고료로 응원
무한도전의 멤버들 무한도전이 300회를 앞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서의 공유'지 '실제의 친목'이 아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무한도전이 300회를 앞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서의 공유'지 '실제의 친목'이 아니다.MBC

▲ 하차선언과 녹화취소, 그리고 다급한 복귀

<무한도전>이 논란 끝에 하차선언을 번복한 길과 함께 29일 촬영을 개시했다. 이제 <슈퍼7 콘서트> 취소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고 길의 재합류에 대한 의견만이 분분한 상태다.

그 혼란의 와중에 지난달 22일 방영분에서 '훌리건으로 변한 팬클럽'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김태호PD는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여태의 <무한도전>의 자막은 시의적절한 사회풍자, 비판 등을 담아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일이 멤버들과 제작진,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 것인 만큼 그러한 종류의 자막은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 약속에 대한 책임이 필요했다

길과 개리가 예능하차선언을 한 것도 콘서트를 취소하는 과정만큼이나 충동적이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제작진이 녹화를 취소하면서까지 복귀시키려 애쓰는 과정은 좀 납득하기 힘들다는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 충동의 진의에 대해서는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합류시키려는 제작진의 분명한 의지가 있었다면 '꼭 돌아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몇 주간의 자숙기간이라도 주었어야 했다.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게 된 멤버들과 팬들 사이에 완충지대를 두는 것이다. 어제 한 약속을 오늘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정치판만으로도 족하다. 악의는 아니었을지라도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꼭 필요했다.

 국내팀의 '무도스타일'과 북경팀의 '북경스타일'
국내팀의 '무도스타일'과 북경팀의 '북경스타일' MBC 화면캡처

▲ <무도>는 정서로서의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야

이번 일은 멤버들과 더불어 팬들도 마음을 많이 다친 일이었지만 인간적으로 용서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멤버들은 일처리에 미숙했고 충동적이었으며 일부 팬들은 너무나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숨 가쁘게 몰아친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길의 '약속의 번복'이 조건이 되었던 녹화취소는 무리수라 볼 수밖에 없었다.

여태의 <무도>는 시청자들에게는 감정이입, 대리만족의 장이었다. 야유회, 추격전을 하거나 '명수는 12살'같은 콩트에서도 시청자들을 각 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멤버들과 팬들의 정서의 공유라는 점이었다. 그 점은 다른 예능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무도만의 영역이었다.

매년 무도관련 행사와 상품판매에는 엄청난 팬들이 몰렸고, 그 자료들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역사가 되었다. 레슬링장에서, 사진전에서, 그리고 매 해의 달력에 새겨진 역사는 지금까지는 모두의 자부심이었다. 멤버들이 서로에게 때로는 막말을 할지라도 그 저변에 가족과 같은 따스함이 있다는 믿음은 무한도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친목'이 공적 공간에 들어오면 시청자들은 불편해진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길의 복귀과정에서 '우리는 가족이다'라며 매달리듯 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예다. 책임져야 할 일을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무한용서를 하는 것은 자칫 가족이기주의라 비춰질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제 <무한도전>의 녹화가 재개되었다. 일곱명의 멤버들은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곧 역사적인 300회도 맞이하게 된다. 자막이나 방송의 방향 등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적극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은 강자다. 일방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청자들은 일견 소극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무한도전>이 여태의 최대 강점이었던 팬들과의 '정서의 공유'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않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무한도전 MBC 300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