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상명대에서 가수 알리가 사과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정민
수록곡 '나영이'로 물의를 빚은 가수 알리(Ali, 본명 조용진)가 자신도 3년 전 성폭행을 당했음을 고백했다.
알리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아버지와 함께 등장해 "나 역시 성폭행 범죄 피해자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첫 정규앨범 < SOUL-RI:영혼이 있는 마을 >을 발표한 알리는 수록곡 '나영이'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알리가 작사한 '나영이'는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강간 피해를 입은 8살 나영이(가명)를 위로하기 위한 곡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 사건은 이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이름을 넣어 '조두순 사건'으로 칭해졌다.
누리꾼은 이 곡의 일부 가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소속사는 물론, 본인까지 나서 적극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소속사 측은 '나영이'가 수록된 앨범을 전량 수거,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알리와 함께 등장한 아버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리가 지난 2008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단체 후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광대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고, 실신한 상태에서 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범인은 구속돼 재판을 받다 풀려난 뒤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의 처벌을 받았지만 상해죄는 목격자가 없다는 등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항소했지만, 범인은 2심과 3심(대법원)에서 1심 형량대로 형이 모두 확정됐다.
알리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나 역시 범인으로부터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했다"며 "지금은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알리는 "아버지 말씀대로 평생 비밀로 하고 지내기로 결심했지만 마음의 응어리가 너무 아픈 채 지워지지 않았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범죄 피해자가 된 나영이의 마음이 내 마음과 너무 흡사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나영이를 위로하고 싶었고, 성폭력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나영이와 가족은 물론, 팬들과 누리꾼에게까지 진심으로 사과한 알리는 "다시는 이 땅에서 치욕적이며, 여성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성폭력 범죄, 인격 살인의 범죄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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