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2011 MBC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무한도전>팀이 "무한도전"을 외치며 인사하고 있다.
이정민
- '내가 봤어', 김구라의 굳은 표정을 내심 대상을 노렸을 김구라다. 오죽했으면 방송에서 "유재석에게 또 주는 건 식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까. 그러나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운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게 난데없는 MC 부문 특별상이 돌아가자, 무대에 올라가는 김구라의 표정은 심하게 굳어 있었다.
1부 말미 일찌감치 상이 수여되자 '이럴 줄 알았다'는 김빠진 얼굴색이 역력했다. 한술 더 떠 소감을 얘기할 기회도 없었던 유세윤은 "소녀시대를 소개해드립니다"며 마이크를 잡는 고도의 '안티'(?) 작전을 폈다. 우정상, 특별상, 공로상에 단체수상까지, 우리나라 상 이름 참 다양하다.
- 2011년은 고영욱의 해?룰라 이후 "15년 만의 상"이라는 고영욱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고영욱은 코미디·시트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나도 가수다> '방정현' 정명옥과 함께 상의 의미가 빛을 발한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세바퀴>에서 맹활약한 그는 여장도 불사하고 "하선씨 행복하십시오"와 같은 불꽃 애드립을 날리며 자리를 즐겼다. 물론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성대모사의 대상 이현우, 김지현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 연예대상을 점령한 가수들흡사 <10대가수 가요제>로 돌아간 줄 알았다. <나가수>가 대상을 수상하자 MC 윤종신을 비롯해 박정현·윤도현·김범수·김경호·박완규·BMK 등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누구는 시청자들, 누구는 김영희 PD에게 공을 돌렸다. 그리고 <나가수>가 화제가 된 것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개그맨, 코미디언, 희극인 등 통칭 예능인들의 잔칫상을 손님들이 차지한 꼴이랄까. 어찌됐건 <가요대제전> 무대 대신 연예대상 무대에서 연예인들 간의 크로스오버와 화합을 몸소 실천한 MBC 관계자들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방송인 김제동인 MBC 방송연예대상에 참석해 유재석의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MBC
- "방송통심심의위원회를 웃기는 그날까지"
<무한도전> 팬들이 뿔났다. <나가수>가 대상을 수상하자, MBC 홈페이지내 검색창에 갖은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자 MBC 홈페이지 실시간 검색에 반영됐고, 그 캡쳐 화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작년 대상 수상 때와 마찬가지로 "죄송한 분들이 많다"고 운을 뗐다. 아마도 <무한도전> 팬들이라면 '최우수상 밖에, 그것도 혼자 받아서 죄송하다'고 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건 <무한도전>은 좀 더 열심히 달려야만 될 것 같다. "내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웃음을 안겨드리겠다"는 유재석의 소감을 실현시키려면. 그나저나 내년에도 올해와 별반 큰 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무한도전>이 대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의 수상은 또 뒤늦게 참석한 '동생' 김제동의 박수로 더욱 빛났다.
- "이제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대통령 국정 연설로 착각할 뻔 했다. <코이카의 꿈>의 취지를 설명하던 김재철 사장의 멘트다. <나가수>에게 대상을 주며 모든 사람이 예상했지만 자신만 의외라는 듯 "예상치 못한"이란 설명은 실시간 검색 순위를 달렸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 시상식에 나와 <나가수> <코이카의 꿈> <위대한 탄생> 등 자신의 재직 기간 만든 프로그램을 치하하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작년 같은 자리에서 연예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다 고현정에게 "그냥 여기 있는 분들 하나하나 다 부르시죠"라는 구박을 받으며 음주방송 의혹까지 샀던 것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진행 미숙과 나눠먹기, <무한도전> 홀대까지 갖가지 풍성한 화제를 낳은 2011 MBC 방송연예대상. 이날 개인과 팀,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상을 안긴 모든 트로피의 숫자는, 무려 62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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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