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의 정순영CP는 촬영차 간 파푸아뉴기니에서 길을 잃어 변변한 식량도 없이 25시간을 버텼다. 위 사진은 구출 직후 정CP의 모습이다.
SBS
움푹 팬 곳을 찾은 정CP는 그곳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정글의 밤은 칠흑보다 어두웠다. 손에는 물 2통과 비스킷 3쪽, 홍삼 절편, 그리고 양초 하나가 있었다. 양초에 불을 켰다. 겁이 났다. 평소 불교신자였던 정CP는 갑자기 신앙심이 두터워짐을 느꼈다. '관세음보살을 외치면 어디 가서도 안 죽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그러자, 갑자기 촛불이 마치 부처님의 뒤를 비추는 후광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정CP는 자기 눈을 비볐다. 다시 "관세음보살"을 외치자 촛불의 모양이 다시 동그랗게 바뀌었다. "살 수 있겠다!" 싶었던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
같은 시각, 제작진 역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정CP를 찾기 위해 아침 일찍 원주민 100명을 모았다. 혹시나 발을 헛디뎌 강에 빠지는 불상사가 일어났을까 싶어 강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도 했다. 지금에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그만큼 최악의 사태였다. 가지 않겠다는 정CP를 데려갔다는 생각에 김병만은 울고 있었다.
한편, 해가 뜨자마자 정CP는 조금이라도 기척이 있는 쪽으로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갔다. 가다보면 제자리인 곳을 몇 번이나 헤매며 길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갖고 있던 물티슈를 하나씩 꺼내서 나뭇가지에 걸어놓는 기지를 발휘했다. 물티슈를 발견한 수색대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런 기지와 믿음은 헛되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나 이 '물티슈 나무'를 발견한 제작진이 정CP를 발견했다. 실종 25시간 만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정순영CP는 살아 돌아왔다. 귀국 직후 그의 온 몸은 홀로 밤을 지새우며 모기 물린 자국 투성이었다고. 이 일을 계기로 또 하나의 인생을 살게 된 정CP는 "주변사람들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요즘 한창 밥을 사고 있다는 훈훈한 후문이 들려온다. 그는 프로그램의 책임 프로듀서로서 이렇게나 현실적이고 치열한 '정글의 법칙'을 몸소 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