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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가 낳은 두 개의 캐릭터 '신총수' Vs. '김어중'

[TV리뷰] MBC '나는 하수다'와 MBN '셰프를 꿈꾸며'의 시사풍자, 어떻게 다른가

11.12.29 11:19최종업데이트11.12.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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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중'과 '신총수'. 2011년 큰 인기를 얻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개그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꼼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빌려와 시사풍자 개그 속에 등장시키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한 명인 김어준 총수는 MBC와 MBN 개그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게 됐다. 물론 개그맨들이 그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진행자' 역할에 충실한 '나는 하수다' 속 신총수

MBC <나는 하수다>의 4인방 ⓒ MBC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웃고 또 웃고-나는 하수다>다. 연출자인 민철기 PD가 "<나꼼수>에서 커다란 틀을 빌려 왔다"고 설명한 만큼, '나는 하수다'는 <나꼼수> 녹음 현장을 브라운관에 선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네 명의 캐릭터가 한 가지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은 <나꼼수>와 '나는 하수다'가 공유하고 있는 구조다.

그 안에서 '김어준 총수'를 따온 '신총수' 캐릭터는 <나꼼수>에서 김어준 총수가 그러하듯 사회자 역할에 충실하다.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의 이야기를 중간에서 정리하고, 화제를 던지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코너 이름부터 '나는 하수다'고, 코너 속 주요 등장인물도 딱 네 명이다. 그만큼 신총수라는 캐릭터의 비중 역시 높은 편이다.

또한 첫 방송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기대하지마! 캐릭터만 따온 거야!"라고 말할 만큼, 신총수는 자신을 비정치적인 지점에 가져다 놓으려 애쓴다. 그러나 첫 회의 소재는 누가 보아도 10.26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처럼 보이는 'MBC 개그맨실 컴퓨터 다운 사건'이었다. 범인을 지목하고 '단독 범행이 아닐 것이다'라는 의심을 제기하는 방식에서도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나는 하수다'는 의뭉스럽게도 비정치적임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것이  각종 은유에 의해 에둘러 표현되는 것뿐이다.

"까까는 씹어 먹어야 제맛" 임팩트 큰 '셰프를 꿈꾸며' 속 김어중

28일 방송된 MBN <개그공화국-셰프를 꿈꾸며>에 등장한 '딱지일보' 총수 '김어중'(윤택 분). ⓒ MBN


이에 비해 종합편성채널 MBN <개그공화국-셰프를 꿈꾸며>는 직설적인 화법을 취한다. 물론 코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식당이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소품은 노골적으로 시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DDOS'라는 이름의 냉장고나 주방장 이명백, 주방의 실세 박실장, 화난 인상의 홍반장 등은 '셰프를 꿈꾸며'가 '나는 하수다'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시사 풍자 개그를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표식이다.

그 속에서 28일 새로운 캐릭터 '김어중 총수'가 등장했다. '딱지일보'의 기자라는 그는 취재를 위해 식당을 찾으며 코너에 얼굴을 비췄다. '딱지일보', '김어중'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셰프를 꿈꾸며'의 직설적인 캐릭터 묘사법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김어중'은 코너 중반이 되어서야 나타난다. 아무래도 주요 인물이 식당에서 일하는 인물들인 만큼, 이를 취재하는 기자의 비중은 적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하수다'의 신총수가 코너 진행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편이라면, '셰프를 꿈꾸며'의 김어중은 한 번에 커다란 임팩트를 주며 존재감을 표출한다. 커다란 웃음이나, '까까'를 씹으며 "까까는 씹어 먹어야 제맛"이라고 말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나는 하수다'가 4명의 캐릭터가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반면, '셰프를 꿈꾸며'는 주요 캐릭터인 이명백 등과 김어중은 대립 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코너에는 '나는 하수다'에는 없던 김어중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등장한다. 그가 퇴장한 후 이명백이 주방장이 "취재는 안하고 까까만 씹고 간다"라고 말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나는 하수다'가 등장인물 4인방의 관점으로만 진행된다면, '셰프를 꿈꾸며'는 '이명백'과 '김어중'이라는 캐릭터의 대립이 있기 때문에 종종 시선이 엇갈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대상을 '까는' 개그로 남을 것이냐, 통찰력 담아낼 것이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한 시사 풍자 개그가 늘어나고 있음은 분명 환영할 만한 요소다. 그간 찾아보기 힘들었던 종류의 개그가 다시 한 번 힘을 얻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 것은 이러한 종류의 개그가 그저 '누군가를 까기 위한 개그'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시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개그'가 될 것이냐의 여부다. 이 때문에 더더욱 눈을 크게 뜨고 이제 첫발을 뗀 두 코너를 지켜볼 필요가 생겼다. 이들이 대중의 취향에 영합해 '인기가 없는 인물'을 깎아내리는 개그에만 머문다면, 그간 봐왔던 놀림의 대상을 교묘히 비하하는 개그와 다를 것이 없어진다. 다를 것이 없는 개그를 대중이 애써 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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