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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제한 없지만 '정회원' 제한은 있습니다"

회원가입 까다로운(?) 인천 '남동마라톤동우회'

09.12.30 11:52최종업데이트09.12.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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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늦잠을 즐기는 주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이 '모두'를 대신할 순 없다. 언제나 '예외'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일요일. 유난히 날씨가 매서운 이 날도 주말을 '예외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인천대공원 정문 앞에 모였다. 새벽 6시 '호~호~' 입김을 몰아쉬며 모여든 사람들은 바로 '남동마라톤동우회' 소속 마라톤 동호회원들이다.

추운 날씨에 모자를 덮어쓰고 귀를 가린 몸은 조금 움츠려 있지만 표정은 밝다. 김기수 회장과 안직영 총무를 비롯한 회원들은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시작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끝내고 달리기 시작하자 이내 추운 기색도 사라졌다. 그들은 서서히 달리기에 몰입해 갔다.

회원 80% 이상이 풀코스 완주 경험

'남동마라톤동우회'는 2001년 제1회 인천마라톤대회와 함께 출발한 동호회다. 김기수 동호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동호회라고 한다.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는 몇 몇 회원들이 모여 시작된 동호회라는 뜻에서 이름도 '남동'으로 정했다. 하지만 지역이 다르다 해서 가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연수구, 부천 등 인근에 거주하는 회원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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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현재 80여명의 회원 모두가 단결력이 좋아 '단체활동'에 강한 동호회라고 자부한다. 대부분의 동호회가 그렇듯 '남동' 역시 동호회 활동의 기본 목적은 회원간 친목다지기와 건강 챙기기다. 하지만 회원의 80%이상이 풀코스 완주경험을 갖고 있을 만큼 마라톤에 대한 열정도 강하다.

주 연습 장소는 인천대공원으로 회원별로 수준을 나눠 맞춤형 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김 회장은 "마라톤은 그냥 달리기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 기술과 체계적인 훈련이 따라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부로 자신의 수준 이상으로 훈련하다보면 부상을 입게 마련이라고 한다.

A그룹부터 D그룹까지 4단계로 나눠 훈련을 실시하는데 A그룹은 동호회 내 최고 실력자들로 구성됐다.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순위권(5위 이내)에 드는 '전문가' 수준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하며 주로 속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많이 한다.

B그룹 회원들 역시 잘 달리는 회원들이다. 역시 선수들 역량에 맞춰 스피드와 지구력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C, D그룹도 비록 초보로 분류되긴 하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다소 까다로운 정회원 되기... 대전에서 동계훈련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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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은 훈련만큼이나 회원가입도 까다로운 편이다. 그냥 '가입하겠습니다'라며 회비를 낸다고 정회원이 되는 게 아니다. 3개월 간 훈련참여도, 성실도 및 기존 회원들과의 관계 등을 꼼꼼히 지켜본 뒤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회원 한 사람이 동호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같은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남동'에겐 신입회원 한사람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3년 전 <인천일보>가 주최한 '강화해변마라톤대회'를 손꼽는다. 많은 회원들이 참가해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모두 완주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두 명의 회원을 놓고 누가 이길지 회원들끼리 내기를 한 것도 또 다른 재미였고.

'남동'은 동계훈련도 실시한다. 마라톤대회로 유명한 대전 계족산으로 동계훈련을 간다. 김 회장 개인적으로는 해마다 제주도에서 순환도로 일주, 40km씩 4일간 달리는 대회가 있는데 이번에 참가 못했다.

"제가 회장을 맡고 나서 회원 수도 늘어나고 회원들이 훈련도 열심히 해 주시고 대회 참여도 열심히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재미있는 동호회 생활을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언제나 가족같이 서로 격려해주는 '남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잘 달려온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김 회장은 내년에도 올해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며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팔뚝에 적어 놓은 목표는 서브3였는데...
안직영 총무 "레이스 초반 자만심 때문에"

'남동마라톤' 안직영 총무는 지난 3월 하나의 목표를 두고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는 '꿈의 기록'이라 불리는 '서브3'(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안 총무는 대회를 하루 앞둔 14일 저녁 자신의 팔뚝에 서브3 기록에 맞춰 구간별 목표 기록을 적어 넣었다. 그는 자신의 팔뚝에 새겨 넣은 기록을 곱씹으며 "이대로만 가자, 그러면 서브3"라고 다짐했다.

대회 당일. 그는 집 근처 동암역이 아닌 주안역에서 열차에 올랐다. 다리 보호를 위해 좌석에 앉아서 가기 위함이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대회 출발지인 서울시청. 그는 처음부터 서브3를 돕는 '페이스메이커' 풍선 뒤에 섰다. 오직 '풍선만 따라가자'는 생각이었다.

총성이 울리고 안 총무는 수많은 마라토너들과 함께 달려 나갔다. 1km를 지나고 5km를 지나면서 안 총무는 '페이스메이커가 조금 빠르게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역시 동계훈련을 착실히 하니 뭔가 다르네'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믿었다.

10km를 지나자 예상시간보다 1분 이상 빨랐다. 하지만 안 총무는 여전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하프까지만 이 상태로 달리면 서브3'라고 생각하며 계속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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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구간 통과 기록은 1시간 28분 30초. 조금 빠르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오늘은 무조건 서브3'고 확신했다. 달리면서 골인 지점에서의 퍼포먼스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면 회원들에게 영광의 서브3 달성 순간을 자세히 이야기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30km도 예상시간보다 1분이나 빠르게 통과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안 총무는 '마라톤의 벽'이라 부르는 32km 구간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무거워지고 허벅지 근육이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35km 구간을 지나니 예상보다 1분 이상 벌어졌다. 3km 동안 2분이 넘는 시간을 손해 본 것이다.

남은 거리는 7km, 그는 서서히 무너져 갔다. 서브3 기록은 이미 물 건너갔고 자신의 최고기록인 3시간 8분대도 39km 구간을 지나며 포기해야 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입구를 들어섰을 때는 이미 모든 기록을 포기한 상태. 마지막 전력질주를 하고나니 기록은 3시간 11분 40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30km까지는 자신도 서브3 주자가 될 줄 알았는데 레이스 초반 자만했던 마음가짐이 이렇게 혹독한 결과를 낳다니…. 서브3를 달성하면 회원들에게 '밥 한 끼'사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는데 안 총무의 도전은 결국 그렇게 실패하고야 말았다.

안 총무는 이번 결과를 통해 확실하게 배웠다. '자신감'이 '자만심'이 됐을 때 돌아오는 결과가 무엇인지 말이다. 하지만 원래 마라톤이란 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운동 아니던가. 이번 대회에서는 '자만심'의 결과를 배웠다. 다음 대회에서는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안 총무는 다음 대회에서는 '배움'도 좋지만 '서브3 달성의 '기쁨'을 느껴봐야지 하고 다짐했다.

남동마라톤 마라톤동호회 김기수 안직영 서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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