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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력 끌어낼 이벤트 필요”

[인터뷰]박세형 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

04.12.30 11:02최종업데이트04.12.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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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형 감독은 SICAF 아트디렉터, 만화애니메이션학회 회장(전임), 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 포스터 1953', '메리 크리스마스' '유틸리티 파이터' 등 꾸준히 작품을 내놓고 있는 연출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실험성이 강해 흥행성이나 부가상품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그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성과에 급급하기보다 비상업적이고 실험적 페스티벌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케팅에 치우치면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최근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 작품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그게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감독님이 작품을 맡은 '더 포스터 1953', '메리 크리스마스' '유틸리티 파이터' 등 작품들이 관객과 매출이라는 측면에서 흥행 성적은 어떠했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러한 독립단편 제작의 경우, 매출과 흥행 기대조차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말씀하신 저의 작품은 모두 지방자치단체나 콘진(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같은 유관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것이고, 그나마 이의 응모와 선정 절차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또 유틸리티파이터는 완구 제작사 '손오공'이란 회사의 일방적 지원으로 SICAF의 행사 프로모션 시리즈로 SBS에서 방영된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흥행이라기보다 최초의 대학 만화 애니메이션 전공자들의 손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이룬 저예산 애니메이션 영화의 의미부여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영화의 경우 최근 엄청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이렇게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내수시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시장은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듯합니다.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고 보시는지요.
"현 상황에서 특히 애니메이션의 내수 시장 전망은 매우 어둡습니다. 모든 IT분야와 콘텐츠에서 국가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애니메이션의 내수 시장 성공작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는 수준에도 내수 시장의 탄탄함이 형성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관련 시스템의 결함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한 위기가 예견된다는 것인데 그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예술과 과학 등 우수인력으로 이루어진 학교나 연구소 같은 기초와 실험적 집단이 취약합니다. 회사가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결국 우수인력이 관련 분야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업계 자체의 문제도 있고 국가적 문화 산업 전략에 있어서 큰 문제는 애니메이션의 해석과 이 분야가 갖는 콘텐츠 분야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만화 영화가 아니고 비사실적 동영상 연출의 모든 것입니다. 사실 미래 영상 콘텐츠 기술의 핵입니다. 다가오는 글로벌 시대에 인종과 국가 문화의 경계를 넘고 우리가 어렵게 이룩한 IT의 성과, 초고속 인터넷망과 모바일의 강점 같은 것을 계속 이어갈 핵심 산업입니다.

예를 들어 핸드폰보다 핸드폰 안의 그래픽 소프트 웨어 때문에 한국 핸드폰을 사는 미래를 창조하는데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게임, 팬시, 캐릭터 등은 애니메이션과 이를 구현하는 디지털 기술 및 문화 저력 축적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좁은 분야 이익 추구와 공무원 성향의 고질적 단기 성과추구 근성이 이러한 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영화사의 성과가 곧 애니메이션 분야의 전체성과는 아닌 것입니다.

최고 기술의 일본 애니메이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이노센스'를 보는 현 젊은 세대에게 10년전 '미래소년 코난' 정도 수준의 작품밖에 안 되는 국가적 권위의 상을 준다고 해서 한국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오히려 비상업적이고 실험적 페스티벌 등을 장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국제 문화 역량과 조기 교류하고 모든 한국의 관련자가 애니에 관한 국가 문화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수 젊은 인력이 이 분야에 인생을 걸만한 이벤트와 성과를 억지로라도 마련해 줄 장소와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3D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입체영화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경우는 주로 애니메이션 전문가보다 공학 전문가가 외국 소프트의 기능에 의지해서 하는 경우와 관련 산업에 밝은 비즈니스맨이 단기적으로 아티스트를 모집해서 진행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기술 축적이라기보다 외국 소프트와 하드의 수입선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픽과 스토리 등은 재미없으면서 마케팅의 효과만 강조하는 것은 결국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박 감독님이 만든 작품들은 모두 TV용 단편들입니다. 극장과 TV외에 대전엑스포, 64빌딩, 제주 중림랜드 등 놀이동산이나 유원지에서 애니메이션이 간간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상영할 수 있는 수요가 많다고 보시는지요.

"개별적 소규모 업체에 의한 유통 배급은 있으나 영화의 유통 배급망 같은 대규모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간관계 중심이 아니면 힘들고 관·산·학 협동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이 공급되는 방법은 극장, TV, 만화영화상영관(대전코엑스, 제주 중림단지 등), 수출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 내수 부문에 대해서 여쭤보고자 합니다. '내친구 드래곤'은 TV시리즈로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V외에 기타 상영관 등에서 방영된 적이 있는지요. 그리고 한편에서 '애니메이션전용관'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통망의 부재 때문에라도 애니메이션 전용관 문제는 오히려 매우 시급한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현재의 애니메이션 센터나 앞으로 세워질 디지털 미디어시티에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V를 보더라도 국내 애니메이션보다는 외국 애니메이션이 훨씬 많습니다. 만화영화상영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보는데, 이게 국내 작품의 질이 낮고 수량이 적어서 그렇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는 기획업무를 등한시하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관행(문제가 생기기전에는 대비하지 않음)과 방송 유통(창작 투자를 절대 하지 않는)의 구조적 문제이고 앞으로 총량제 실시에 따라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감시체계조차 없는 상황에선 이것이 바로 질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작품을 상영하는데 있어서(배급까지 포함) 가장 크게 느낀 벽은 무엇입니까.
"스스로의 복지 혜택만 주장하여 오히려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고 콘텐츠 산업의 뿌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근시안적인 관련 전문가입니다."
2004-12-30 11:0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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