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시대 앞섰던 SF영화의 수작 <트론>이 돌아왔다

[리뷰] <트론: 새로운 시작>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80년대 걸작

11.01.01 10:58최종업데이트11.01.01 14:10
원고료로 응원

▲ 트론: 새로운 시작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이 지난 2010년 12월 29일 개봉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1982년 오리지널 <트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E.T>와 같은 해 개봉해 소리 소문 없이 파묻혔지만 이 작품은 시대를 앞서간 하이테크 SF영화의 수작으로 칭송 받았다. <트론>에서 다루고 있는 주된 내용이 컴퓨터 가상세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2년은 아직 퍼스널 컴퓨터가 대중화된 시기가 아니었다. 컴퓨터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고가의 장비였다. 퍼스널 컴퓨터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용 게임기 역시 고가인 시대였다.

대중들이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고가의 장비가 만들어낸 가상세계는 당시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마치 시대를 앞서간 사이버펑크(컴퓨터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과 반체제적인 대중문화) SF영화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가 극장상영에서 참패하고 비디오와 DVD시장에서 컬트 팬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여러 가지 버전의 DVD가 나왔듯이, <트론>역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실패한 후 비디오 시장에서 먼저 컬트 팬들에게 인정받았다. 이후 하이테크 SF영화의 걸작으로 수많은 마니아 팬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렇게 비디오 시장에서 되살아난 <트론>의 인기는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너무나 시대를 앞서나갔던 <트론>이 2010년 <트론: 새로운 시작>이란 이름을 가지고 3D영화로 새롭게 돌아왔다. 이 작품은 디즈니가 제작하고 부분적인 스토리텔링을 북미 애니메이션 대표회사인 픽사에서 맡을 정도로 제작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010년에 다시 태어난 <트론: 새로운 시작>은 시대를 앞서갔던 <트론>과 같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해 보인다. 이미 수준 높은 3D영화와 하이테크 SF를 다룬 작품들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매트릭스>시리즈가 있다.

1982년에 만들어진 <트론>을 뛰어넘는 다른 요소들이 <트론: 새로운 시작>에 있어야만 이 작품은 새로운 평가와 더불어 전작이 가지고 있던 '포스'를 함께 이어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 구조부터 시작해서 실제 보여주는 것들이 오리지널을 뛰어넘지 못하고 평범하다. 이렇게 되면서 1982년에는 시대를 앞서나간 작품이었지만 2010년에는 시대에 역행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도 갖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 케빈 플린은 82년작 트론의 주인공/82년 트론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것도 제프 브리지스)은 그리드란 가상현실 세계를 만든다. 그는 이미 시대를 앞서가는 비주얼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로 비디오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천재적인 인물.

하지만 그리드에서 그만 슈퍼컴퓨터에게 잡혀서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그때 그가 만든 프로그램 '트론'도 슈퍼컴퓨터가 삼켜 버린다. 아버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하는 그의 아들 샘 플린(개럿 헤들런드)은 회사를 이어받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의 실종 후 20년 동안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살던 샘에게 부친의 비밀장소인 아케이드로 오라는 연락이 온다. 하지만 그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샘도 그리드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난 샘은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케빈 플린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그리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클루(제프 브리지스)는 이들의 탈출을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계속해서 탈출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다. 과연 가상 세계에 갇힌 주인공들은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을까?

뛰어난 CG효과, 하지만 이야기는 80년대에 머물렀네

▲ 트론: 새로운 시작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은 처음부터 3D로 기획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뛰어난 3D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평범한 3D로 만들어졌단 느낌 외에 다른 경외감을 주지 못하는 것. 한마디로 최강의 3D효과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에서 얻어 갈 것이 크지 않다.

여기에다 82년도에 나온 이야기들과 거의 유사한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드라마 구조도 상당히 죽어버렸다. 당시에는 컴퓨터 가상세계가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에 드라마 구조가 부족해도 컬트 팬들이 비디오 시장에서 열광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에 나온 <트론: 새로운 시작>은 상황이 다르다. 이 작품은 걸작인 <매트릭스>시리즈를 뛰어넘지 못한다 해도 관객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구조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트론: 새로운 시작>은 가상세계인 그리드에서 주인공들이 현실세계로 탈출하기 위해 나이트 조명 같은 옷을 입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것이 내용의 전부라고 이야기해도 될 만큼 스토리가 매력적이지 못하다. 내용이 없다보니 아무리 뛰어난 CG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익숙해져 식상해져 버린다.

특히 SF영화는 세계관이란 것이 아주 중요하다. 수작이나 걸작 SF영화들 대부분이 그들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60년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혹성탈출>, 70년대 <솔라리스>와 <스타워즈>, 80년대 <에일리언>과 <터미네이터>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와 <트론>, 90년대 <매트릭스>, 2009년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작품들이었다.

이런 특유의 세계관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하나의 담론을 제시하면서 예술적인 작품이든 상업적인 작품이든 다양한 해석을 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트론: 새로운 시작>은 80년대 <트론>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더 이상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80년대 오리지널에서 제시했던 가상세계현실을 2010년에 그대로 들고 오면서 영화에서 중심이 되어야하는 '그리드'란 세계 자체가 큰 파괴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여기에다 왜 이런 가상세계를 구축하게 된 것인지 초반에 이유를 제시해주지 못하면서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그리드' 세계관이 거의  궁금증을 유발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영화의 개연성과 흥미를 현저하게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트론: 새로운 시작>은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라푼젤>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각각 제작비가 1억7000만 달러와 2억6000만 달러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북미에서 기대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다. 제작비 1억7000만 달러 들어간 <트론: 새로운 시작>은 개봉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1억 불 정도의 극장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최소 북미에서만 2억 불 이상의 수입을 기대했지만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

이렇게 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작품이 2010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80년대 오리지널의 감성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2월29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트론: 새로운 시작 트론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