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설마했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구나

[리뷰] 기타노 다케시 감독 적나라한 리얼 폭력 <아웃레이지>

10.12.04 10:34최종업데이트10.12.04 10:34
원고료로 응원
아웃레이지 스틸컷
아웃레이지스틸컷도키엔터테인먼트

<아웃레이지>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 작품. 그가 연출했던 폭력적인 영화들 <그 남자 흉폭하다>(1989년), <소나티네>(1993년), <하나-비>(1997년), <자토이치>(2003년) 등은 <아웃레이지>를 위한 전초전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보여준 폭력 수위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현실 속 야쿠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기 위한 교과서처럼 느껴질 정도.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폭력적인 야쿠자의 삶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특히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말이다.

<아웃레이지>가 이전 기타노 다케시 감독 작품과 성향이 또 다른 부분은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단 점이다. 아무리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도 입체감이 살아 있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장점이 이 영화에서 완전히 실종되어버렸다. 캐릭터가 없어진 자리는 리얼할 폭력과 잔인한 장면들이 대신 채운다. 너무나 사실적인 폭력장면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정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산노우회는 관동지방에서 가장 잘나가는 야쿠자조직이다. 어느 날 야쿠자 간부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본가의 부두목 카토(미우라 토모카즈)는 이케모토(쿠니무라 준)에게 심한 말을 퍼붓는다. 이유는 이케모토가 다른 조직인 무라세(이사비시 렌지)와 함께 사업을 하기 때문. 이제 본가 조직으로부터 어떻게든 눈 밖에 나지 않으려면 이케모토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 없다. 그는 자신의 부하인 오오토모(기타노 다케시)를 시켜서 무라세 조직을 와해시키려고 한다.

<아웃레이지>는 처음엔 조직간의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배후인물이 뒤에서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산노우회 회장 칸나이(기타무라 소이치)다. 오오토모 역시 이 사건을 배후조정하고 있던 산노우회 회장 칸나이의 장기 말에 불과했다. 칸나이 회장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조직을 뒤에서 조종하여 서로 싸우게 만듬으로써 1인자 위치를 굳건하게 유지해 온 인물이다.

결국 오오토모는 음모에 빠져서 이케모토까지 죽여 버린다. 이후 오오토모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조직과 조직원을 무사히 살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칸나이의 손길은 이미 오오토모 조직에게도 그 마수를 뻗쳐 놓은 상태.

야쿠자의 리얼 폭력만 있는 영화

아웃레이지 스틸컷
아웃레이지스틸컷도키엔터테인먼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든다 해도 <아웃레이지>는 야쿠자 폭력 외에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이야기는 극단적인 폭력이 난무한다. 우리가 흔히 야쿠자 영화하면 생각나는 잔인한 장면들이 작품에 거의 다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리얼하게 말이다.

혹시라도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인간적인 정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뒷받침해줄 힘을 가진 캐릭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그 기대는 초반부터 처절하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인간 같은 사람들이 단 한명도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음모와 배신만 넘쳐나는 야쿠자 조직원들의 폭력적인 이야기만 있다.

<아웃레이지>에서 보여준 야쿠자의 폭력은 조금의 판타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 기타노 다케시 감독 영화에 아무리 잔인한 인물이 등장해도 웃긴 상황설정이나 약간은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 붙일 구석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야쿠자 세계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모든 것들이 제거된 작품이다. 이렇게 되면서 영화는 야쿠자 조직원들의 폭력적인 성향만 과하게 표현되고 있다. 신체훼손 역시 아무렇지 않게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마치 최근에 개봉한 <악마를 보았다>와 연장 선상에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잔인함으로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야쿠자의 삶과 폭력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고 싶어 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관객에게 통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정이 주어지고, 그런 설정을 통해서 드라마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웃레이지>는 야쿠자가 등장하여 선사하는 진짜 리얼한 폭력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 다른 드라마가 거의 없다. 결국 영화의 드라마 구조에서 얻어갈 것이 거의 없단 이야기가 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관객들에게 야쿠자의 리얼 폭력은 좋은 소재거리가 아니다. 일본에서 뿌리 깊은 폭력단체로 그 유명세를 날리고 있지만, 한국에서 일본 야쿠자는 자국에서 만큼 공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을 벗어난 다른 나라에서 <아웃레이지>의 이야기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 아무리 폭력적이라도 인간적인 정과 유쾌한 설정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아웃레이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폭력영화 외에 다른 어떤 평가도 내리기 힘들 것 같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12월2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웃레이지 기타노 다케시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