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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달라도 둥근 '공'에는 강한 집안이죠

김준환 원광대 야구감독 가족 이야기

07.01.01 18:49최종업데이트07.01.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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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환 감독과 가족(시계 반대방향으로 김준환감독, 딸 김상희 프로, 동생 김형돈 사장, 조카 김범식 프로)

ⓒ 오세림
하늘이 주신 스포츠 감각으로 프로야구에서 한 세대를 풍미하고, 이어 2세들이 다시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가족이 있다.

구랍 25일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 '스포츠 가족'이 모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족이 모인 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김준환(51) 원광대 야구 감독이 눈에 띈다. 곁에는 김 감독의 동생 김형돈(45) 번영로 사장이 앉아 있고, 건너편에는 이들 형제의 2세들이 있다.

이들의 2세들은 다름 아닌 내년 KPGA 풀시드를 확보해 아마최강에서 프로 정상을 노리는 김범식(21·성균관대 3학년·김형돈 사장의 아들) 프로골퍼와 KLPGA에서 꾸준히 상위권 플레이를 펼치는 김상희(24·김준환 감독의 딸) 프로골퍼.

또 이날 가족모임에는 김 감독 형제 부부와 2세 프로골퍼들과 함께 김 감독의 부친 김천회(前 전주소방서장·76)옹과 모친 소분례(76) 여사도 함께 했으니, 3대가 함께 자리했다.

추억속의 프로야구 스타, 김준환 감독

@BRI@프로야구 선수 '김준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옛날 '김성한-김봉연-김준환'으로 이어지는 해태타이거즈의 막강 타선 '황금트리오'를 떠올릴 것이다. 준수한 외모와 더불어 우직하고 듬직한 모습에 열광하던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화려했던 전북의 고교 야구사를 알고 있다면 김 감독의 명성은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2년 7월 19일 동대문 야구장에서는 제26회 황금사자기 쟁탈 전국지구별 초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렸고, 부산고를 상대로 한 이날 경기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쓴 주인공이 바로 김 감독이다.

8회까지 1-4로 패색이 짙던 군산상고는 9회말에서 선두타자 김우근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후속 타선이 만루를 만들었고, 김일권이 밀어내기로 1점을 추가해 역전의 발판을 만든 뒤 양기탁의 2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운명처럼 타석에는 김준환 감독이 들어섰고, 이날 김 감독의 좌전안타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2000명 관중 앞에서 군산상고를 '역전의 명수'로 만들었다.

이후 실업팀을 거쳐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해태에서 왕년의 군산상고 주역들과 다시 뭉쳐 해태 불패의 신화를 만드는 데 핵심 주역이 됐다. 이후 해태코치를 거쳐 쌍방울 레이더스로 자리 옮겨 감독까지 맡았지만 모기업의 부도로 김 감독은 2001년 프로야구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2003년 프로야구 감독 출신으로는 드물게 원광대 야구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크기는 달라도 둥근 '공'에는 강한 집안

김준환 감독의 형제는 육남매(3남 3녀)로 김 감독은 둘째이면서 장남이다. 넷째인 김형돈 번영로 사장은 해성고 재학 시절까지 축구를 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형인 김 감독의 적극적인 만류로 중도에 그만뒀다.

김 감독은 "나는 공부를 못했고, 동생은 공부를 잘했다"면서 "당시에는 운동도 힘들지만 장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데다 선배들로부터 매일 맞아야 하는 고통을 보기 싫어서 그만두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김 감독은 야구에 동생 김 사장은 축구에 재능이 있었다. 이들의 스포츠적 재능은 자녀들에게도 이어져 김상희 프로와 김범식 프로가 내년 KLPGA와 KPGA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더구나 이들 두 골프프로는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쳐 아마골프 시절 두각을 보였던 강타자들이다.

여기에 김 감독의 누님 김태오씨의 아들 장용(30)씨도 쌍방울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다가 김 감독의 권유로 골프로 길을 바꿔 현재 세미프로로 맹활약하고 있다. 골프공에서 야구공, 축구공까지. 크기는 다르지만 저마다 둥근 '공'에는 유달리 강한 집안 내력이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 본인은 프로야구에서 은퇴한 뒤 원광대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2년 정도 전주골프백화점을 경영하면서 골프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원광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부터 골프채를 손에서 놓았다.

"프로야구 감독 출신이 아마야구 지도자로 나서서 무언가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김 감독이 밝힌 이유다.

"황금 돼지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준환 원광대 야구감독

▲ 추억속의 프로야구 스타인 김준환 원광대 야구감독
ⓒ오세림
"팬과 독자 여러분, 황금 돼지해를 맞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전히 멋진 외모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김준환 감독(사진).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에 비하면 배가 좀 살짝 나왔다.

"야구팀 30명 선수의 학부형들을 하루에 한 명씩만 만나도 한 달 내내 만나는 셈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배가 나오게 된다"는 김 감독은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정도 등산을 하고, 7시에 샤워를 한다.

현역 시절에는 억척스럽게 마시던 술도 이제는 소주 1병이 김 감독의 주량이다. "나이 탓에 술이 줄었다"는 김 감독이지만 건강을 위해 담배도 끊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돈 많으면 뭐해요. 몸이 튼튼한 게 최고야"라면서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김 감독이다. 이처럼 건강에 신경을 쓰는 이유에 대해 "선수 시절에는 아내가 신경을 써줬는데, 이제는 딸만 따라다니니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이유 있는 건강유지 비결(?)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김 감독이 바라는 새해 소망도 "딸이 LPGA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과 가족들이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것"이란다. 더불어 지난해 KLPGA 투어 개막경기에서 첫날 선두로 나서면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김상희 프로가 "아버지는 제 경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원망을 한 것에 대해 김 감독은 "늘 스케줄이 달라 딸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별로 없을 정도지만 항상 우승을 고대하고 있다"는 말로 딸에 대한 미안함을 슬쩍 나타냈다.

이어 김 감독은 "팬들이 보내주셨던 사랑과 성원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면서 "황금 돼지해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큰 절을 대신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1-01 18:4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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