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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 이명박 지지자들이 꼭 봐야 할 영화"

임상수 감독, '충무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특유의 입담

08.09.12 09:16최종업데이트08.09.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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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장 역의 백윤식 강렬하고 눈부신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 chiffs


2008년 제2회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열기를 더해가던 9월6일 서울 중앙시네마 2관.  무삭제판으로 <그 때 그 사람들>(2005) 재상영을 앞두고 임상수 감독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 자리에서 임 감독은 2005년 법원 명령에 따라 다큐멘터리 3분 50초 가량이 삭제된 사실을 상기시킨 뒤, 자신은 '박정희 씨와 그 친구들'보다 더 큰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것은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에서 땅을 치고 통곡하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여러분과 저에 관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 왼쪽이 임상수 감독 지난 6일 중앙시네마 2관에서 관객과의 만남에서 특유의 입담을 펼치고 있다 ⓒ chiffs


2005년 2월 3일 개봉 당시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그 때 그 사람들>은 그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선정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3주 만에 막을 내려 흥행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 영화를 두고 '역사에 대한 버릇없는 접근'이라고 혹평하는 보수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는가 하면, '왜 좀더 세게 비판하지 못했느냐'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그 때 그 사람들>은 보-혁 양쪽 진영에서 동시에 푸대접 내지 협공을 받은 바 있다. 

결국 <그 때 그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둘러싸고 정치적 시야에 매몰된 사람들의 '묻지마' 논평 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요상한 천덕꾸러기처럼 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말았다.

그러나 무삭제판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한 바를 온당하게 이해하긴 힘들다. 잘 만든 옷의 양 소매를 싹둑 잘라낸 뒤의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 <그 때 그 사람들> 스틸 한 컷 한석규는 이 영화에서 주 과장 역을 맡아 슬럼프를 벗어나고 재기에 성공한다 ⓒ MK 픽쳐스


그날 상영전 행사에 나온 임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명박 시대에 이 영화를 보는 묘미가 새롭다. 이명박 정권을 만든 이는 바로 우리다. 그 정권을 운영하는 이들도 우리다. 이 영화는 이명박 지지자들이 꼭 봐야 할 영화다."

임 감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결국 <그 때 그 사람들>은 마지막 장례식 장면을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유족들과 추종자들이 끝까지 문제 삼은 '박정희 씨와 그 친구들'에 대한 블랙 코미디식 묘사는 화두를 던지기 위한 사전 장치에 불과했다.

▲ 임상수 감독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의 연출 의도를 말하고 있다 ⓒ chiffs


"별 덕도 보지 못한 힘없는 서민들이 한 압제적인 독재자가 떠나가는 길에 더욱 더 애통스럽게 우는 이유는 뭔가?" 이것이야말로 임상수 감독이 작품 전체 줄거리를 통해서 일반 관객과 자기 자신, 나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살았던 국민 전체를 향해서 던진 조롱 섞인 질문이자 야유다.

그때그사람들 10월26일 임상수 감독 백윤식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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