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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영웅담, 탐나는 캐릭터

초능력 가족의 영웅 이야기 <인크레더블>

04.12.31 12:23최종업데이트04.12.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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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같은 힘이여 솟아라' 머나먼 우주의 별나라 뉴텍사스. 어린 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만화 중 우주 보안관 장고의 주제가다. 초능력을 가진 우주 보안관 장고는 곰같은 힘으로 우주의 악당들을 물리쳤다.

ⓒ 디즈니
후에 소머즈를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표범처럼 빠른 발은 물론 몇 만리 떨어진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엄청난 청각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어떤 초능력이 가장 멋지고 강한 것인지 한동안 고민했던 우스운 기억도 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 가족에겐 이런 염려가 없다. 온갖 초능력을 골고루 나눠 갖춘 완벽한 초능력 집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초능력을 가진 수퍼 히어로다. 그의 몸매는 일반인의 몇 배가 넘을 만큼 비대하다. 울퉁불퉁 비정상적으로 솟아오른 근육은 그의 초능력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초능력을 통해 곰같이 강한 힘을 얻는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 사람을 던져 벽을 뚫는 것은 기본, 두 손으로 철로를 움직일 수 도 있다. 사소한 손짓, 터치 하나로도 철을 구부릴 수 있는 완력의 사나이인 것이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이미지는 보편적으로 강한 남성, 아버지의 이미지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한 가정의 아빠로 아내와 자식뿐 아니라 온 국민을 보호하는 전형적인 영웅의 캐릭터다.

인크레더블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엘라스티 걸 여사. 그녀는 팔 다리가 원하는 만큼 쭉쭉 늘어나는 초능력을 가졌다. 초능력 가족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엘라스티 걸 여사는 팔 다리를 쭈욱 쭉 뻗어서 남편과 아이들을 보호한다. 모성애를 가장 잘 표현한 엘라스티 여사의 이 능력은 보는 동안 줄곧 웃음이 나올 정도로 코믹한 캐릭터지만 가장 갖고 싶은 유혹적인 능력이기도 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큰 딸 바이올렛 파는 부끄럼 많은 소녀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숨어 버리고 싶은 그녀의 수줍은 마음은 초능력으로 표현된다. 바이올렛은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투명막을 설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사물들 주위에 투명막을 쳐서 사라질 수 있게 하는 능력 역시 다분히 매력적이다.

ⓒ 디즈니
아들 대쉬 파는 장난꾸러기의 이미지가 그대로 살아있다. 부모님 말도 안 듣고 불평 불만 많은 말썽꾸러기다. 아들은 잽싸게 빨리 달릴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곤경에 처하면 무조건 달려서 도망치는 날쌘돌이다. 물 위에서도 빠지지 않고 날쌔게 달리는 장면은 최고로 코믹하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곤경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 수퍼 히어로였다. 그러나 영화는 영웅이 과연 항상 유익한 존재인가에 대해 조심스레 의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영웅이라고 해서 항상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영웅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소수의 피해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웅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던 초반의 신선한 시도와는 달리 영화는 결국 전형적인 영웅담으로 방향을 돌린다. 영웅은 항상 정의롭고 착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착착 손발을 맞추어 악당을 무찌르는 것이다.

<인크레더블>의 경우엔 그것이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묶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인물이 악당이 되어 나타나고 인크레더블 가족은 그를 처치하고 온 국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운다는 내용이다.

ⓒ 디즈니
틀에 박힌 스토리. 눈에 훤히 그려지는 해피엔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는 건 애니메이션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의 힘 때문이다.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었던 픽사는 <인크레더블>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실사 영화보다도 더 실감나는 캐릭터들과 배경은 실로 놀라울 뿐이다.

기존에 물고기나 장난감 등 인간이 아닌 캐릭터들을 만들어왔던 픽사는 <인크레더블>에서 생동감 넘치는 인간 캐릭터들을 개발하고 성격에 맞는 초능력으로 포장시켜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각각의 성격에 맞추어 표현된 캐릭터들도 못생기고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귀엽다. 하나하나 정말 탐이 나는 캐릭터들이다.

스토리 구성에서 전형적인 영웅담을 넘어서지 못한 단점을 제외하면 <인크레더블>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멋진 영화다. 인크레더블!! 믿을 수 없는 재미가 이 영화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2004-12-31 16:0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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