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김성근과 김경문, '양김'의 뜨거운 대결

사제지간에서 감독으로 이어진 라이벌전... 창원 마산야구장을 달구다

12.06.18 09:27최종업데이트12.06.18 09:27
원고료로 응원
6월 15일(금)부터 17일(일)까지 창원마산야구장에서 3일간 열린 NC 다이노스와 고양 원더스의 경기는 2군 퓨처스 팀과 독립구단의 대결임에도 팬들의 관심사였다.

왜 그랬을까?

보통은 특정 선수나 팀 간의 상성 때문에 주목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은 달랐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감독인 김경문 감독과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두산과 SK를 떠난 이후 근 1년 반 만에 공식 경기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로 시작된 인연


김성근과 김경문, '양 김'의 맞대결이 이토록 관심을 끈 이유는 분명 있었다. 라이벌 감독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맺어진 인연 때문이다.

두 감독의 인연은 1984년 스승과 제자로 프로 초창기 OB에서부터 시작됐다. 묘하게 프로야구 원년(1982년) OB의 투수 코치였던 김성근 감독이 1984년 OB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 이후 김경문 감독이 3년 동안 허리 디스크에 시달렸고, 그 사이 OB의 주전 포수는 조범현 전 KIA 감독의 몫이었다. 물론 1987년부터는 다시 허리 디스크에서 완쾌한 김경문 감독이 주전 마스크를 꿰찼지만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선수의 관계는 좋을 수 없었다.

물론 감독이 선수를 기용하는 데 있어서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를 이겨내면서까지 프로 생활을 이어간 '독종' 김경문 감독에게 김성근 감독은 결코 궁합이 맞는 스승은 아니었던 셈이다.

"왜 아웃이냐!" 김성근 감독이 2루심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 "왜 아웃이냐!" 김성근 감독이 2루심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 서민석


사령탑으로 평팽했던 기싸움

감독과 제자로 썩 좋지만은 않았던 인연을 가진 두 감독은 SK와 두산의 사령탑을 맡고서도 맞대결을 이어갔다. OB-삼성-쌍방울-LG 등을 거치다가 기어이 SK에서 자신의 야구를 꽃피운 김성근 감독이나 두산에서만 김인식 감독의 후임으로 8년 동안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 모두 자신의 색깔이 확실했다.

게다가 큰 경기에서 유독 두 감독은 자주 만났다. 김경문 감독은 2007,2008 두 시즌 연속 한국 시리즈 원정에서 1승과 2승을 거두고도 내리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SK에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2009년 역시 결과는 3승2패로 SK가 KS 티켓을 따냈다(참고로 당시 한국 시리즈 우승은 KIA 타이거즈였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의 신화로 한국 야구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고도 프로 무대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큰 경기마다 김성근 감독이 완성을 거두었지만 결코 어떤 이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았다. 바로 일본식으로 대변되는 관리형 야구와 미국식으로 대변되는 자율형 야구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SK에서 여러 번 우승을 일군 김성근 감독의 야구도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김경문 감독의 화끈한 야구 역시 팬들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 감독 중 어떤 야구 스타일이 답이라고 쉽게 결정 지을 수 없는 대목이다.

주목해볼 것은 감독 시절, 두 감독이 일군 업적에 비해 비난도 많았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경우는 오직 승리에만 집착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데다 선수들의 자율보다는 기계 같은 관리야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경문 감독 역시 한국 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무관'의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현재 두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음에도, 야구팬들의 관심을 끈 건 그만큼 양 김이 남긴 흔적이 컸기 때문이다. NC의 경우는 두 번의 트라이아웃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기회를 얻은 선수들이 주축이고 고양 역시 그런 기회도 잡지 못한 이들이 야구 선수로의 마지막 기회로 잡은 터라 절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1군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두 감독의 능력과 카리스마가 역설적으로 두 팀에게 필요했던 셈이다.

"고바야시 힘내" 위기 상황이 되자 일본인 투수 고바야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성근 감독

▲ "고바야시 힘내" 위기 상황이 되자 일본인 투수 고바야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성근 감독 ⓒ 서민석


한여름의 태양만큼 뜨거웠던 3연전

NC와 고양의 맞대결은 냉정하게 봐서 NC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은 독립구단인데다 간간이 퓨쳐스리그 교류전으로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NC는 아무래도 1군 진입을 목표로 갖고 있고 나성범-노성호-정성기-이재학 등 충분히 1군에서도 통할 선수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2연패를 당하고 있던 김성근 감독은 4회 무사 1루에서 1루 주자 이승재의 유격수 수비 방해로 더블 아웃이 선언되자 직접 2루수에게 가서 항의를 할 만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 역시 16일 경기에서 명백한 세이프를 아웃으로 판정하자 주심에게 걸어가 항의하며 판정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3연전은 NC 김경문 감독의 2승1패 승리로 끝났지만, 적재적소에 작전과 투수교체로 약한 전력을 최소화한 김성근 감독의 열정 역시 빛났다.

김성근 김경문 NC 다이노스 고양 원더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