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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그 드라마 <느낌>... 아직도 그 설레임 남아계십니까?

[TV리뷰] 윤석호 감독 드라마 <느낌> 다시 보기

11.09.08 10:31최종업데이트11.09.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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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느낌>

▲ 드라마 <느낌> ⓒ KBS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가 제작 10주년을 기념해서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오는 27일 첫 공연을 앞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인물을 거론 하라면 단연코 윤석호 감독이 될 것이다. 오수연 작가와 오랜 콤비로 유명한 그는 70년대 배경 드라마 <사랑비>를 지금 한창 촬영 중이며, 가수 겸 탤런트 장근석을 주연으로 하는 이 드라마를 통해 또 한 번 '영상 스타일리스트'로서 이름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청춘 드라마를 많이 만든 윤 감독은 <겨울연가> <가을동화> <봄의 왈츠> <여름향기>로 이어지는 계절 연작 시리즈, 고소영과 이병헌의 데뷔작 <내일은 사랑>, 색깔 이미지로 담은 사랑이야기 <칼라>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지금은 한류 드라마로 이름 높은 그지만 초기작 <느낌>에는 풋풋했던 시절의 감독 윤석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새 얼굴로 붐비던 1994년 연예계, 드라마 <느낌>의 가치

<느낌>이 방영되던 1994년 여름은 39도 찜통더위가 아스팔트를 녹이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해였다. 더위를 잊기 위해 TV를 켜면 독특한 스타들이 쏟아져 나와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룹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여름 한철 내내 울려 퍼졌고, 최근 결혼을 발표한 그룹 투투의 황혜영이 <1과 2분의 1>에 맞춰 인형춤을 추었다. 그룹 듀스, 룰라, 잼은 역동적인 군무와 노래로 주말 쇼프로그램을 장식했고 번화가에 일렬로 늘어선 테이프 리어카에는 이들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렀다.

드라마에선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여파로 손지창, 장동건, 심은하, 신은경이 방송과 CF를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이 즈음 드라마<느낌>은 1994년을 대표하는 청춘드라마인 동시에 '윤석호표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 되었다.

그 시절 최고의 아이템은 '출생의 비밀'

90년대 초반의 드라마들은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길 좋아했다. <느낌> 역시 이 주제를 피해가지 않았다. 아들만 셋인 집에 어느 날 엄마 친구의 딸인 유리(우희진)가 등장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프랑스에서 건너온 그녀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미대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아들은 그녀의 환심을 사려 노력 하고, 냉철하고 꼼꼼한 둘째(김민종)는 때마침 엄마의 오래전 녹음 내용을 듣게 된다.

유리의 친오빠가 아들 셋 중에 있음을 알게 된 둘째는 형제들과 닮지 않고 혈액형마저 미심쩍은 자신이 유리의 오빠라고 여기며 마음을 앓는다. 이것을 알 리 없는 유리는 둘째에게 급속히 다가가고, 그 와중에 다혈질 막내(이정재)는 유리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막내가 유리의 오빠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유리는 프랑스로 떠난다.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 류시원, 20년 전의 풋풋함

탤런트 우희진 드라마 <느낌>에서 청순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 탤런트 우희진 드라마 <느낌>에서 청순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 KBS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 우희진, 류시원, 이본. 지금은 다들 중년이 된 배우들이다. 하지만 1994년 청춘 드라마 <느낌>이 방영되던 그때는 갓 스물을 넘긴 풋풋한 청춘들이었고 손지창, 김민종을 제외하곤 대중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것도 특징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청소년 영화에서 얼굴을 알린 김민종은 탤런트 겸 가수로서 이미지 쇄신을 꾀하던 중 이 드라마에서 둘째 아들로 분했다. 한편 CF모델로 시작해서 브라운관으로 진입 후 92년 <무동이네 집>에서 풋풋한 대학생으로 인기몰이, 94년 초<마지막 승부>에서 그 정점을 찍은 손지창은 털털한 미대생으로 나와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이정재, 장난꾸러기 시절의 모습들

