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왕세자>를 집필하고 있는 이희명 작가의 전작 <토마토>(1999)
SBS
<해를 품은 달>의 원작자 정은궐의 작품으로 얼마 전 KBS에서 방영된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식(박민영 분)은 '대물'이라는 호를 얻을 정도로 당차게 남자들만의 성균관에 들어가 제몫 이상을 톡톡히 해냈었다. 심지어 각색자 진수완 작가의 또 다른 작품 <경성스캔들>의 차송주(한고은 분)는 열혈 무장 투쟁에 앞장서지 않았던가.
비록 남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여주인공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었다.
순정녀, 캔디의 자리를 차지하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에서 그녀들이 달라졌다.
'해를 품은 달'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주인공 허연우(한가인 분)는 같은 작가의 작품일까 싶을 정도로 수동적이다. 기품 있고 지혜롭지만, 운명의 회오리 안에서 그녀는 그저 휩쓸러 가기만 한다. 성인이 되어 무녀가 되었지만, 훤을 만나 기억을 되찾고 다시 훤의 여자가 될 때까지 그녀가 의지적으로 한 일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더킹 투하츠>의 무시무시한 특수부대 교관 1호 김항아(하지원 분) 동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하지원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나온다는 평가처럼, 그녀는 특수부대 교관이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한 남자의 사랑 혹은 치기에 휘말려 줄곧 상처받고 애달파 하기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