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롯데 시절 플래툰 시스템에 희생되었던 이승엽
지바 롯데 마린스 공식 홈페이지
플래툰 시스템의 실패 사례플래툰 시스템은 물론 단기적으로 볼 때는 긍정적이다. 매 순간 변하는 야구에서 좌완 투수가 나오면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좌타자 보다는 우타자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런 용병술을 통해 몇몇 경기를 이긴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에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좌완 투수에 상대적으로 약한 좌타자들은 그걸 극복해야 더 훌륭한 타자가 될 수 있다. 좌완 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좌타자는 반쪽짜리 선수 밖에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 성장을 고려한다면 좌완 투수가 나오더라도 좌타자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번번히 좌완 투수가 나올 때마다 기회를 박탈한다면 좌완 투수에 대한 적응력은 평생 가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한 출장이 이어지지 못할 경우 경기 감각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것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좌타자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이 존재해왔다. 2004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한 이승엽은 국내 최고 타자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밸런타인 감독이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그에게 전 경기 출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그의 명성에는 부족한 성적을 거두고 만다.
물론 적응기를 감안하면 모든 걸 플래툰 시스템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의 재능을 감안할 때(특히 이승엽 선수는 국내무대에서 좌완 투수에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밸런타인의 고집은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후 그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여준 하라 감독의 배려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를 볼 때 대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승엽 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였던 최희섭도 대표적으로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 사례이다. 2004년 LA 다저스로 이적한 최희섭은 모처럼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플래툰 시스템을 추구하는 트레이시 감독의 전술 하에 들쭉날쭉한 출장을 하게 된다. 물론다른 요인도 작용하였지만 그것이 최희섭의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인이 되었고 아쉽게도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하였음에도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