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병헌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막바지 홍보일정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영화 개봉일(13일)을 앞두고 2주간 인터뷰며 무대인사며 소화하는 일정은 톱 배우 이병헌이라도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레드2> 촬영 일정으로 <광해: 왕이된 남자>(이하 '광해') 개봉 직전 출국을 해야 했기에 그만큼 빡빡한 일정이었다. 제대로 된 식사보단 최근엔 틈틈이 김밥을 먹으며 지냈다지만 이병헌의 근육은 '화가 나 있었다' 진짜 프로란 이런 걸까.
영화에 대한 그만의 애정이 느껴졌다. 언론 시사를 통해 호평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 첫 사극에 그것도 1인 2역이었으니 특별할만했다.
물어보니 역시나 전주 이씨였다. 뼈대 있는 왕손의 혈족에 비하자면 인터뷰어는 인천 이씨다. 그에게 <광해>에 등장하는 허균과 한 핏줄이라며 족보를 들이댔다. 약 400년을 거쳐 만난 광해군과 허균의 조합이라며 설레발도 칠 뻔도 했지만 꾹 참았다. 뼈대 있는 가문은 함부로 경거망동 하는 게 아니니까.
인간 이병헌은? 근엄한 광해보단 익살맞고 생동감 있는 하선이병헌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준비하면서 나름 역사 공부를 했단다. 그가 바라본 조선 광해군 시대는 '슬픈 역사'였다. 조선시대 연산군과 함께 폭군으로 기록된 반쪽 자리 왕이었지만 그의 정치와 외교력은 후대를 통해 재조명되는 부분도 있었다.
"기록상 폭군인데 또 훌륭한 업적이 있었어요. 뭔가 이중적이지 않나요? 영화에서 광해가 몸을 피해 있는 동안 그와 닮은 하선(이병헌의 또 다른 역)이 15일 동안 궁에서 펼친 일이 실제 역사에서 광해군의 업적이에요. 두 인물을 합친 게 실제 광해인 거죠. 영화에선 오히려 광해를 할 땐 폭군적인 면을 강조했고, 하선은 그 안에서 뛰어놀게끔 했어요."평소의 이병헌은 광해보단 하선에 가깝다고 했다. 그의 장난기 어린 유쾌한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해학을 안겼던 광대 하선이 떠오를 법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를 아는 지인들은 하선보단 광해를 연기할 때 더 멋있었다고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