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충섭
새벽 6시 30분, 3월이지만 눈이 내리기도 했던 쌀쌀한 새벽 공기를 헤치며 신입사원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여느 교육 때 같으면 구보나 국민체조를 했겠지만, 이번 신입사원들의 아침 운동은 색다르다. 다름 아닌 '복싱'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부터 P 그룹사 신입사원교육 진행을 맡은 내게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신입사원들의 아침운동으로 구보가 아닌 복싱을 가르치겠다고 자청했기 때문이다.
겨울철 아침의 어두운 도로를 달리자면 교통 통제도 해야 하고 살얼음이 있어서 미끄러질 염려도 있으니, 구보 대신 복싱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일단 허락을 받긴 했다. 하지만 과연 200명이 넘는 인원을 혼자서 통제해가며 효과적으로 복싱 훈련이 진행될 수 있을지, 괜히 나선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잠을 설쳤다.
신입사원들에게 복싱을 가르친다... 성공할까?새벽 6시부터 연수원 복도가 시끌시끌하더니 건물 앞 광장으로 신입사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안 나오면 벌점이 부여되니까 사실 나오기는 할 테지만, 마지못해 나와서 주먹 쥐는 시늉만 하려는 기미가 보인다면 원래대로 구보를 하리라는 마음도 먹었다.
구보가 아닌 복싱 수업을 하는 목적과 앞으로의 훈련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으로 첫 시간을 열었다. 마이크가 없어서 뒤편 인원들에겐 잘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복싱에는 살기 위해 맨 주먹으로 싸워야만 했던 인간 본연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리 없는 동작으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난 그저 내가 믿는 확신과 열정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가르쳤다.
교육 첫날부터 눈이 내리고 땅이 어는 등, 날이 예상보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인재개발원 원내에서 간단한 구보로 몸을 푸는 것으로 워밍업을 하자'는 교육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뛰느니 차라리 복싱이 낫겠다고 하던 교육생들이, 복싱을 위해서 뛰자고 하는 것으로 보아 첫날 복싱 수업의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복싱 훈련이 거듭될수록 이전의 구보와는 달리 사원들은 그간 배워온 잽과 원투 동작을 섞어가며 신나게 달렸다. 쌀쌀한 새벽기운도 이들의 열정과 패기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복싱 에어로빅'으로 시작하는 복싱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