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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연패' KEPCO45, 프로 최초 승률 0% 될까

[프로배구] 개막 후 1승도 챙기지 못한 '제5구단' KEPCO45

09.01.29 16:13최종업데이트09.01.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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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로농구(KBL) 대구 오리온스의 1998-1999 시즌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오리온스는 김병철, 전희철, 박재일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입대하고, 외국인 선수 그렉 콜버트가 시즌 초반에 돌연 미국으로 떠나면서 전력이 급격하게 약해졌다.

 

결국 오리온스는 98-99 시즌에 3승 42패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승률은 고작 6.6%였고, 32번의 연속 패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 프로농구(NBA)의 기록(25연패)마저 훌쩍 뛰어 넘었다.

 

그런데, '영원한 전설'로 남을 듯 했던 오리온스의 98-99 시즌에 도전(?)하는 팀이 등장했다. 창단 5년 째를 맞는 프로배구의 '제5구단' KEPCO45다.

 

치열한 순위 싸움, KEPCO45전에도 총력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제5구단' KEPCO45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제5구단' KEPCO45 ⓒ KEPCO45

 

지난 시즌까지 '아마추어 초청팀'으로 리그에 참가했던 KEPCO45는 이번 시즌부터 한국배구연맹의 '준회원'으로 가입하며 '프로구단'으로 새 출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 신고식'이 너무 가혹하다. 개막 후 18연패. '신생팀 돌풍'을 일으키기는커녕, 아직 마수걸이 승리조차 챙기지 못했다. 

 

프로배구는 각 팀이 정규리그에서 35경기를 치른다. KEPCO45에겐 아직 17번의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러나 KEPCO45의 전력과 V-리그의 진행 상황을 보면, KEPCO45에게 남겨진 17번의 기회가 결코 많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V-리그 남자부의 순위 경쟁 구도를 살펴 보자.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2경기 차이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고,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와 대한항공 점보스는 승차없이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에게는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이 주어지고, 3위팀은 '플레이오프행 막차'를 탈 수 있다. 상위 4개 팀 모두 한 경기, 한 경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KEPCO45가 '아마추어 초청팀'이던 시절에는 방심한 프로팀의 덜미를 잡으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제는 '같은 프로팀'이기 때문에 상위권에 있는 팀들이 KEPCO45전에도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한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KEPCO45로서는 2m가 훌쩍 넘는 장신의 외국인 공격수가 내뿜는 위력적인 스파이크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신협상무, KEPCO45의 장점을 흡수한 '천적'

 

 과거 한국전력의 공 배급을 담당하던 김상기는 현재 신협상무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과거 한국전력의 공 배급을 담당하던 김상기는 현재 신협상무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구단을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면, 이제 남은 팀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동등한 조건을 가진 '아마추어 초청팀' 신협상무 뿐이다. 그러나 KEPCO45는 이번 시즌 신협상무에게도 4전 전패를 당하고 있다.

 

이번 시즌 신협상무의 전력은 상당히 탄탄하다. 병장이 된 김상기 세터와 리베로 이강주, 공격수 임동규, 김달호, 센터 김철홍 등이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고, 삼성화재에서 '조커'로 활약하던 김정훈의 가세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MVP' 안젤코 추크가 풀타임으로 활약한 '무적함대'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프로 출범 후 상무가 삼성화재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신 공격수가 없는 KEPCO45의 경쟁 무기는 '끈끈한 조직력'과 '끈질긴 수비'였지만, 김상기 세터를 비롯해 남재원, 이상현 등 KEPCO45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입대한 지금은 그 장점마저도 신협상무의 것이 되고 말았다.

 

지난 28일 경기에서도 KEPCO45는 신협상무를 맞아 세트 스코어 0-3으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3세트에서는 레프트 이영준, 세터 최일규 등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기세가 오른 상무의 패기를 당해낼 수 없었다.

 

신협상무는 조직력을 앞세운 KEPCO45를 상대로 '더 뛰어난 조직력'으로 '맞불'을 놓는 팀이다. 비록 외국인 선수는 없지만, KEPCO45에게는 가장 껄끄러운 팀이라 할 수 있다.

 

'전패 위기' KEPCO45, 처참한 프로 신고식

 

남은 시즌에도 KEPCO45의 호재는 거의 없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갑자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고, KEPCO45에게 지명을 받고 독일리그로 떠난 문성민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국내로 유턴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다소 이른 걱정이긴 하지만, 만약 KEPCO45가 남은 17번의 경기를 모두 패하게 되면,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의 승률 0% 팀이 탄생함과 동시에 98-99시즌 대구 오리온스의 32연패 기록도 갈아 치우게 된다.

 

한국배구연맹의 끈질긴 설득 끝에 어렵게 프로화를 결정한 '제5구단'의 첫 걸음이 초라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2009.01.29 16:13 ⓒ 2009 OhmyNews
프로배구 V-리그 KEPCO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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