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안철수SBS
지난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게스트에 출연하기 전까지 보통 대중들에게 안철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성공한 사업가로만 인식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만 진학할 수 있다는 서울대 의대를 다녔으니, 안철수도 여느 수재들과 마찬가지로 학업에만 전념했던 순탄한 길을 걸었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때만해도 반에서 중간 등수를 기록하던 보통 학생이었다. 지난 23일 방영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 를 통해서도 공개된 그의 어린 시절은 보통 대한민국 수재들과는 다소 특별해보였다.
책상에 파묻혀 공부에만 전념하는 대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소년 안철수는 책 읽는 법도 남달랐다. 책의 줄거리와 내용만을 파악하기보다 책 속의 인물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면서 독서를 하던 소년은 훗날 자기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도 'Empathy(감정 이입, 동감, 이해)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단순 책을 통해서만 정확한 해답을 얻기보다 직접 세상 속에 뛰어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길을 얻게 된 안철수는 훗날 의사에서 사업가로 변신하고, 다시 대학 교수에서 시대의 멘토로 급부상하는 다양한 선택기로에서도 주위 사람들의 눈이 아닌 자기는 물론 세상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
안철수가 50년 살아오면서 이뤄낸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 역시도 숱한 좌절과 시련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하던 흔적의 세월이 있었다. 그리고 그간 다량의 독서와 끊임없는 삶에 대한 도전과 의문제기 과정을 통해 해법을 찾는 그는, 과거 자신이 겪은 고통 그 이상으로 좌절의 늪에 빠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비교적 자유로웠던 학창시절을 보낸 안철수와 달리, 불행히도 현 우리 사회의 여건은 청년들의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조차 방해한다. 학벌, 스펙이 좋아야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서 대다수 청년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가 무엇인지 제대로 각인조차 못한 채 어른들이 정해준 소위 좋은 직장을 꿰차기 위해 스펙 쌓기에 전념한다.
안철수 정치입문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물어보는 MC들의 질문에 안철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결국은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
그리고 안철수는 KAIST 대학 교수 재직 시절 보아왔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저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공부하고 전공을 결정했으나 결국은 훗날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에 불행해지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한 안철수는 "자기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한 고비에 자기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 절망에 빠진 청년들과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주고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해주는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보다 남다른 소수 능력자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며 남들보다 더 높은 학벌과 스펙을 쌓지 못한 대다수 청년들을 '나약하다'고 질책할 뿐이다.
그래서 대다수 학생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스펙을 쌓으면 된다는 한 줄기 희망을 품고 비슷한 꿈을 품은 또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청년들은 자꾸만 남이 쌓은 스펙과 성적과 자신이 쌓은 결과를 비교하게 되고, 학생들은 남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더욱 '경쟁'의 '경쟁'에 몰입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아 열매를 독식하는 이는 소수일 뿐, 대다수는 '낙오자' 혹은 '실패자'라는 자괴감에 더 깊은 열등의식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불행한 현실을 반영하듯, 현재 대한민국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다투고,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저점을 기록한다.
이와 같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철수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둘째 힘들 때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그간 이룬 성과를 보며 용기를 내자. 셋째 단기계획을 세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추가로 안철수는 좋은 인재상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사람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타인을 인정하고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상. 그동안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뻔한 상식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소홀히 해왔던 터라 소통과 화합이 어려운 현 대한민국에서는 필히 귀담아 새겨야할 명언이기도 하다.
안철수의 출마 선언 여부를 두고 방영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힐링 캠프-안철수 편>.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안철수에게 주목해야할 것은, 그의 대선 출마 여부와 그가 이룬 화려한 결과보다도, 지금 살고 있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상식적인 삶을 살았던 안철수의 현재 진행형 '과정'이었다.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들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시간 남짓 방영한 상식파 안철수의 인생, 사회관은 승자독식과 좌우 대립에 사로잡혀 지나친 경쟁으로 무장한 이 나라의 교육 현장과 사회에 강렬한 물음표를 제기한다.
한편 지난 23일 방영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안철수 편>은 게스트 안철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지난주 고소영 편보다 6.8% 상승한 18.7%(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전국 기준)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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