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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의 샐러리캡 인상, 누구를 위한 실행인가?

12.04.24 13:49최종업데이트12.04.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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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KBL 이사회를 통해, 다가오는 2012-2013시즌 샐러리캡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사회 논의 결과 2011-2012시즌의 20억에서 1억 증가한 21억으로 다음 시즌 샐러리캡이 결정됐다. 참고로 2010-2011시즌의 샐러리캡은 19억이었다.

샐러리캡이 증가하는 만큼, 등록 선수들의 1인 평균 연봉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샐러리캡이 18억이었던 2009-2010시즌에는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2191만 원, 19억이었던 2010-2011시즌에는 1억2683만 원, 그리고 20억이었던 이번 시즌에는 1억3381만 원까지 올랐다.

1997년 KBL 출범 당시 10억으로 시작됐던 샐러리캡. 15년 정도가 지난 현재 어느덧 2배를 돌파한 것이다. 그 기간 동안의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1억씩 증가하고 있는 샐러리캡의 증가 추세는 굉장히 빠르다고 느껴진다.

특히 10억의 샐러리캡 안에서 뛰었던 과거 농구대잔치 세대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과연 현재 20억대의 샐러리캡에서 뛰고 있는 현역 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KBL은 왜 계속해서 샐러리캡을 늘려가고 있을까? 단순히 물가상승을 감안해서? 혹은 KBL과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들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위해서?

정확한 이유는 KBL의 이사회만 알겠지만, 아마도 앞에서 언급한 사항들은 KBL이 샐러리캡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것의 진정한 이유가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한 해답은 KBL(프로농구연맹)의 겨울 스포츠 라이벌인 KOVO(한국배구연맹)와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알렉산더 존슨과 크리스 다니엘스 ⓒ KBL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겨울 스포츠를 양분하는 라이벌이다. 서로의 관중 동원과 흥행 등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샐러리캡에 대한 부분 또한 KBL과 KOVO의 경쟁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두 연맹간의 재미 있는 경쟁은 2010-2011시즌부터 본격화 됐다. 2009-2010시즌까지 KOVO의 샐러리캡은 15억이었고, KBL의 샐러리캡은 18억이었다. 무려 '3억'의 갭이 있었다. 그렇지만 KOVO가 2010-2011시즌부터 FA제도를 도입하면서 샐러리캡을 18억5천만 원까지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자 KBL은 위기감을 느끼며 이사회를 통해 2010-2011시즌의 샐러리캡을 19억으로 조정했다.

이후 2011-2012시즌에도 KBL은 20억으로 상향 조정하며 격차를 벌렸고, KOVO가 이번 3월에 열린 이사회를 통해 다음 2012-2013시즌의 샐러리캡을 KBL과 동일한 20억으로 올리자, KBL은 4월 23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다음 시즌의 샐러리캡을 21억으로 조정했다.

어떻게든 샐러리캡 부분에서 KOVO에 밀릴 수 없다는 KBL의 자존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리그의 활성화를 위한 취지보다는, 그저 연맹간의 자존심 대결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샐러리캡'.

계속해서 높아지는 샐러리캡으로 인해 전반적인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지고 있기에, 선수들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그렇지만 그런 만큼 비난의 여지도 점점 커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마다 타 스포츠와 비교해서 프로농구 선수들의 연봉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KBL의 선수들도, KOVO 선수들도 자신들의 몸값 만큼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겨울스포츠의 양대 산맥이라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그들만의 세계는, 이미 외국인 선수 한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제 경쟁력이 나날이 하락하고 있는 그들끼리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우습지 않나.

KOVO의 중심에 있는 가빈 ⓒ 삼성화재 배구단


사실 사람들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라이벌 구도에 관심이 없다. 분명한 현실은 프로야구의 '비시즌' 인기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시즌' 인기보다 높다는 것이다. 분명 프로야구는 겨울에 휴식기인데도, 사람들의 관심은 휴식기인 야구에 더욱 집중된다. 프로농구도, 프로배구도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눈앞의 샐러리캡 자존심 싸움이 아닌, 리그의 경쟁력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해마다 KOVO 이사회의 결정을 모두 지켜보고, 1~2달 뒤에 이사회를 열어 샐러리캡에 관한 조율을 하는 KBL의 재미 있는 관습.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연맹과 이사회간의 라이벌 구도가 아닌, 팀과 선수간의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다.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하는 등 10만 관중을 돌파한 안양 KGC의 총 입장수입은 5억4천만 원에 불과했다. 연봉 1위와 2위인 동부의 김주성과 모비스의 양동근의 연봉보다 적은 것이 KGC의 한 시즌 입장 수입이다.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샐러리캡은 계속 오르기에, 농구단을 운영하는 기업과 구단은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농구에서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 선수들은 평균 두 자리 득점을 못 올려도 몇 억의 연봉이 보장되기에, 아니 오히려 연봉은 계속 오르고 있기에, 점점 자기 기량 향상에 소홀해지며 도태되고 있는 것이 KBL의 현재 모습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연맹과 이사회의 자존심을 위해 계속해서 샐러리캡을 올려가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안일까? 어찌됐든 다음 시즌에도 KBL과 KOVO의 샐러리캡 경쟁은, 한 달 뒤에 이사회를 소집해서 샐러리캡을 조정한 KBL의 승리로 끝났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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