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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가 기대보다 성적 저조한 이유

02.01.03 14:48최종업데이트02.01.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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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시작하기 전부터 하도 매스컴들이 호들갑을 떨어서 한 한달은 지나야 부담 없이 입장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3 주가 되지 않아서 다른 영화들에게 밀리는군요. 스크린 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기대도 했지만 어떤 점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책이 세계적인 대형 베스트셀러라서 어필하는 콘텐츠가 있겠거니 했고, 일반 학교에선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학교가 그려진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지요.

두 시간 반 동안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관객이 빨리 줄어드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듯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1) 영화를 보다가 보면 미국적인 것과 영국적인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영국적인 정서에는 기본적으로 계급의식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집안이 어쩌고 하는 것이라든가, 최소한 모양새 만이라 하더라도 권위의 상징 같은 인물이 하나 둘 등장한다던가, 피가 다르다든가 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이란 것을 은근히 강조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사람들이 자기네 정서에는 잘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그런 것에 주눅이 드는 것입니다. 원작가의 요구 조건을 고스란히 수용했다는 영화 제작에 관련된 뒷얘기가 그렇습니다. 미국도 이제는 200년 역사를 가진 국가이며, 세계를 주름잡는 슈퍼 파워 임에도 문화적으로는 왠지 영국에는 한 수 아래라는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줄거리가 너무 작위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동화책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더군요. 아이들 동화니까 줄거리야 아무러면 어떠랴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요새 아이들 워낙 영악해서 줄거리가 조금만 느슨하면 금방 흥미를 잃고 지루해 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인지 능력이 조금만 발달하면 동화책 보다는 소설, 소설 보다는 역사책을 좋아하게 되거든요. 판타지 류라고 해서 박진감이 떨어지거나 앞뒤 이야기에 일관성과 연계성이 탄탄하지 못하고 느슨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3) 메시지도 좀 약해 보이더군요. 기껏해야 학급별 점수 대항의 역전승(그것도 뭐 그다지 설득력이 약해 보이지만) 정도가 피날레라고 해야 하는데, 우정, 용기, 지혜를 강조하더군요. 일찍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미소년과 미소녀의 깜찍한 모습과 대사 정도가 그만큼 인기를 끌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역시 미국과 영국이라는 두개의 경제권이 가지는 문화적 역학 관계를 감안하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서 미국 시장은 전세계 시장의 30퍼센트 정도를 먹고 들어갑니다. 미국은 하나의 거대한 유통시장을 형성하고 소비지가 됩니다. 모든 상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려야 된다는 뜻이 됩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상품은 전세계 시장에 기본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보증수표를 달게 됩니다. 최소한 우리 시장에서도 30 퍼센트 정도가 예측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잘 맞으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잘 안 되어도 최소한 10퍼센트 정도는 보장이 된다는 뜻이 됩니다.

소설 해리포터의 성공은 미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세계 시장으로 파급되었고, 이 쉬우면서도 약간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배경 설정의 콘텐츠는 공전의 히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소설로서는 효과적인 세팅이 영화로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텍스트가 만들어주는 상상의 나래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 같군요.
2002-01-03 15: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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