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왜 그렇게 혹독하게 사느냐고? 나, 즐기고 있는데···"-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이제 연기자로 성공한 지금은 부모님 생각이 달라졌나요? "성공··· 성공했나? 뒤늦게 이름을 알렸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김서형은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 출신이다-기자 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라는 말을 달고 일했으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더 나은 자리로 올라갈 수도 있고, 올라갔다가 떨어질 수도 있죠. 성공하고 싶었다기보다, 스스로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있었어요. 내가 선택한 것 버리지 않고, 한 우물 파서 됐다는 걸.
부모님은 고향에 내려와서 직장을 다니라고 했어요. 미스코리아 강원지역 예선에 나갈 때도 아버지는 '어쭙잖게 부푼 꿈꾸지 말라'고 했어요. 동네에서 그 정도 예뻐 가지고, 예쁜 애들 다 모인 데서 되겠느냐고요. 근데 막상 대회 가서 미(美)로 당선되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셨대요. 사실 미스코리아도, 탤런트 준비도 어머니랑 몰래 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아시고 '한번 해봐라' 하셨어요."
- 무엇보다 가세에 보탬이 되는 것에 대해 흐뭇해하실 것 같은데.
"내 일은 집안의 가세와 상관이 없어요. 넉넉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들의 행복지수와 나의 행복지수는 달라요. 가세에 보탬이 되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집안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면 도와야겠죠. 하지만 연기자가 되고 나서 일이 없어 손가락을 빨지언정 돈 때문에 일한 적은 없어요. 적어도 여배우로서 평생 살 거라면, 연기로 뭔가를 제대로 해 보이고 싶었거든요."
- 우리가 흔히 신애리나 모가비를 보면서 느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김서형은 독하다', 맞나요?"독한 것 있어요. 그런데 그 인물들처럼 복수를 꿈꿀 만큼 독하지는 않아요.(웃음)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독함이죠. 어쨌든 일 시작하면 미련 없이 보낼 때까지 열심히 일하자는 책임감이요. 제 연기를 좋게 보셨다면, 연기를 잘 해서가 아니라 그런 성실함이 보인 거겠죠.
저는 나이든 선생님이든, 어린 후배든 다 내 경쟁자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그들과의 경쟁이라기보다 내 안의 치열함이요. 지인들은 저한테 '왜 그렇게 혹독하게 사느냐'고 해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으니 즐기라고. 그런데 이게 즐기는 거예요. 그래도 작년보다는 건강도 챙기는 여유를 가지게 됐으니, 나이가 드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 내 인생에서의 소울메이트 '오마이프렌드'를 꼽는다면? "나를 응원해주고, 반성하게끔 하는 존재를 꼽는 거라면 나 '자신'이요. 연기할 때만큼은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예요. 그런데 작년부터 다른 사람과의 친밀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이언트>에 이어 <샐러리맨 초한지>를 통해 선배님들, PD님과 작가님 을 알면서 생각이 좀 달라진 건 있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인데, 하나 더 있어요. 저와 같이 살고 있는 6살짜리 강아지 '꼬맹이'요. 나 자신 외에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 강아지라고 답할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