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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코렐리 대위의 만돌린'

[박스오피스 리포트] '아메리칸 파이 2' 2주 연속 1위

01.08.21 10:17최종업데이트01.08.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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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 불 3개국이 합작한 영화 '코렐리 대위의 만돌린(Captain Corelli's Mandolin, 이하 코렐리 대위)'은 3편의 영화 '지중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리고 '진주만'을 떠올리게 한다. 전반부는 '지중해'의 낙천주의가 흐르고, 후반부에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의 참상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중간에 전혀 감흥이 와 닿지 않는 '진주만'의 삼각 관계가 놓여진다. 무엇보다 영화는 10년 전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 '지중해'의 설정(이탈리아 점령군과 그리스 섬 주민들의 동화)과 맞닿아있다. '지중해'는 "모든 도피자들에게 바친다"는 자막으로 끝맺는다. 그 말처럼 1941년 그리스 해안을 순찰하던 8명의 이탈리아 군인들은 한 섬에 표류, 3년간 일상에서 벗어난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 그중 일부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섬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관객들을 이탈리아식 낙천주의에 흠뻑 빠지게 했다. 그러나 10년만에 빚어낸 '지중해'의 변주곡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줘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세팔로니아섬의 펠라지아(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길 소망하는 순박한 처녀. 아버지는 딸이 외지(外地)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하리라는 신념을 갖지만, 펠라지아는 어부 만드라스(크리스챤 베일 분)와 장래를 기약하고 만다. 그러나 2차대전이 남유럽으로 확산되고, 펠라지아는 약혼자가 독일에 맞서 싸우기 위해 알바니아 전선으로 간 동안 섬에서 이탈리아 군인들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펠라지아는 총대신 만돌린을 멘 포병대위 안토니오 코렐리(니콜라스 케이지 분)와 사랑에 빠진다. 점령군 장교 코렐리는 전황보다는 오페라에 심취해 있다. 섬에 머물고 있는 독일군 장교가 '하일 히틀러' 거수경례를 해와도 '하일 푸치니'라고 넉살좋게 응답한다. 방아쇠를 당겨야 할 손은 만돌린 연주에 더 어울려 보인다. 그의 부하들도 지휘관을 닮아서인지 군인이라기보다는 오페라 배우처럼 행동한다. 전쟁의 현실 속에도 코렐리 대위의 낙천적인 가치관은 펠라지아의 예민한 감수성과 충돌을 빚지만, 이내 곧 이들은 사랑에 빠진다. (코렐리 대위는 '사랑한다'는 감정 표현 한 번 제대로 안하고도 만돌린 연주만으로도 펠라지아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한다) 전쟁 내내 마을 주민들과 노닥거린 점령군은 정작 종전 무렵이 되어서야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시험받게 된다. 이 시점에서 '코렐리 대위'는 전반부에 흐르는 '지중해'의 낙천주의를 지켜내지 못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전쟁의 참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방향을 급하게 바꾼다. 이탈리아군이 연합군에 항복하고 섬을 철수하려고 하자 전쟁을 계속하던 독일군이 섬에 나타나 이탈리아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이들을 포로로 억류하려고 한다. 독일군의 속셈을 눈치챈 코렐리 대위 부대가 항전하지만, 곧 진압 당하고 즉결 처형에 직면한다. 이 혼란의 와중에 펠레지아는 고향으로 돌아와 게릴라 부대를 인솔하는 마드라스와 만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영화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코렐리 대위와 펠라지아의 관계는 '진주만'에서와 같은 억지 설정을 느끼게 한다. '잉글리시 페이션트'에 버금가는 걸작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지금은 탐 크루즈로 '교통 정리'가 되었지만, 한때 나돌았던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넬로페 크루즈의 염문설은 캐릭터들의 연기만 놓고 볼 때는 영화 홍보를 위한 오도된 선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국내 개봉시 '...이후 최대의 전쟁 로망', '사랑과 전쟁의 스펙터클' 식의 카피가 사용될 영화가 이 정도로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힘들 것 같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미국인들의 자막을 싫어하는 심리에 편승한 제작사의 무리수다. 영화 설정상 영어권 국가 출신이 중심 캐릭터를 맡고 있지 않다. 그러나 '코렐리 대위'는 북미 흥행을 고려, 이탈리아 장교역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는 물론, 그리스계의 주요 캐릭터들을 영국 배우들인 존 허트, 크리스챤 베일에게 맡겼다. 심지어 스페인계인 페넬로페 크루즈는 스페인 액센트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리스 처녀로 전락해버렸고, 덕분에 1940년대의 그리스는 바벨탑이 붕괴되기 전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민족들의 전시장이 되어버렸다. 엉성한 연기와 설정에 대한 비판속에도 지중해의 유려한 풍경을 담은 촬영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촬영에 대한 상찬은 영화에 대한 평가에서 부차적인 부분이 아닐까? '코렐리 대위'는 이번 주 710만 달러의 수입으로 6위에 그쳤다. 이번 주 214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청춘 코미디 '아메리칸 파이 2'는 '진주만' 이후 근 석달만에 처음으로 2주 연속 1위를 지키는 첫 번째 영화가 됐고, 지난 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디 어더스'는 가장 적은 낙폭인 23.3%에 그쳐 1080만 달러로 4위를 유지했다. 다음은 이번 주 박스 오피스 순위. ( )는 지난 주 순위, +는 데뷔작. 1. ``American Pie 2,'' $21.4 million. 2. ``Rush Hour 2,'' $19.2 million. 3. ``Rat Race,'' $11.8 million. 4. ``The Others,'' $10.8 million. 5. ``The Princess Diaries,'' $9.5 million. 6. ``Captain Corelli's Mandolin,'' $7.1 million. 7. ``Planet of the Apes,'' $6.9 million. 8. ``American Outlaws,'' $4.8 million. 9. ``Jurassic Park 3,'' $4.3 million. 10. ``Legally Blonde,'' $2.6 million.

덧붙이는 글 여름 시즌이 저물어가니 갈수록 볼만한 영화들이 줄어드는군요. '지옥의 묵시록 결정판'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대를 걸었던 한두 편의 영화도 실망만을 안겨주는 한 주였군요.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영화보다 저예산의 소품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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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의 <박스 오피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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