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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간 영구, 마피아 조직 물려받을 수 있을까

[리뷰] 심형래 감독의 두 번째 할리우드 도전, <라스트 갓파더>

10.12.30 10:56최종업데이트10.12.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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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갓파더 스틸컷 ⓒ ㈜영구아트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 감독의 두 번째 할리우드 도전작이다. <디 워>가 SF영화였다면 이번 작품은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코미디. 80년대 한국 코미디를 좋아한 관객들이라면 심형래의 '영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한 시대를 풍미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구란 캐릭터 자체가 영국의 '미스터 빈'처럼 적극적으로 영화화 되지는 못했다. 철저하게 아동용 눈높이에 맞춘 캐릭터로만 영화에서 머물러 있어야했다. 비단 심형래 뿐만 아니라 배삼룡, 이경규, 이창훈(맹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든 코미디언들이 한국 코미디영화에서 제대로 자신의 캐릭터를 정착 시키지 못했다. 이유가 어떻든 상당히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라스트 갓파더>는 최소한 <디 워>보다 영화적으로 발전했다. 심형래 감독의 연출력은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덤 앤 더머>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촬영을 맡은 마크 얼원과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조로> 등에서 미술을 담당한 세실리아 몬티엘, 여기에 각본을 조엘 코헨과 알렉 소코로브가 부족한 부분을 매워 주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텔이 영구의 아버지 돈 카리니로 출연하고 있으니 배우들까지도 만족할만하다.

영구(심형래)는 아무리 봐도 모자란다. 하지만 마피아 대부인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만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하는 행동도 덜 떨어지고 생긴 모습까지도 덜 떨어지는 자신의 아들 영구에게 조직을 물려주려 한다. 영구가 나타나면서 조직의 2인자였던 토니5세(마이클 리스폴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당연히 자신이 다음 두목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영구란 인물이 나타나면서 자신의 지위가 흔들리게 된 것. 여기에 더 힘든 일은 그가 영구를 마피아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맡게 된 것이다.

영구는 마피아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으면서 갖가지 사고를 일으킨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영구의 마피아 수업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어느 날 그는 라이벌 마피아 조직인 본판티(존 폴리토)의 외동딸 낸시(조셀린 도나휴)를 구하게 된다. 도저히 같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계기다.

여기에다 영구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상가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벌렸던 갖가지 일들이 오히려 인기 상품이 되면서 도시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유명인까지 된다. 이제 그의 모든 일이 순탄할 것 같지만 큰 위험이 닥치기 시작한다. 본판티 조직의 2인자 비니(제이슨 미웨스)가 낸시를 납치해서 영구의 짓으로 꾸민 것. 과연 영구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1시간 40여분 동안 이어지는 영구의 슬랩스틱 코미디 과연?

▲ 라스트 갓파더 스틸컷 ⓒ ㈜영구아트


<라스트 갓파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구의 캐릭터를 책임지고 있는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를 이룬다. 사실 영화에서 보여준 내용 자체가 할리우드에서 정형화 되어 있는 가족 코미디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미에서 과연 심형래가 만들어낸 영구라는 캐릭터가 통할 것인가'다.

그리고 한국 관객들에게는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여 북미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구란 캐릭터가 한국과 같은 감성을 불러 일으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이런 부분들은 사실 감독의 연출력과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우선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심형래의 영구 캐릭터는 국적불명의 인물이 되어버렸단 생각이 든다. 차라리 영구란 캐릭터에 집착하지 말고 영구의 이미지만 차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배역 이름에 꼭 영구란 이름을 넣을 필요가 없었단 의미다. 배역 이름에 영구란 이름이 들어가면서 한국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당연히 예전에 봤던 영구의 대표적인 행동과 모습일 것이다.

물론 <라스트 갓파더>에는 코미디언 심형래가 보여주었던 각종 캐릭터들의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영구뿐만 아니라 그가 한국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캐릭터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다. 굳이 영구란 캐릭터에 집착할 필요 없었단 의미다.

더 중요한 것은 영구가 보여준 슬랩스틱 코미디가 과연 미국관객들에게 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부분에서도 '미스터 빈'이란 로완 앳킨슨가 만든 캐릭터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그 역시 황당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TV드라마와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통한 바보 연기의 1인자를 생각해보면 된다.

여기에다 과연 심형래 감독이 만든 영구란 캐릭터가 로완 앳킨슨뿐만 아니라 <덤 앤 더머>의 짐 캐리,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밴 스틸러,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스티브 카렐, <더 행오버>와 <듀 데이트>로 큰 성공을 거둔 잭 가리피아나키스, <나쵸 리브레>의 잭 블랙, <웨딩 크래셔>의 빈스 본 같은 북미 코미디영화 스타들이 만든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현지에서 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 영구 캐릭터가 국적불명이 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결국 한국과 북미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캐릭터의 웃음 포인터가 상당부분 사라지고 만 것이다. 한국과 북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웃음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성공할 수 있는 포지션을 확실히 했다면?

▲ 라스트 갓파더 스틸컷 ⓒ ㈜영구아트


결국 <라스트 갓파더>에서 보여준 영구란 캐릭터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한국관객들에게 옛 향수를 일깨우면서 제법 웃음 주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에서 열거한 북미에서 성공한 코미디영화의 스타들이 만든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별 특징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영구가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북미 코미디배우들이 보여준 연기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뛰어나거나 웃음 강도가 세지 않다. 이런 부분들은 <라스트 갓파더>의 위치를 더 어정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슬랩스틱 코미디영화에서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딱 맞아 떨어지거나 작품완성도가 뛰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북미에서 성공한 코미디영화들 중에 화장실 유머나 과도한 슬랩스틱 코미디 그리고 성적인 농담이 안 들어간 작품이 어디 있었는가?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둔 북미 코미디영화들은 이야기가 부족해도 혹은 작품완성도가 부족해도 확실히 관객들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였다.

이런 면에서 심형래 감독의 이번 도전은 확실히 아쉽다. 이왕 북미에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북미관객들에게 확실히 통할 수 있는 할리우드 배우를 섭외하거나 혹은 기본적인 연출력을 갖춘 할리우드 감독을 구해서 캐릭터를 완성시키고 이야기를 끌고 나갔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영구란 캐릭터에 집착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더 북미에서 통할 수 있는 코미디영화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2월 29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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