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
이동진
영화평론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동진. 블로그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1993년에 입사해서 14년간을 다니던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시작한 1인회사 '이동진닷컴'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서 이동진만의 영화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언제나 영화처럼'(
http://blog.naver.com/lifeisntcool)은 영화팬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인기 블로그이다.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글을 쓰는 자세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지요. <조선일보>에서는 감독 인터뷰를 해도 1시간 30분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그것을 정리하면 많아야 원고지 30매가 나옵니다. 신문 지면의 경우 전면을 통틀어 쓰는 내용도 원고지 18매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신문사 인터뷰는 1시간이면 됩니다. 저의 글쓰기도 이러한 처지에 맞춰지게 되죠. 지금 블로그로 진행하는 부메랑 인터뷰는 준비 기간만 일주일입니다. 해당 감독의 영화를 다 봐야 하고, 대사도 뽑아내야 하죠. 그래서, 영화 한 편 보는 데 3~4시간이 걸립니다. 5편을 본다고 해도 20시간이 걸리고 하루에 8시간 노동한다고 해도 3일이죠. 제가 누구를 인터뷰하고 몇 매로 쓸 것인지, 어떻게 다룰 것인지, 심지어는 교열까지 책임집니다. 그러니 더욱 욕심이 생기죠. 그렇게 쓰다보면 원고지 100매가 넘습니다. 예전에 신문사에서 쓰던 원고지 8매 기사와는 질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죠."블로그는 단순히 그의 일하는 방식만 바꿔놓은 것은 아니다. 야행성(?)인 이동진은 <조선일보> 시절 오전 10시 출근시간을 사수하지 못하는 상습 지각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출근 걱정없이 새벽 4시 넘어까지 마음껏 글을 쓴다. 블로그 때문에 자유를 얻은 이동진.
"블로그를 한 지는 1년밖에 안됐지만, <조선일보> 시절에 2001년부터 기자 홈페이지를 운영했습니다. 커뮤니티 같은 것인데요. 그래서, 일반 기자들보다는 독자들과 소통에 익숙했죠. 2002년부터는 홈페이지 회원들과 1년에 두 번 정도 정기 오프라인 모임을 했습니다.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70명이 참석했는데, 카페를 통으로 하나 빌려서 맥주고 마시고 노래방에도 갔죠. 그런 활동을 몇 년 간 하다 보니 온라인 소통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블로그는 예전의 기자 홈페이지에 비해 관리하기가 편하다고 한다. 예전의 <조선일보> 기자 홈페이지에서는 게시판에 회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회원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얼굴 붉히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블로그는 관리자만이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이동진은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서 만나는 사람 중에 아직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로 아이디로 소통했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알 필요는 없는 것이죠. 나이, 직업 등의 정보들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6년간 만남을 지속하고 있죠.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라서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알게 됐다면 나이 묻고, 직업 묻게 되고.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겠죠."그가 관리하는 사이트는 두 개다. 완전히 사적인 공간인 블로그가 있고 네이버와 계약을 맺은 영화풍경 사이트가 있다. 영화풍경 사이트는 일이지만 사적인 블로그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재미'이다. 소통하는 '재미'에 대해 언급한 이동진은 자신만의 원칙을 얘기한다.
"메일은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답장을 일일이 못하지만 블로그의 안부 게시판에 남는 글은 답글을 꼭 단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출장 다녀오는 것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꼭 답글을 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블로그를 방문하는데 그 사람들 모두와 동등하고 소통합니다. 특정한 사람하고만 소통할 수는 없지요.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소통해오면서 얻은 노하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