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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2008 한국스포츠를 빛낸 스타들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빛낸 작은 거인들

08.12.30 10:31최종업데이트08.12.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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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한계를 넘어서고자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 있다. 국내·외를 누비며 스포츠 스타들이 펼친 투혼과 감동의 순간을 돌아보다보면 진정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가능이란 없다'는 믿음과 희망을 일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포츠를 통하여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만방에 떨친 슈퍼 코리언들이 있었기에, 온갖 어려움과 사건사고 속에서도 올 한 해 동안 국민들은 크나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 '야구 버라이어티'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그야말로 매 경기 각본 없는 드라마를 거듭한 끝에, 미국·일본·쿠바 등 세계 강호들을 줄줄이 무너뜨리고 마침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외신도 극찬한 9전 전승의 완벽한 퍼펙트 우승, 준결승 일본전에서 이승엽의 짜릿한 역전 홈런, 쿠바 전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정대현의 마지막 병살타 유도는 ‘야구 버라이어티’ 드라마의 짜릿한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베이징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막을 내리는 마지막 올림픽의 챔피언이 되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올림픽의 영광은 프로야구에 까지 이어지며 13년 만에 5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등 올해 한국 야구의 화려한 르네상스를 열었다.

 

■ ‘우승제조기’ 박지성

 

‘산소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클럽 월드컵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다. 2000년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래, 일본 -네덜란드(PSV 에인트호번)-잉글랜드 등 3개국을 거치며 8년간 무려 11회의 우승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우승제조기’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이어갔다.

 

여드름이 가득하던 풋풋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청년은 이제 세계 최고의 클럽 맨유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으며, 국가대표 팀에서도 캡틴의 자리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선수로 떠올랐다.

 

■ ‘힘의 신’ 장미란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은 세계 역도의 역사를 다시 썼다. 8월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75㎏이상급에서 무려 5차례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인상 140㎏, 용상 186㎏을 기록, 합계 326㎏으로 금메달을 땄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그녀의 파워에, 많은 팬들은 ‘스피드의 신’ 우사인 볼트(육상), ‘하늘의 신’ 이신바예바(장대높이뛰기) ‘물의 신’ 마이클 펠프스(수영)과 함께 ‘힘의 신’으로 칭송하며 베이징올림픽에서 가장 압도적인 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천진하고 밝은 미소 뒤에 불굴의 열정과 근성으로 무장한 장미란의 아름다운 도전은 스포츠 선수에게서 미의 기준을 바꾸어놨다는 찬사를 받았다.

 

■ ‘마린보이’ 박태환

 

‘마린보이’ 박태환(19, 단국대)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의 기록으로 한국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어 남자 자유형 200m에서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따내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래,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수영 불모지’ 한국의 수영 역사를 다시 쓰는 젊은 천재의 탄생이었다. 서구인들에 비하여 체형상 절대 불리하다는 편견과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수영에서 당당히 세계를 정복한 박태환은, 진정 "불가능은 없다"라는 자신감을 전 국민들에게 불어넣었다.

 

■ ‘피겨요정’ 김연아

 

여름엔 박태환이 있었다면 올 겨울에는 ‘피겨요정’ 김연아가 있었기에 행복했다. 귀엽고 여린 외모와는 달리, 빙판 위에서 누구보다 우아하고 강렬한 카리스마는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올해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2년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고,  지난 10월 2008-2009 ISU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컵 오브 아메리카' 여자 싱글 금메달을 시작으로 11월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우승까지, 무려 그랑프리 5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에게 밀려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18세 약관의 나이에 성적과 주변의 관심에 대한 높은 중압감을 이겨내고 높은 성과를 이룬 신세대 ‘국민 여동생’의 아름다운 도전에 많은 팬들이 박수를 보냈다.

 

■ ‘골프여제’ 신지애

 

2008년은 세계 골프계에 신지애(20.하이마트)라는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뚜렷히 각인시킨 한해였다. 신지애는 국내 골프 사상 최초로 한·미·일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며 3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올해 3월 일본여자프로골프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 우승을 비롯하여, 비회원 자격으로 처음 참가한 LPGA에서 3회의 정상포함, 모두 여섯 차례나 톱 10에 들었다.

