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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마라톤 참여요? 보너스로 유혹했죠"

회사 내 마라톤 전파하는 박재호 와이즈넛 대표이사

09.12.30 12:00최종업데이트09.12.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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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주)와이즈넛'은 검색엔진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검색엔진 솔루션'이란 기업체 내부의 각종 정보들을 손쉽게 검색해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흔히 '포털'이라 불리는 사이트들의 '웹 검색서비스'에도 '검색엔진'이 들어가 있지만, 일반적인 '검색엔진 솔루션'은 비공개 정보, 즉 회사 내 정보망 검색 등에 쓰이는 검색시스템을 일컫는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마라톤, 인사고과 가산점에 보너스로

이처럼 하는 일이 '컴퓨터' 관련 일이다 보니 '와이즈넛' 직원들은 출근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게 된다. 담배, 커피, 화장실, 점심시간 등을 빼고 나면 책상 앞을 떠날 일이 없다고 한다.

박재호(51) 대표이사는 직원들의 이런 모습이 걱정됐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두드리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이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본인이 취미로 하고 있는 마라톤을 '권유'했다. 물론 직원들과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검색엔진 솔루션 전문기업인 '와이즈넛' 박재호 대표이사(51)는 마라톤 애호가로 회사 직원들에게도 마라톤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 김진석


"직원들은 하기 싫어하는데 제가 억지로 시키는 거죠.(웃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로 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나 화장실 가는 것 빼면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는 사람도 많죠. 그래서 살찌는 사람도 많고….  직원들의 건강을 목적으로…. 물론 제가 좋아하니까 가능한 것인데, 제가 하는 김에 같이 해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표이사가 권하는 운동이라지만 사실 마라톤이란 게 그리 쉽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운동이 아니다. 그래서 박 대표가 생각해 낸 것이 '동기부여'다.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에겐 보너스도 지급하고 인사고과에 가산점도 부여하는 이른바 '당근'을 제공한 것. 

당근 작전 성공, '목요일마다 마라톤 하자'

"처음에 마라톤 하자고 하니까 반발도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마라톤 하다가 불미스런 사고도 많았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운동하면 위험하지 않겠냐는 (직원들의) 우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가볍게 5km정도부터 시작했죠. 그리고 회사차원에서 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당근'도 제공하기 시작했고요. 그 결과 요즘은 직원들도 하프정도는 달리고 있습니다."

'당근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5km도 못 뛰던 직원들이 10km를 넘어 이제 하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처음에 80~90명 가까이 참여하던 직원들이 제법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와이즈넛' 내부에 목마회(목요일마다 마라톤을 하자)라는 동호회까지 생겼던 것. 직원들 개인적으로도 대회에 참여하면서 점차 마라톤에 대한 욕심을 키워나간 경우가 많다.

"저도 처음에는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것도 아니고 해서 (마라톤은)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성취감, 자신감 같은 게 생기게 되더라고요. 다음 대회에서는 지금보다 좀 더 빨리 달려야겠다는 도전적인 생각도 들고요. 저 뿐만 아니라 참가하는 동료들도 이런 의욕을 갖고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하더군요." - 김영래 마케팅 차장.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와이즈넛' 직원들 모습. ⓒ 와이즈넛


포기하려던 순간 나타난 '무명 스승'

사실 직원들에 대한 박 대표의 마라톤 '권유'는 자신이 마라톤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도 관계가 있다. 박 대표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해도 마라톤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동창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이기지 못해 마라톤 동호회 창단에 참여했고, 그것으로 마라톤과 인연이 시작됐다.

그렇게 마라톤과 인연을 맺게 된 박 대표는 처음으로 출전하는 마라톤대회에서 '하프'구간에 도전했다. 사실 별다른 연습이나 훈련 없이 출전한 대회인 만큼 완주 자체가 무리였다. 당시 박 대표는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고, 사실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가 '최종 포기'를 선택하려던 순간 이름 모를 한 마라토너가 박 대표의 곁에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박 대표가 '먼저 가시라'고 손짓을 해도 그 회원은 끝까지 함께 달리겠다며 박 대표를 코치했다. 몇 번을 포기하려는 박 대표를 위해 뛰는 요령과 호흡법, 그리고 근육 스트레칭을 실시해 주며 곁에 서 있었다.

박 대표는 "1km도 더 달리기 힘들었지만 그분의 진지함에 고마우면서 죄송한 마음이 앞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3~4차례 주저앉기를 반복한 끝에 박 대표는 비록 꼴찌였지만 완주했고, '꼴찌를 위한 갈채'의 주인공이 됐다.

박 대표는 그 날 이후 이름도 모르는 그 마라토너를 자신의 '멘토(Mentor)'로 삼았다. 그리고 그날의 일들을 정리해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자신이 마라톤을 통해 경험했던 것들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이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마라톤을 권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만 있는 직원도 있겠지만... 그래도 권유하는 이유

"이 나이에 기록을 당기기 위해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건강을 위해 달리면서 함께 즐기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무리하게 달리지는 않습니다. 대신 한 번도 포기한 적은 없지요. 마라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속도로 끈기 있게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치 인생이 그러하듯이…."

이처럼 그의 마라톤 사랑은 '은근'하면서 깊다. 각종 대회 출전을 위해 매일 연습을 하거나 기록갱신을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 할 만큼 애정이 많다. 그는 포기하려던 자신과 끝까지 달려줬던 이름 모를 마라토너를 자신의 정신적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저는 어쩌면 마라톤 '마니아'라고 부를 정도는 아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완주 후의 성취감과 희열은 마니아 못지않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고비가 있기 마련인데 마라톤이 이러한 고비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지요. 스스로 고비를 극복하는 용기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직원들도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는 여전히 직원들에게 마라톤을 '권유'한다. 불만이 있으리란 것도 안다. 하지만 자신이 마라톤을 통해 배운 것들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다. 마라톤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있고,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와이즈넛 마라톤 박재호 목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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