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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미완의 대기'인가?

[프로야구]2004 엄정욱, 이정호 그들이 궁금해진다

03.12.31 15:08최종업데이트03.12.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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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 강속구는 더 없는 장점이다. 하물며 150Km의 이상의 볼을 뿌려대는 경우라면 그건 절대 무기나 다름이 없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140Km 후반의 공만 들어와도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정욱(SK), 이정호(삼성)는 150Km의 이상을 공을 가지고도 마운드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지나치게 제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엄정욱, 이정호 스피드만 국내 최고

엄정욱은 지난 4월 27일 인천 한화전에서 무려 158Km를 찍은 적이 있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국내 마운드에서는 최고 기록이다.(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투수 스피드를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전 기록 역시 엄정욱의 156Km가 최고) 야구팬들은 그의 기록이 찍힌 스피드건 앞에 흥분했고 SK 구단은 그를 미래의 에이스로 만들겠다며 엄정욱 플랜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엄정욱은 2군을 들락거리며 올 시즌을 다 보냈다. 유일한 의미라면 올 시즌 1승이 지난 2000년 데뷔 이후의 첫 승이라는 점이었다. 16경기에 출전했으니 많이 던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선발로도 4차례 출전, 나름대로 기회도 가졌다. 결과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물음표를 떼내기에는 여전히 못 미더운 모습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지난 2001년 당시 고졸 역대 최고계약금(5천∼3천만원)을 받고 화려하게 데뷔한 이정호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활약을 못하고 있다. 엄정욱의 경우 고교 당시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정호는 고교 시절에도 150Km의 공을 뿌려대며 청소년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었다. 우승의 주역이었던 지난 99 세계청소년대회 후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제의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 들어와 이정호는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저 공만 빨랐지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삼성에서는 매년 초 이정호를 미래의 에이스로 집중 육성하겠다며 플랜을 밝히지만 정작 시즌 중에는 그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볼 스피드와 아마 때의 명성만으로는 제 5선발 정도는 기대가 됐지만 현 기량으로는 중간 계투로도 믿음이 안가기 때문이다.

결국 엄정욱, 이정호 모두 현재로서는 확실한 1군 투수로서도 쉽게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제구력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엄정욱은 152~153Km의 볼을 던지면서 공을 땅바닥에 내치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이정호는 2군 무대에서도 1승이 쉽지 않은데다 방어율은 무려 7∼8점대를 넘나들고 있다.

제구력 난조, 최종적 해결책은 자신감

두 투수 모두 이 같은 제구력 난조의 가장 큰 원인은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을 놓는 지점이 매번 달라지니 보니 당연히 원하는 곳에 볼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그리고 투구 이후 공의 초속과 종속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사실 150Km의 공만으로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종속이 떨어지면 같은 스피드라도 그 위력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볼끝과 관련돼 있다. 즉 초속과 종속이 별 차이가 없으면 145km 안밖의 투수와 볼끝이 나쁜 150km 투수의 위력은 타자에게 있어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이는 흔히 구속이 떨어지는 투수들이 보완책으로 볼 끝을 살리려 애쓰는 이유이지만 엄정욱, 이정호의 경우 제구가 되면 볼끝이 쳐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어 어느 하나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엄정욱, 이정호에게 가장 시급한 건 역시 자신감이다. 불펜과 마운드 위에서 격이 다른 현재의 모습은 그들을 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이기에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데뷔 3년이 넘도록 처음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젊음, 경험이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2004 시즌이면 이정호는 데뷔 4년 차, 엄정욱은 데뷔 5년을 맞게 된다. 이제는 '미완의 대기' 꼬리표를 떼고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때이다. 다행히도 여건은 그들에게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이정호는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렬이 코치로 부임하며 팀의 간판투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엄정욱은 올 시즌 기복이 심하기는 했지만 벤치에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내 프로야구는 그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완봉, 완투를 보기가 너무 어려워진 현 시점에서 어쩌면 젊은 두 투수에게 확실한 에이스로의 성장을 바라는 지도 모른다. 그건 분명 엄정욱, 이정호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과연 내년 시즌 엄정욱, 이정호는 그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까? 150 이외의 것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기를 바라본다.
2003-12-31 17:5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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