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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허탕> 장진 감독 "이세은은 0.5초 배우...믿는다"

[공연현장]부조리극 <허탕>..."쉽지 않은 창작연극, 추측은 관객 몫"

12.06.22 14:10최종업데이트12.06.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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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탕> 프레스콜 파이팅을 외치는 배우 김원해와 이철민, 김대령과 이진오, 이세은과 송유현 ⓒ 박정환


21일 오후 2시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장진 감독이 연출하는 연극 <허탕>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전막 시연에는 배우 김원해, 김대령, 송유현이 출연했으며 공동 인터뷰에는 장진 감독 및 배우 김원해와 이철민, 김대령과 이진오, 이세은과 송유현이 참석했다.

이날 장진 감독은 작품 <허탕>에 대해 "관객이 (수정을) 원한다고 해서 작품을 수정한다는 건 햄릿을 써놓고, 햄릿을 (관객의 입맛에 맞게) 코미디로 바꾸는 것과 똑같다. 작가가 이 희곡을 이렇게 썼다고 한다면 희곡을 훼손하지 않고 무대에 올리는 것이 맞다. (원본) 텍스트를 건드려서 러닝타임을 조절할 생각은 없다. 드러내거나 생략, 압축할 생각은 없다."고 대본 자체를 수정하는 연출은 피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허탕>은 부조리극이다. 부조리극이라는 연극의 형식에 대해 장진 감독은 "많은 관객이 부조리극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다. 대한민국 창작 연극에서 부조리극을 다룬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연극에 대한) 수많은 추측은 관객의 몫이다.

▲ <허탕> 프레스콜 질문에 답변하는 장진 감독 ⓒ 박정환


이 작품이 쓰일 91~92년만 하더라도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하던 시기다. 창작자로서는 정확한 인과 관계를 제시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창작자가 70퍼센트 내지 80 퍼센트를 만들고 나머지 20 내지 30퍼센트를 관객이 만드는 것이 당시의 트렌드였다. 관객이 상상하고 싶은 결말이 이 작품의 결말일 수 있다"고 연극의 열린 결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연출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우뚝 서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이 주는 재화에 안주하는 사람은 지배를 받는다. 이 작품에서 목적적인 메시지를 주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고 작가로서 작품을 설명했다.

장진 감독이 이번 작품을 제안했을 때 이세은은 "워낙에 개인적으로 (장진 감독의) 팬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0.5초도 기다리지 않고 '네, 하겠습니다'고 말할 정도로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배우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 될 수가 있는데 (장진) 감독이 잘 이끌어주셔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고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 <허탕> 프레스콜 인터뷰에 답변하는 배우 이세은 ⓒ 박정환


장진 감독은 이번 작품을 원캐스트로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매체 통합의 시대여서 배우들이 연극 외 매체에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니까 원캐스트로 한 달 이상 공연하기 힘든 시기가 됐다. 나로서는 이게 힘들었다. 연습량도 두 배가 되고, 한 배우와 가져야 할 집중력도 분산되기에 원캐스트로 가려다가 더블캐스트로 가게 되었다"고 더블캐스트에 대한 아쉬운 심경을 밝혔다.

장진 감독은 "더블캐스트로 가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사람이 이세은이었다. 저(장진)는 이세은을 꼬마 때부터 보아왔다. (이세은을) 매체 배우, 드라마 배우로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보았을 때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깊이감이 보였다. (더블캐스트로) 결정 나자마자 이세은이 떠올랐다. 그래서 공연을 같이 하게 됐다."고 이세은을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했다.

장진 감독은 더불어 "13년 만에 (작품을) 올린 것에 대해 큰 이유는 없다. 신작을 써야지,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응이 안 된다. 작년 2월에 새 작품이 나왔기에 <리턴 투 햄릿><서툰 사람들><허탕> 이렇게 세 작품을 할 수 있었다"고 했던 작품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못했다.

이번 <허탕>이 예전과 비해 달라진 점에 대해 장진 감독은 "이 작품은 절대적으로 배우가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이전 배우들도 훌륭하고 활력이 넘치는 배우지만 지금 이 배우들이 만드는 컬러는 이 배우들만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세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힘으로 연출이나 무대의 차이보다는 배우가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는 연극 <허탕>은 더블캐스팅으로 이루어진다. 고참죄수는 김원해와 이철민이, 신참죄수는 김대령과 이진오가, 여자죄수는 이세은과 송유현이 맡는다. 지난 15일에 개막한 <허탕>은 9월 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 <허탕> 프레스콜 장진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배우 이진오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답변하자 웃음바다가 되는 인터뷰 현장 ⓒ 박정환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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