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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단 두 단장,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부천 SK 강성길 단장과 인천 유나이티드 FC 안종복 단장

04.12.30 00:02최종업데이트04.12.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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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복 단장
ⓒ 인천 유나이티드FC
"새내기팀 사상 초유의 후반기 리그 4위의 영광, 모두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덕분입니다."

인천 유나이티드FC 안종복 단장이 29일 저녁 문학월드컵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송년의 밤 행사에서 한 말이다.

안종복 단장은 팀이 전반기리그에서는 최하위에 머물러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냈지만 컵 대회에서는 8위, 후반기리그에서는 당당히 4위에 올라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베르너 로란트 초대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는 바람에 후반기리그 일정을 추스르기 힘들었지만 장외룡 감독대행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위업을 이뤄냈다는 말을 덧붙이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2004년 세 번째 시민구단으로 닻을 올린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월 초순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민주를 공모한 결과 4만3천여건을 청약받았고, GM 대우, 대덕 건설, 푸마 코리아 등 인천 유나이티드를 후원한 스폰서들이 무려 320억원의 광고 효과를 올렸다고 밝혀 다른 프로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물론,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없지만 인천 구단은 그 고마움을 주주와 경기장을 찾아준 인천 시민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돌렸다. 선수석에 앉아 이런 칭찬을 듣고 있는 선수들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반면에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프로축구단인 부천 SK는 27일 구단 송년 행사에서 내뱉은 강성길 단장의 말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크나큰 원성을 듣고 있다. "홍보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하면서 "여론이 일면 축구단을 해체하는 것이 좋다"는 그룹의 입장을 밝힌 강성길 단장의 ‘망언’에 대해 축구팬들이 많이 찾는 '사커 월드(www.soccer4u.co.kr)'에는 이를 규탄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 사이트의 'Rheinmetall'이라는 아이디를 쓴 사람은 게시판의 글을 통해 "강성길은 자폭하라!", "소버린은 SK를 해체하라!"라며 성토했는데, 많은 팬들이 축구단 차원을 넘어 그룹 자체에 대한 반감도 노골적으로 쏟아놓고 있다.

더구나 강성길 단장이 발언했던 그 송년회는 정규리그에서 바닥을 헤맸던 부천이 FA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자축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기에 축구팬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032 더비'(지역번호가 032로 같은 인천과 부천팀의 시합)라는 말이 K-리그 역사 속에 묻히게 될 지도 모른다. 기업 구단과 시민 구단이라는 면에서 기본적으로 두 구단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많겠지만 두 단장의 세밑 발언은 너무나도 크게 달랐다.
2004-12-30 09: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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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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