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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경기장, 좀 친절하면 안되겠니?

[올림픽 이모저모] 이렇게 하면 경기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08.08.21 00:22최종업데이트08.08.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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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인 2008 베이징 올림픽. 올림픽 개최 전의 우여곡절을 떠나 베이징은 현재 즐거운 스포츠 축제 분위기다. 거리에는 상냥한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경기장 안팎에서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축제 이전에 스포츠 경기라는 점을 놓고 볼 때 베이징 올림픽의 경기 안내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경기 일정과 선수 정보다.

남자체조 단체전 결승이 벌어졌던 지난 12일 국립실내체육관. 단체전이라는 특성 때문에 8개국에서 6명씩의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마 안마 철봉 경기 등으로 구성된 6개의 시합장에서 돌아가며 다른 나라와 대결하는 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따라서 최소 3~4개의 경기가 한번에 벌어지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 관중들에게 관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전광판이다. 하지만 체조 전광판은 체조 경기를 처음 본 팬이 보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였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이름은 잠깐 뜨고 1, 2, 3위를 기록중인 국가만 점수만 부각되어 나오기 때문에 4위부터는 점수가 어떤지 누가 어떤 경기를 펼치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

이날 체조 경기에서도 한국은 줄곧 상위권 바깥에 밀려 있어 득점 상황을 알기 어려웠다. 점수를 알고 싶다고 해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외면하고 전광판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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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움은 유도와 하키 경기에서도 지울 수 없었다. 유도 경기도 2개의 면에서 동시에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광판은 쉴 새 없이 선수 정보를 토해냈다. 8월 14일에 펼쳐졌던 유도 경기는 정경미와 장성호가 출전해 많은 한국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정보가 부실한 탓에 이 선수가 경기를 하고 나서 쉬고 있는지 아직 경기 전인지, 지금 치러지고 있는 경기가 32강인지 16강인지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던 응원단 사이에서는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키나 야구 경기에서도 양팀 선수들의 명단이 경기 직전에 잠깐 소개될 뿐 선수들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최소한 등번호와 이름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부족했다. 야구는 고정 전광판에서 투수와 타자 정보라도 뜨니 다행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프로야구보다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작은 종이에 일정과 출전 선수 명단이라도 담아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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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전광판 사정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경기 전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오늘은 어떤 경기이며 무슨 선수가 출전하는지 간략한 정보를 담은 프로그램을 나눠주면 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거창한 책자를 나눠줄 필요도 없다. 그저 작은 종이에 일정과 출전 선수 명단만 담아둬도 된다. 여기에 조금만 손을 보태면 대개 올림픽 경기를 처음 즐기는 사람들에게 해당 종목이 어떤 스포츠인지 설명해주면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엄청난 물자와 인력을 투입한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정작 스포츠를 알리는 점에서는 부족한 면이 눈에 띄어 아쉽다.

올림픽이 세계인이 모이는 제전이라고 해서 스포츠가 가진 특성까지 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축제를 즐긴다고 하지만 스포츠 자체를 즐기려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길이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스포츠의 대제전이 되기 위해서 2014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인천도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베이징 올림픽의 잘된 점과 보완점을 타산지석 삼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전광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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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전 : 2008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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