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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 상관없다!' 꼼꼼하게 짚은 청룡영화상 관전 포인트

제32회 청룡영화상 주목해야 할 작품과 인물 열전

11.11.10 09:06최종업데이트11.11.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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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청룡영화상의 후보작들이 지난 8일 선정됐다. 이로써 올해의 마지막 영화축제의 서막이 올라간 것. 오는 11월 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청룡영화상엔 인기스타상, 한국영화최다관객상, 청정원단편영화상 부문을 제외한 15개 부문에 총 22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올해는 주요 대작들과 스타 배우들의 부진 속에서 신진들의 강세가 돋보였던 한 해였다. 초반엔 야구를 소재로 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여름 시기엔 윤제균 감독 사단의 대작 블록버스터인 <퀵>과 <7광구>가 있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하거나 본전치기 수준이었다. 

황정민과 김민희 주연으로 기자의 삶을 통해 음모론을 조명했던 영화 <모비딕>이나 전도연·정재영 주연의 <카운트 다운>은 뛰어난 스타 배우와 연기력이 돋보였지만 마찬가지로 흥행엔 실패한 케이스다. 

청룡상 후보작 살피니, 신흥 영화인의 진일보가 보인다

이번 제32회 청룡영화상 각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장면. 영화 <고지전>(상단 왼쪽), <써니>(상단 오른쪽), <도가니>(중간 왼쪽), <최종병기 활>(하단 오른쪽)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블라인드>(중간 오른쪽)의 배우 김하늘은 여우주연상 후보에, <풍산개>(하단 왼쪽)의 윤계상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CJ E&M, NEW, 김기덕 필름


청룡영화상 후보 면면을 보면 내로라하는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에 비했을 때 사실상 다소 생소하거나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들이 흥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을 보자. <마이 파더>(2007) 등으로 나름 영화판에서 경험을 쌓고 있던 그였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야 <과속스캔들>(2008)로 크게 흥행해 스타감독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경력 면에선 아직 창창한 신진 영화인임은 분명하다.

장훈 감독이나 김한민 감독은 상대적으론 앞서 언급한 감독보다 지명도나 작품의 필모그래피 면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할 수 있지만 역시나 충무로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들이 연출한 <고지전>이나 <최종병기 활>은 당당히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 면에서도 성공했다. 특히 <최종병기 활>은 현재까지 누적관객 745만 9312명(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올 한해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고 있다. 

배우들을 살펴봐도 비슷한 흐름을 알 수 있다. <황해>의 김윤석을 제외하고선 지명도 면에서 사실상 다소 쳐저 있던 게 사실이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풍산개>의 윤계상은 영화판에선 거의 신인급이다. <고지전>의 고수나 <도가니>의 공유는 <최종병기 활>의 박해일은 여러 작품에 참여해왔지만 상복이 크게 없었던 이들이다. 굵직한 수상 경력으로는 고수가 제4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박해일이 이번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도다.

여배우의 경우도 비슷하다. 김혜수를 제외한 <블라인드>의 김하늘이나 <쩨쩨한 로맨스>의 최강희는 역시 연기경력에 비했을 때 다소 저평가되었던 게 사실이다. 최강희는 영화 <애자>로 제4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인기상을 수여한 게 최근의 수상이다. 김하늘이 올해 제48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데뷔 후 첫 여우주연상의 감격을 안았기에 이번 청룡 영화제에서 연속으로 수상할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도가니>의 정유미 역시 올해 제20회 부일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굵직한 수상 경력으로선 유일하다.

제32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고수, 공유, 박해일(왼쪽부터)의 모습. 이들 외에도 <풍산개>의 윤계상이, <황해>의 김윤석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 민원기, 유성호



제3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정유미, 김하늘, 최강희(왼쪽부터)의 모습. 이들과 함께 <이층의 악당>의 김혜수, <만추>의 탕웨이가 함께 후보로 올랐다. ⓒ 민원기,이정민


흥행 위해선 오락성만이 능사? 메시지와 의미가 관객에게 호소력으로 다가오다

청룡영화제의 후보작을 살펴보면 오락성과 상업성을 위시한 블록버스터나 액션 영화보단 사회적으로 의미를 던져주는 작품이 올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최종병기 활>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그나마 <최종병기 활>도 올 여름 대작 시리즈였던 타 작품들에 비해 개봉 시기도 늦었고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던 작품이었다. 무조건 스케일을 키우기보다 '활'이란 소재의 특성에 집중해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 게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지전>은 기존에 대거 등장했던 전쟁영화라는 점에선 맥을 같이 하지만 전쟁의 참상에서 무기력해지는 개인을 보다 밀도 있게 조명했다는 게 차별점이다. 이로써 스타 배우 중심으로 한 신파적인 감정 일색의 흐름이었던 기존 전쟁영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써니>는 후보작 중 유일하게 밝은 톤의 작품이지만 동일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명하면서 온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따뜻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볼 수 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장애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사실적으로 그린 <도가니>는 철저하게 오락성을 무시한 영화다. 보는 내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할 내용들 일색이었지만 오히려 관객은 그 현실성에 주목하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데까지 함께 나아갔다. 무겁고 어두운 영화라고 흥행에 실패하는 게 아님을 제대로 증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영화들과 배우들의 진일보는 분명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영화 축제라는 점에서 청룡영화제 그 이후의 한국 영화 흐름을 예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청룡영화상 김하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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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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