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쏟아지던 지난 27일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았다. 멋보다는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우선인 중년이다 보니 뮤지컬을 보러 간다면서 등산화를 신고 길을 나섰다. 대학로에 들어서니 눈과 함께 들뜬 젊은 기운이 넘쳐난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하며 뮤지컬이 공연되는 '미라클 씨어터' 극장에 도착했다. 미리 온 몇 명의 일행들이 극장 좁은 로비에서 기다렸다. 더러 등산화를 신고 온 사람들이 보인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남은 즐겁다.
여덟 쌍 비슷한 연령대의 부부가 모여 함께 등산도 하고 가끔 여행도 한다. 회비를 모았다가 이렇게 연말에 문화생활도 함께 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에 모두 보지 않은 공연을 택하기가 쉽지는 않다. 비용문제도 있고 해서 대형극장에서 하는 유명한 공연은 따로 형편에 따라 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모여서 볼 때는 주로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찾아서 본다.
작년에 보았던 '그 자식 사랑했네'였던가. 바로 앞에서 젊은 배우들이 훌훌 벗는 성행위 퍼포먼스에 너무 민망해서 올 해는 조금 신중하게 선택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전 연령대를 감안한 공연이나 특별히 중년을 겨냥한 것이 아니면 대학로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작년에도 그랬다. 극장 안에 들어가 보니 조그만 공연장에 자리도 맨 앞자리였다. 16명의 중년 남녀가 쭉 앉아서 젊은 배우들이 벌이는 사랑 타령을 보고 있자니 우리도 민망했고, 연극을 하던 배우들도 나이든 관객 때문에 시선처리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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