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골든글로브 감독상, 대니 보일의 화려한 귀환

<슬럼독 밀리어네어> 골든글로브 4관왕

09.01.13 10:44최종업데이트09.01.13 14:23
원고료로 응원
@IMG@

2008년 미국작가조합 파업으로 시상식이 취소되는 파행을 겪었던 골든글로브가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 13일 열린 제66회 골든글로브의 승자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되었다. 이 작품은 골든글로브가 개최되기 4일전 열렸던 제14회 비평가 초이스 시상식((Critics' Choice Awards)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신인배우상, 작곡상 등을 휩쓸며 골든글로브 수상 역시 점쳐지기는 했지만 노미네이트되었던 모든 부분에서 전부 수상할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제66회 골든글로브 영화부분은 영화드라마 여주주연상과 조연상을 모두 휩쓴 케이트 윈슬릿과 영화부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압축해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제66회 골든글로브에서 가장 반가웠던 인물은 자신의 천재성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던 대니 보일 감독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지난 영화를 떠올려보면 천재성에 감탄했던 작품과 도저히 이 작품이 그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는 영화들이 혼재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2004년 <밀리언즈>와 2007년 <선샤인>의 흥행성공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에서 예전 대니 보일 감독 작품과 같이 뛰어난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장면이었다.

대니 보일 감독은 기본 제작비가 거의 1000만불을 넘지 않는 작은 영화를 만드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인 감독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거대 헐리우드 자본이 투자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흥행 역시 대실패를 거두었다. 그가 처음 헐리우드에 데뷔했던 1997년작 <인질>은 북미에서 400만불 흥행수입을 거두며 실패한다.

하지만 <인질>의 실패는 다음 작품을 위한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비치>(2000년)는 5000만불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397만불, 그 외 지역에서 1000만불을 기록, 전 세계 총 흥행수입이 1440만불에 불과할 정도로 엄청난 실패를 거두게 된다. 사실 이 정도의 실패면 다시는 헐리우드에 복귀하지 못할 정도의 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패는 이전 그의 작품을 떠올려보면 더욱더 속이 쓰린 것이 현실이다. 그를 처음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려준 1996년작 <트레인스포팅>은 대니 보일 감독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헐리우드 영화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던 영국영화의 부흥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평론가들 대부분이 이 작품을 계기로 영국영화가 헐리우드 종속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완전히 독립된 영화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극찬을 받았을 정도다. 1990년대 영국 영화는 대니 보일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이런 대니 보일 감독이 헐리우드 자본을 투자받아 만든 작품들이 연속으로 흥행 대실패를 하면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놀라 만큼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비치>(2000년) 이후 그의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관람할 수 없을 거란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비치>(2000년)의 대실패는 그를 재기불능에 가까운 K.O 상태로 몰아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발휘하며 화려하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 작품은 다름 아닌 2002년작 <28일 후>이다. 이 작품은 웃지 못 할 사연이 많은 작품이다.
<비치>(2000년) 실패 후 대니 보일 감독은 한 작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 작품은 바로 <비치>(2000년)의 원작자인 알렉스 갈란드의 오리지날 시나리오였다. <비치>(2000년)가 대실패를 했는데 <비치> 원작자의 시나리오를 <비치>(2000년) 연출을 맡았던 대니 보일 감독이 다시 연출한다고 했을 때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

겨우 겨우 800만불을 모은 대니 보일 감독은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헐리우드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았을 때 대니 보일 감독 작품은 "이런 것이다" 시위라도 하듯이 그는 뛰어난 좀비 영화를 탄생시킨다. 좀비 영화의 걸작이라 불리는 <28일 후>(2002년)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관객들 곁으로 왔다.

이 작품은 800만불이란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좀비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흥행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북미에서 1407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4500만불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그 외 지역에서 3765만불의 흥행수입을 보태어, 총 흥행수입은 8271만불에 달했다. 제작비의 10배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 것이다. 천재감독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이후 그가 연출했던 2004년작 <밀리언즈>와 2007년작 <선샤인>은 흥행에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대니 보일 감독 작품 안에서는 평범한 작품으로 인식되었다. 2002년 <28일 후> 이후 영화팬들에게 임팩트 있는 작품을 내어놓지 못하면서 그도 이제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과 같은 전철을 밝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게 된 것은 그가 <28일 후>의 속편 <28주 후>(2007년) 제작과 기획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북미 2863만불, 그 외 지역 3559만불, 총 흥행수입 6423만불로 흥행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슬럼독 밀리언네어>를 통해 말끔히 사라졌다. 그는 여전히 뛰어난 연출실력과 영화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확인 시켜주었다. 그에게 내재되어 있는 천재적인 감각이 아직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슬럼독 밀리언네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슬럼독 밀리언네어> 성공을 통해 화려하게 다시 복귀한 대니 보일 감독이 어떤 작품으로 다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 기다려진다. 그리고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앞으로 대니 보일 감독이 헐리우드 거대시스템에 자신의 천재성을 죽이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끝으로 <슬럼독 밀리언네어>는 개봉 61일 현재, 북미에서만 3400만불 흥행수입을 거두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흥행수입은 단지 614개 극장에서만 거둔 수입이다. 이 작품은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등 4관왕에 오르며 확대개봉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흥행수입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골든글로브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