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속해있는 '용왕산마라톤클럽' 회원들이 목동운동장 주경기장을 달리고 있다.
한승호
'아니, 벌써 달리는 거야?'
예상했던 것보단 몸풀기가 가볍게 끝난 것 같았지만 달리는 것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서른 초반의 나이와 가끔이긴 하지만 집앞 학교 운동장 꽤나 달렸던 몸 아닌가.
선두에 선 회원을 따라 운동장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8번레인을 따라 돌면 한 바퀴가 약 450m쯤 된다고 한다. 굉장히 넓어 보이는데 고작 그것밖에 안되나 싶었다. 내가 달린 중학교 운동장도 운동장 외곽으로 크게 뛰면 최소 400m는 된다고 믿었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마음속으로 집 앞 중학교 운동장과 목동운동장의 넓이를 비교하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트랙을 한 바퀴 다 돌았다.
한 바퀴. 고작 450m다. 이건 어디 가서 '달렸소'라고 말하기도 뭣한 짧은 거리다. 그런데 몸에서 뇌로 이상 신호를 쏘아보내기 시작했다. 숨이 차거나 발목, 무릎이 아프진 않았지만 뭔가 '께름칙'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생각보다 빠른 '속도'가 문제였다. 이것 저것 잡생각을 하느라 미처 몰랐는데, 우리 동호회 사람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 속도로 4~5바퀴쯤 달렸을까? 그러니까 2km쯤 달렸을 때 일이다.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숨도 물론 가빴다. 그런데 허리의 통증과 가빠진 호흡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제 고작 2km를 달렸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아무리 운동을 게을리했기로서니 고작 2km에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정하군 훈련부장에게 코치를 받고있는 기자.한승호
"힘들면 천천히 달려. 급하게 달릴 이유 없잖아."
정하군 훈련부장이 내게 말했다. 나의 상태를 눈치 챈 모양이다. 정 부장은 내 곁에서 호흡법부터 팔을 흔드는 법, 그리고 최대한 '걸음'에 가깝게 '뛰라'는 '요상한(?)' 주문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요상한 주문에도 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왜? 정 부장은 그렇게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 하나 차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나는 결국 이날 10km를 완주하지 못했다. 첫 수업에서부터 '낙오'를 한 것이다. 5월에 있을 '오마이뉴스 강화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쳐 놓았는데 참 꼴 좋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허리도 아프고 나중에는 무릎까지 아파왔다. 숨이 턱밑까지 찬 것은 당연하고. 사실 지금도 허리에서 어깨에 이르는 등쪽이 아프다.
훈련부장은 나의 실패를 '무리한 질주' 때문이라 했다. 처음 달리는 사람이 중고수들의 속도를 맞추려 한 게 무리였다는 것이다. 아마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고 말해주지 않은 것은 직접 경험해 보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뭐, 덕분에 정말 제대로 배우긴 했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 비록 나의 마라톤 도전 첫번째 훈련은 '장렬하게' 실패했지만 앞으로 2차, 3차 도전을 통해 그날의 치욕을 씻어낼 것이다. 오마이뉴스 강화마라톤 대회까지는 아직 많은 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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