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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지원 강용석 의원, "마포구민 우습게 보나?"

한미FTA 발효일인 15일 SNS에 밝혀...<코미디 빅리그> 방영으로 선거운동?

12.03.15 18:25최종업데이트12.03.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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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집착남'으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국회의원 강용석 ⓒ tvN


[ 기사수정 : 16일 오전 11시 58분 ]

한미 FTA가 발효된 3월 15일, 이날은 한 국회의원이 어떻게든 총선용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한 날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그 국회의원은 마포 을을 지역기반으로 했으나 사퇴를 선언하고 버젓이 세비를 받고 있는 강용석 의원이요, 그 예능프로그램은 시즌3를 거치며 오디션프로그램 광풍을 몰고 온 < 슈퍼스타K >다.

"3월 15일은 한미 FTA 발효일이면서 '슈퍼스타K4' UCC등록시작일, 강용석도 '슈퍼스타K4'를 지원합니다."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작년 KBS <개그콘서트>이 최효종을 고소하고난 이후 tvN <화성인바이러스>에 '고소고발남'으로 출연을 자청했던 그가 이제 <슈퍼스타K>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 슈퍼스타K > 홈페이지에 "강용석... < 슈퍼스타K > 지원한다라? 우리 마포구민 우습게 보시는데, 좌빨 시민 나도 지원할 테니, 한번 붙어봅시다. 누구 음악이 대중들에게 더 설득력 있는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개그 프로그램 방청이 지역구 행사(?) 참석? 

정치인 박근혜와 문재인이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일으킨 반향이 부러웠던 걸까? 아니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아나운서 성희롱으로 의원직을 잃은 것도 모자라 '고소고발남'에 등극한 걸 무기라도 삼으려는 걸까. 과연 정작 마포구민들은 이런 강용석 의원의 행보에 "우리 의원님 최고"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 할까?

그러니까 이건 개그로 해석되는 허경영의 쇼맨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강용석 본인조차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 "자신은 허경영과는 다르다"고 선언한 바 있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 부고 빼곤 이름 석 자 나온 자기 기사는 모두 환영한다는 여타 정치인들의 행보와 분명 달라 보인다.

앞선 14일 그는 tvN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장을 찾았다. 무대에 오른 그는 개그맨이 조우영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선거 운동"이라 답했다.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장인 CJ E&M 센터는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해 있다.

"지역구 행사에 적극 참가하는 차원에서... 또 선거를 축제처럼 치르겠다는 저의 출마선언의 정신도 살리기 위해... <개그콘서트>에 필적하는 <코미디 빅리그>를 방청하러 갔습니다... 무슨 프로인지 아시죠?"

3시간 반 동안 녹화장에 앉아 방청했다는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방청소감은 여느 블로거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정치인'과 '서민적 행보'가 바로 이 정도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 슈퍼스타K >에서 <코미디빅리그>에서 그를 꼭 봐야만 하는걸까?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풍물패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한미FTA로 미국시장을 점령하라' '한미FTA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등 환영 구호가 적힌 수십개의 현수막을 참가자들이 들고 있다. ⓒ 권우성


무릎팍도사 출연이 꿈이라던 강용석, 허경영 자리 넘보나?

선거법 상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방송 및 방송광고 출연금지는 선거일 전 90일부터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용석 의원은 방송에 직접 출연하지는 못하지만 어떻게든 유명 프로그램에 이름을 걸치는 식으로 그 '선거 운동'에 전념하는 중이다. 지상파 대신 부담이 덜한, 게다가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CJ E&M의 케이블 채널들을 주로 공략하면서. 기사 한 줄, 포털 검색어의 탈환을 위해.

<코미디 빅리그> 관람을 위해 3시간 반을 투자하는 것도, '대양해군 건설'이란 팻말을 들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것도 모두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총선용 홍보와 선거 운동을 위해 < 슈퍼스타K >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건드리는 게 과연 권위주의 탈피와 서민적 행보인 걸까.

그러니까 새누리당으로부터 끈이 떨어진 그가 재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꿈이 뭐냐하면 무릎팍도사 나오는 게 꿈이에요, 완전 띄워주니까"라고 말한 그가 0%대 시청률인 < TV조선 > '판' 같은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하지만 이에 < 슈퍼스타K >와 같이 일반인이과 가수지망생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출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숟가락을 들이미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눈살찌푸리는 홍보 전략 아닐까.

부디 시청자들이 관심 있는 정치인들이 출연한 방송은 열성적으로 찾아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의 출연엔 냉정하다는 걸 상기하시길. 만약 4월 총선이후 마포구를 계속 지역기반으로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펼칠 수 있는 정통 정치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고려해 보는 것도 권장한다.

강용석 슈퍼스타K 코미디빅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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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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