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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의 실화지만 감동은 없었다

[리뷰] <127시간>, 북미에서 흥행 실패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11.02.17 09:43최종업데이트11.02.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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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시간 스틸컷 ⓒ 20세기폭스 코리아


<127시간>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다. 영국 영화사를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대니 보일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던 영국영화계에 숨통을 틔어주고 2000년대 새롭게 영국영화가 부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작품이 바로 <트레인스포팅>(1996년)이었다. 영국 비평가들 사이에서 영국영화는 '<트레인스포팅>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야심차게 할리우드에 도전했던 <비치>(2000년)는 당시 최고의 슈퍼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고 5000만 불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3978만 불의 흥행실패를 거두고 만다.

이후 그는 슬럼프를 겪었다가 저예산 공포영화 <28일 후>(2002년)로 다시 영화전면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였다. 이런 그가 완벽하게 다시 부활한 것은 바로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를 통해서였다.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고, 1500만 불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1억4100만 불이 넘는 극장수입을 기록하며 대박 흥행 성공을 거두게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성공 이후 연출한 작품이 <127시간>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심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27시간>은 북미에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처음 4개 극장에서 제한상영한 이후 916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되었지만 더 이상 개봉관 수를 늘리지 못했다. 결국 최종 결과는 1800만 불 제작비로 1600만 불 정도의 북미극장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개봉일수가 101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북미극장수입은 더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북미극장에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이 작품이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큰 감동이나 재미를 주지 못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애럴 랠스턴(아론 랠스턴)은 혼자서 트레킹을 떠난다. 그가 가는 곳은 유타주 블루 존 캐넌. 동반자 없이 혼자 등반에 나서면서 이미 위험은 예고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젊은 혈기를 믿고 암벽 등반을 하기 시작하지만 협곡을 뛰어넘다가 떨어져서 암벽 사이에 팔이 끼고 만다. 도저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언제 구조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은 500ml 물 한 병과 산악용 로프와 칼, 간식거리뿐이다. 이제 이것만을 가지고 구조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혹은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애럴 랠스턴은 생사가 오가는 이 시간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가고 127시간이 흘러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실화임에도 불구, 일반 관객들이 보기엔 지루할 수도

▲ 127시간 스틸컷 ⓒ 20세기폭스 코리아


<127시간>은 어떤 부분에서는 장점이 존재한다. 주인공이 127시간 동안 생존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이 마치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실화라는 것을 알고 보면 애럴 랠스턴의 생존에 대한 본능을 쉽게 영화로만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일정부분 있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하게 되는 결단 앞에서 관객들 모두 긴장감과 함께 질끈 눈을 감아버릴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국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한 인간의 심리적인 관찰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초반 10여 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80여 분의 시간을 암벽에 손이 낀 애럴 랠스턴의 행동과 생각을 관객들이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90여 분의 상영시간동안 관객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실화를 영화로 가져온 이야기를 보면서 애럴 랠스턴의 생존에 대한 본능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런 생존을 위한 본능을 다루면서 대니 보일 감독은 이전 그가 연출했던 <트레인스포팅>이나 <28일 후>에서 보여준 현란한 교차편집(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난 행위를 시간상 전후 관계로 병치시키는 편집기법)과 빠른 카메라워크를 선보이고 있다.

아무리 현란한 교차편집과 카메라워크를 사용해도 이 영화에 관객들이 완전히 빠져들기 위해서는 결국 애럴 랠스턴의 생존 본능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만약 그의 생존 본능을 담은 이야기가 즐겁거나 재미있지 않다면 이 작품이 전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오히려 한정된 배경과 배우 때문에 지루함이 배가될 공산 역시 있다.

대니 보일 감독이 항상 모든 작품을 균질하게 좋은 영화로 만든 것은 아닌데 <127시간>도 그런 분류에 속하는 작품 같아 보인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절정의 균형감을 보여주었다면 <127시간>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조금 과시한 것 같다. 이전 그의 영화에서 보여준 교차편집과 빠른 카메라워크를 통한 현란함으로 영화의 약점을 커버하려고 한 듯한 모습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더 냉혹하게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역시 1인극이나 다름없었던 <베리드>에서 보여주었던 만큼의 한 인간의 절망과 삶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 <127시간>에서 보여 지는 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미국인의 모습뿐이다.

죽음과 삶의 경계 앞에서 탈출을 위해 큰 희생을 했으면서도 너무나도 낙천적인 미국인을 영화에서 만난다는 것은 일종의 영웅 만들기 생존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약점 때문에 관객들에 따라서 주인공이 탈출한 후에 느끼는 감동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극장수입이 저조했던 이유가 충분히 있었단 것이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2월17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27시간 대니 보일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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