 

국내 무대에서는 7승을 거두며  한시즌 상금 7억 원을 돌파했다. 남녀골프를 통틀어 7억 원을 넘은 선수는 신지애가 유일하다. 특히 지난 11월 LPGA ADT 챔피언십에서는 노장 카리 웹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며 1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은퇴 이후, 세계 골프계를 이끌 주인공은 바로 신지애가 될 것이다.

 

■ ‘부활한 차붐’ 차범근

 

선수로서는 한국축구 최고의 레전드였지만,  지도자로서는 유난히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와야 했던 수원 삼성 차범근(55) 감독은 올 시즌 수원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 컵대회 우승의 2관왕으로 이끌며 ‘차붐 신화’를 재현했다.

 

4년만에 정상에 복귀한 수원은 K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네 번째 별을 가슴에 추가했다.  젊은 선수와 벤치멤버들을 육성하고 믿음의 리더십으로 포용한 ‘차붐의 변화’가 우승의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K리그는 올 시즌 프로축구 총 관중은 294만5천400명을 기록, 2005년 기록했던 287만3351명의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넘어섰으며, 특히 수원은 홈경기에서 총46만9917명(경기당 평균 2만2377명)을 동원하며 프로축구 최고 인기구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 ‘한국 스포츠 외교의 새 희망’ 문대성

 

몇 년간 스포츠 외교에서는 침체기를 거쳐야했던 한국 스포츠에 오랜만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32) 동아대 교수는 아시아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올림픽 위원회 선수위원이 되었다. 문대성은 선수위원 투표 결과, 총 7216표 중 3220표를 얻으며 후보자 29명 중 1위를 차지하며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9월 박용성 전 IOC 위원이 자진 사퇴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이 남으며 스포츠 외교력의 위상이 눈에 띄게 약화되었던 한국은, 문대성의 IOC 선수위원 당선으로  큰 힘을 얻게 됐다. 다가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비롯하여,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다시 높이는데 새로운 빛이 될 전망이다.

 

■ ‘1등보다 빛났던’ 그들 각자의 드라마

 

베이징올림픽은 수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스타 탄생의 무대였다. 배드민턴 남녀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뒤 윙크 세리머니로 전국의 누나들을 설레게 한 ‘살인 윙크’ 이용대와 이효정을 비롯하여, 유도의 최민호, 사격의 진종오, 남녀 단체전을 석권한 양궁과 전체급을 석권한 태권도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올림픽을 전후하여 국내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인자나 인기스타 위주의 편중된 관심도를 벗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당하는 2인자나 비인기종목에 대한 재조명 바람이 유난히 활발했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 결과와 성적 지상주의에만 연연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과정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현상.

 

'우생순´으로 유명한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준결승 노르웨이전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오심으로 결승진출에 실패했으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헝가리와의 3·4위전을 승리하며 '정정당당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료 1분을 남겨놓고 은퇴를 앞둔 노장들에게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배려한 임영철 감독의 제자 사랑도 값진 감동을 선사했다.

 

남자 유도 73kg급 은메달을 수상한 왕기춘(용인대)은 8강전에서 갈비뼈가 골절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준결승과 결승을 모두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남현희(서울시청)는 11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 한국 여자펜싱 사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메달 여부와 별도로 최선을 다한 휴먼드라마로 기억되는 이들이 있다. 정덕화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높이의 열세를 딛고 세계적인 강호들에 맞서 8강 진출이라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역도의 이배영은 69㎏급 결승전 중 부상을 당해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투혼으로 깊은 감동을 남겼다. 복싱 대표 백종섭(28)은 네 살배기 아픈 딸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으나 기관지 파열로 아쉽게 기권해야했던 사연으로 많은 이들을 찡하게 했다.

 

2008.12.30 10:3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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