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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 뛰어난 재미, 그러나…

재미과 감격을 하나로 엮어내지 못한 아쉬움

04.12.29 21:59최종업데이트04.12.3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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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울의 움직이는 성>
ⓒ 대원C&A
거장이란 이름과 전작의 성공은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큰 무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 둘을 모두 가진 몇 안 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건 기대는 무척이나 큰 것이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재미로만 놓고 보면 단연 손꼽힐 만한 작품이다. 물론 전작들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하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비해 그 재미가 조금은 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반전, 환경보호 등의 메시지가 너무나 거대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와 재미의 강도가 약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영화 내내 재미라는 요소하나는 놓치지 않고 있다. 위트 넘치는 대사와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은 전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또한 전작에서도 볼 수 있는 개성미 넘치는 캐릭터 또한 재미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전작에 비해 호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작에 비해 재미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전작에 비해 감동이 떨어진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그만큼 거대하게 다가오는 감동은 전작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진다.

물론 반전, 환경보호 등의 늘 이야기 하던 주제는 분명 실려 있다. 그것은 영화의 도입에서 부터 알 수 있다. 소피가 살고 있는 마을 가운데를 지나는 기차는 엄청난 매연을 뿜으며 달린다. 하늘에는 늘 군함이 떠다닌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 하울은 늘 군함에 맞서 싸운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 별의 호수에서 여는 오찬이나 이사한 후 하울이 소피에게 선물은 꽃밭은 관객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재미를 떠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요소는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러한 요소를 하나의 줄기를 가진 나무로 완벽하게 엮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작품인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에서 볼 수 있는 동양적 이미지를 강조한 큰 스케일의 작품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마녀배달부 키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같은 과거작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 결과 점점 성장하는 세계관과 작품성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은 실망감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차기작의 기대는 더욱 크게 만든다. 과거의 동화 같은 이야기와 즐거움. 그리고 메시지. 게다가 최근작에서 볼 수 있는 하야오만의 세계관과 아이디어들. 이것이 제대로 어우러진 작품에 대한 기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기에 가능하다.
2004-12-30 08:4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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