초콜릿 광고로 얼굴을 알린 이정재는 SBS 드라마 <공룡선생>을 거쳐 94년 KBS 2TV 주말극 <남자는 외로워>에서 극중 시골 처녀 오연수와 서로 연정을 품다가 후에 이복남매로 밝혀지는 역할을 맡았다. 이어 그해 여름 <느낌>에서 수다쟁이 기질이 다분한 체육과 출신 조정선수로, 이와 반대로 그해 가을에는 <모래시계>의 과묵한 보디가드로 분해서 완벽한 이미지 변화를 꾀하게 된다. 여세를 몰아 영화계로 진출 후 연상녀와의 파격적인 사랑을 다룬 <정사>에 이르기 까지 그의 이미지는 다소 무겁게 변모한다. 이에 비해 애드립과 장난으로 일관하는 그의 생활연기가 초기작 <느낌>에 남아있어 다소 새롭기까지 하다.

우희진, 꽃무늬 스커트에 긴 생머리

이 무렵 불기 시작한 롱스커트 열풍은 전국을 강타했다. 여성스런 꽃무늬가 그려진 긴 스커트 위에 면 셔츠와 밀짚모자를 코디하는 것 또한 특징이었다. 긴 스커트 덕에 자칫 키가 작아 보일까 싶어 10센티 통굽 운동화를 신는 것도 필수였다. <느낌>의 우희진 역시 그 같은 스타일로 프랑스에서 온 미술학도를 표현했다. 한여름에도 긴 머리를 풀어 다니는 유리처럼 긴 생머리에 긴 스커트로 치장한 여성들이 그해 여름을 누볐다.

십대 시절 CF모델로 출발한 우 희진은 갓 스무 살이 됐을 때 이 드라마를 찍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이 경영과 출연한 영화 <어린 연인>에서는 직접 주제곡을 부르며 노래 솜씨를 과시했고, 이후에는 이렇다 할 활동 없이 몇 년을 보내다, 박 정수 작가의 일일 가족드라마 <자반고등어>에서 똑 부러지는 막내딸로 다시 얼굴을 내비쳤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깐깐한 여대생, <인어 아가씨>의 깍쟁이 이복동생 등 전성기와 다르게 조연급으로 활동 하게 된 것도 차이점이다.

류시원 이본 이지은 박진영까지?

드라마 <느낌>의 윤석호 감독 <겨울연가><가을동화> 등의 드라마로 한류의 장을 열었던 윤석호 감독.

▲ 드라마 <느낌>의 윤석호 감독 <겨울연가><가을동화> 등의 드라마로 한류의 장을 열었던 윤석호 감독. ⓒ 스타 뉴스

탤런트 류시원은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중 이 드라마 <느낌> 에 우연히 합류하게 된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가수 김원준의 소개로 작곡가 김형석을 소개받아 데뷔 준비 중, 때마침 신인 연기자를 찾던 윤석호 PD에게 발탁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부드러운 인상과 조용한 말투의 류시원은 타 연기자들과 대조되어 빠른 시간 안에 시선을 사로잡게 된다.

그 외에 패셔니스타이자 최근 노출 화보로 재기에 도전했던 이본, 일본 패션 유학 중 잠깐 한국에 들렀다 캐스팅 된 이지은(후에 영화 <금홍아 금홍아> 주연)은 붉은 립스틱에 커트 머리로 특이한 매력을 선보였고, 1992년 청춘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어눌하지만 감수성 풍부한 여대생으로 주목받던 오솔미가 감칠맛 나는 조연으로 등장해 인기를 모았다.

현재는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JYP 사장이 되어 원더걸스, 비 등의 인기 가수를발굴한 박진영도 이 드라마와 연관 있다. 그의 대표곡이며 작곡가 김형석이 만든 감미로운 발라드 <너의 뒤에서>가 드라마 속 피아노 솔로로 삽입됐기 때문이다.

윤석호,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아름답게 담아낼 줄 아는 감독 윤석호. 피터팬이란 별명답게 젊은 감성으로 푸릇한 청춘의 한 시절을 그려내는 실력자 감독 중 하나다. 순정 만화 같다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드라마는 한류 상품으로 수출되어 관광, 문화 콘텐츠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 문화가 경쟁력이 된 사회에서 윤석호의 손을 거친 스토리들이 살아 움직여, 또 한 번 한국을 세계에 알릴 날을 기대해 본다.

드라마 '느낌' 가을동화 뮤지컬 '겨울연가' 윤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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