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활을 잘 쏴서 오랫동안 팀에 남고 싶었어요."소속팀 선배들로부터 수차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운동을 그만두기로 한 김아무개 선수(18, 인천광역시 계양구청)는 "국가대표도 하고 올림픽 금메달도 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들의 폭행과 감시에서 벗어난 지금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담배 20개비 입에 물리고 불 붙였다).김 선수는 지난 4월 30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그동안 선배들에게 받은 가혹행위를 털어놨다. "담배 20개비를 한꺼번에 물린 뒤 불을 붙이고, 식칼로 위협"한 것 외에도 더 있었다.빗자루로, 주먹으로 맞고 '말'로도 맞았다계양구청 양궁팀에서 막내인 김 선수는 양궁장 청소 담당이었다. 3월 말이었다. 하루는 머리가 아파서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이를 본 A선배는 김 선수에게 "청소하기 싫으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답했지만, 두통 탓에 또 인상을 쓰고 말았다. 김 선수는 "갑자기 내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빼앗아 때렸다. 안 맞으려고 팔을 올리자 내리라고 한 뒤 계속 폭행했다. 선배는 또 주먹으로 명치를 여러 번 가격했다"고 말했다. "6개월 뒤에 나갈 거니까 사고치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는 말도 들었다. 어느 날 B선배는 "얘기 좀 하자"며 "자꾸 혼자 노는데 형들이 싫어할 수 있으니까 그러지 마라"고 했다. "너는 활을 잘 쏴서 온 게 아니라, 고등학교 코치님 부탁 덕분에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윗선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으니까 김아무개를 더 만만하게 보고 괴롭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오래 전에 부모님은 이혼했고, 김 선수의 아버지는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할머니(69)는 매일 새벽 거리에서 김밥을 팔아 김 선수와 누나, 남동생을 뒷바라지했다. B선배는 김 선수의 집안사정을 가리키며 "네 가족들이 힘이 있냐, 빽이 있냐"는 말도 했다. 그의 가족들이 모두 거짓말쟁이라고도 했다. '거짓말 할 수 있다'며 김 선수가 가족과 통화할 때는 스피커폰을 쓰도록 강요했다.@IMG@김 선수는 지난달 29일 숙소를 나온 후 가족들에게 "나한테 욕하는 건 괜찮은데, 가족을 욕하는 건 참기 힘들었다"며 그동안 가혹행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김 선수는 인터뷰에서 "코치님이나 감독님께 알릴 생각은 전혀 안 해봤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아무리 말해도 되돌아오는 답은 '니가 잘못했으니까 참아라'로 똑같을 게 뻔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가끔 '힘들다'는 말로 간접적으로 표현했지만 가족들에게도 "네가 선배들에게 잘하고, 참아라"는 얘기만 들었다. "실업팀 택한 일 후회한다... 대학 간 친구들이 부러웠다"김 선수의 할머니는 "괜히 운동을 시켰나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형편상 학원을 보내기는 어려운데, 그냥 내버려두면 김 선수가 나쁜 길에 들어설까봐 걱정했다. '운동하면 아침부터 늦게까지 학교에 있는다'는 말에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가게 했다. 폭행사실을 안 뒤 할머니는 며칠 동안 장사를 하기는커녕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고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며 양궁으로 종목을 바꾼 김 선수는 시 대표로 뽑혀 지난해 열린 전국대회에서 개인 2위와 단체 3위란 성적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같은 해 인천대가 입학을 제안했지만, 가정 형편 탓에 실업팀행을 결정했다. 김 선수는 이번 일을 겪으며 "실업팀을 택한 일을 많이 후회했다"고 말했다.@IMG@"선배들이 제 입장을 한 번도 헤아려 주지 않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하소연할 사람은 없고, 다른 형들은 '니가 잘못했으니까 (혼나는 게) 당연하다'는 말만 했어요. 대학 가면 과 친구들도 있고, 이야기 많이 하면서 놀 수도 있으니까... 대학 간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어요."김 선수는 당분간 섬에 있는 친척집에서 요양을 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신분상의 조치 취할 것"인천시 계양구청, 사건 진상조사 진행 중인천광역시 계양구청 양궁팀을 담당하는 임태희 실무관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조사 중이며 결과에 따라 해당 선수들에게 신분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분상의 조치'에는 선수단 방출도 포함된다고 했다.임 실무관은 "(김아무개 선수가 가혹행위를 했다고 지목한) 선수들은 폭행의 일부분만 인정했고, 언론에 알려진 담배 등에 있어선 김 선수와 입장차가 있다"며 "해당 선수들에게 경위서를 받아 조사하고, 또 김 선수와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30일~5월 1일 동안 가해자로 꼽힌 계양구청 양궁팀 소속 선수 2명과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3명에게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