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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전환한 MBC의 고육지책, 성공할까?

'TV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연말시상식을 감상하는 방법

11.12.27 18:18최종업데이트11.12.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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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일까, 고육지책일까, 그도 아니면 절치부심한 결과일까.

MBC는 드라마, 연예 대상에 개인이 아닌 작품을 선정하겠다고 27일 밝혔다. "개인이 아닌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2007년 <무한도전>이 수상한 전례가 있는 만큼, 또 공동수상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MBC로서는 부담이 덜 할만한 선택이다.

헌데 오비이락일까. KBS는 지난 24일 <연예대상>을 <해피선데이-1박2일>에 수여하면서 여론의 뭇매와 질타를 받았다. 버젓이 개인 후보를 공지한 것과는 배치되는 수상결과에 KBS 측은 "나영석 PD를 포함한 <1박2일> 팀의 공로를 인정한바"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은 상태.

시청자와 연예 매체들은 '강호동에 대한 러브콜' 'SBS에 출연하는 김병만에 대한 홀대' '시즌2에 대한 포석' 등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시청률 20%의 흥행이 무색해졌다. 아마도 KBS 또한 2012년엔 변화를 모색해야 할 공산이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한 때 대상을 받은 연예인들이 줄줄이 슬럼프를 겪으면서 '예능인의 무덤'으로 불렸던 <KBS 연예대상>이 아니었던가. 

2011 KBS <연예대상>을 공동수상한 <1박2일> 팀. ⓒ 이정민


<무한도전>도, <나는 가수다>도 가능해진 MBC의 변신

재미있는 건 MBC의 변화다.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때문에 '유재석 VS 강호동'의 양강구도가 사라지면서 흥행요소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방송 3사의 공통된 숙제였다. 더불어 2006년 이후 방송가에서 '작가주의 예능'이란 칭송을 받으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무한도전>이 올해 역시 MBC의 간판이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매년 유가(家)가 받는 것은 감동도 없고 지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유씨 말이다. 강력한 라이벌이 본의 아니게 낙마를 했기 때문에 이제 유가의 독식이다. 우리가 막아야 한다."

최근 방송인 김구라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대상 수상을 호소하며 내뱉은 발언이다. 김구라는 2008년 <놀러와>에서 이경규와 함께 예능계 판도를 날카롭게 분석해 아직 시청자에게 회자되고 있다. 비록 '제 논에 물 대기'로 비칠 수 있지만, 그만큼 방송가 안팎의 분위기를 적확하게 꿰뚫고 있는 그다.

이에 화답하듯 우선 <MBC 연예대상>은 수상자에 대한 외연이 넓혀졌다. <무한도전>은 여전히 수상권이지만, 화제성에서 2011년 트렌드를 이끌었던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수상이 가능해졌다. 물론 강호동이 물러난 <황금어장>의 시청률을 10% 중반대까지 끌어올리는 중인 <라디오스타>도, 전작만 못하지만 여전히 작품성만큼은 인정받고 있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또한 후보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다.

'고민해결'이란 이런 것이다. 방송 초반, <나는 가수다>를 대중에게 알린 1등 공신 임재범을 줄 수도, 그도 아니면 명예졸업을 한 박정현, 김범수에게 공동수상을 할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선택지를 넓히면서도 '작품'에 무게를 실어주는 전략이야말로 흥행은 흥행대로 가져가며 공정성 시비에서도 비켜갈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KBS <연예대상>에 참석한 유재석 ⓒ 이정민


'TV 공화국' 대한민국 방송가의 수상 관행, 변화일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방송사의 연말 대상에 공정성을 기대하는 일이 꽤 부질없는 짓이란 점이다. 한두 개 부문을 제외하고는 시청자나 외부인사의 참여가 전무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사의 시청률 안배나 제 식구 배려, 다음 해를 위한 연기자 격려가 무방한 구조란 뜻이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비중이 훌쩍 늘어난 예능 분야의 <연예대상>이나 배우들을 치하했던 <연기대상>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지속적으로 공정성 시비에 시달린다면, <가요대상>과 <10대 가수상> 등의 가요 시상식처럼 폐지를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슈퍼스타K>의 파격적인 시청자 투표를 도입할 깜냥을 가진 방송사는 없을 테니까.

MBC의 '작품상'으로의 전환이 방송가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궁금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기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예능 분야에 비해, <연기대상>만큼은 '작품상' 시상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간 빈번하게 공동수상과 시청률 지상주의로 얼룩졌던 전례를 돌이켜 본다면 더더욱.

그러나 변치 않는 진실은 연말 시상식에 이토록 지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대한민국은 'TV 공화국'이라는 것이다. 

연예대상 연기대상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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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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