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스틸컷
20세기폭스 코리아
<127시간>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다. 영국 영화사를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대니 보일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던 영국영화계에 숨통을 틔어주고 2000년대 새롭게 영국영화가 부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작품이 바로 <트레인스포팅>(1996년)이었다. 영국 비평가들 사이에서 영국영화는 '<트레인스포팅>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야심차게 할리우드에 도전했던 <비치>(2000년)는 당시 최고의 슈퍼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고 5000만 불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3978만 불의 흥행실패를 거두고 만다.
이후 그는 슬럼프를 겪었다가 저예산 공포영화 <28일 후>(2002년)로 다시 영화전면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였다. 이런 그가 완벽하게 다시 부활한 것은 바로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를 통해서였다.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고, 1500만 불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1억4100만 불이 넘는 극장수입을 기록하며 대박 흥행 성공을 거두게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성공 이후 연출한 작품이 <127시간>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심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27시간>은 북미에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처음 4개 극장에서 제한상영한 이후 916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되었지만 더 이상 개봉관 수를 늘리지 못했다. 결국 최종 결과는 1800만 불 제작비로 1600만 불 정도의 북미극장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개봉일수가 101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북미극장수입은 더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북미극장에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이 작품이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큰 감동이나 재미를 주지 못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애럴 랠스턴(아론 랠스턴)은 혼자서 트레킹을 떠난다. 그가 가는 곳은 유타주 블루 존 캐넌. 동반자 없이 혼자 등반에 나서면서 이미 위험은 예고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젊은 혈기를 믿고 암벽 등반을 하기 시작하지만 협곡을 뛰어넘다가 떨어져서 암벽 사이에 팔이 끼고 만다. 도저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언제 구조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은 500ml 물 한 병과 산악용 로프와 칼, 간식거리뿐이다. 이제 이것만을 가지고 구조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혹은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애럴 랠스턴은 생사가 오가는 이 시간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가고 127시간이 흘러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실화임에도 불구, 일반 관객들이 보기엔 지루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