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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작 성룡영화 '편견과 오해'

[박스오피스 리포트] '러시 아워2' 1위 데뷔.

01.08.06 17:12최종업데이트01.08.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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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에 동양인이 주연, 아니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소룡의 '용쟁호투(Enter the Dragon)'가 개봉된 후 20여년이 채 안돼 많은 중국계 배우,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그 중심에는 성룡이 있었다.1981년 할리우드 데뷔작 '캐논볼(Cannonball Run)'이 흥행에 실패한 지 20년만에 '러시 아워2'를 들고 돌아온 성룡의 모습은 사뭇 당당하다. 1편과 마찬가지로 크리스 터커의 캐릭터인 떠버리 경관 제임스 카터와 공연하는 '버디 무비'지만, 영화의 중심 인물은 어디까지나 성룡이 분한 리 형사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홍콩 주재 미국 대사관에 폭발물이 전달돼 두 명의 통역관이 목숨을 잃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마침 휴가를 얻어 홍콩에 온 카터는 리가 사건 수사를 맡게 됨에 따라 엉겁결에 사건에 휘말린다. 리와 카터는 전편처럼 티격태격 싸우다가 미국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3년전 선보인 '러시 아워'는 아시아 관객들에게만 익숙했던 성룡을 할리우드 주류로 띄우는 도약대 역할을 했다. 96년 7월 '성룡의 홍번구(Rumble in the Bronx)'가 홍콩 영화로는 처음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지만, 제작비의 대부분을 골든 하베스트에서 댈 정도로 할리우드는 40줄에 들어선 이 노회한 액션 배우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그러나 '홍번구'에 이어 '러시 아워'로 연이어 흥행력을 인정받은 성룡은 '러시 아워2'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1500만 달러+러닝 개런티'를 보장받았다. 탐 행스와 짐 캐리가 '그린 마일'과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에 각각 출연할 때 2천만 달러를 받았으니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스티브 맥퀸의 단선적인 액션 연기나 무표정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중화기 총격신에 익숙했던 북미 관객들에게 성룡의 무술 연기는 아기자기한 액션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액션 연기가 항상 잔인하게 보여야 하는가'하는 의문에서 출발, 고안해낸 '코믹 액션'은 분명 성룡의 전매 특허다. 문제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대표주자인 성룡이 출연하는 영화가 코믹 액션이나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를 단순재생산하는 데 그친다면, 다른 아시아계 배우들이 입지를 넓히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러시 아워2'는 성격이 다른 두 형사가 파트너가 돼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작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편에서 LA 경찰 카터는 홍콩에서 온 리에 대해 보통의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가졌었다. 무뚝뚝하고, 영어에 서툴고, 특히나 카터 같은 흑인들이 보기에 음악에 잼병인 아시아인 말이다. (영화속에서는 물론 실제 촬영 과정에도 그랬었다!) 리와 카터는 에드윈 스타의 70년대 넘버인 'War'에 맞춰 춤을 추고, 중국식당에서 함께 갱단에 맞서 싸우면서 이질감을 극복해간다. 전혀 다른 성격의 이들을 엮어준 것은 둘 다 순직한 경찰관을 아버지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2편의 카터는 1편에 비해 아시아인들에 대해 진일보한 시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리의 액션 신이 안나올 때는 불가피하게 카터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그가 웃기려고 하는 대목들은 엉터리 중국어를 내뱉을 때와 카터의 영어를 홍콩인들이 못 알아듣는 상황과 맞물린다.영화 초반부 리와 카터는 삼합회가 운영하는 클럽에 들어간다. 한 남자가 브로큰 잉글리쉬로 마이클 잭슨의 'Don't Stop Till You Get Enough'를 망쳐놓자 카터가 무대에 올라 날렵한 안무와 함께 노래를 멋들어지게 뽑아낸다. 클럽의 접대부들은 카터를 둘러싸고 춤을 추고, 갱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이 클럽에서 폭파사건 용의자인 후 리(장쯔이 분)를 놓친 다음날 리는 카터를 마사지 팔러로 데리고 간다.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성적 환상을 가진 카터가 한무더기의 여성들을 택해 마사지를 받는 과정은 섹스 관광에 굶주린 풋내기 미군 병사를 보는 것 같다. (PG-13 판정을 받은 영화는 이 장면을 부드럽게 처리하지만, 카터가 홍콩을 방문한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한다.)또 다른 장면에서, 홍콩의 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던 카터는 재래 시장에 이르게 된다. 한 닭집에 이르러 주인에게 말을 걸자 가게 주인은 그 자리에서 생닭을 꺼내 닭의 목을 치려고 한다. (이 대목 역시 '흑인이 치킨을 좋아한다'는 편견에 기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카터가 아니라며 손을 내젓고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영어를 못하는 가게 주인은 연신 닭의 목을 치려고 한다. 다음 장면은 생닭을 들고 거리를 헤매는 카터의 모습으로 이어진다.이같은 장면은 주인공들이 홍콩을 떠날 때까지 계속된다. 적어도 주인공이 아시아인이라면 다른 아시아인들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해석이 이뤄질 듯한데 영화는 오히려 1편보다 아시아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증폭시킨다. 대다수의 백인 관객들은 평소 가져온 아시아인들의 이미지에 기대어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겠지만,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화하는 위치에 선 아시아인들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대목들이다. 이같은 편견의 유포는 중국계는 물론 한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인들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이것은 분명 감독 브렛 래프너의 책임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1,2편의 중간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을 감독하기도 했던 래프너는 분명 돈이 되는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지만, 미국의 중산층 백인이 보는 세계관에서 벗어날 노력은 없는 것 같다. 벌써부터 그가 메가폰을 쥐게 될 '하니발 렉터 시리즈'의 리메이크 1탄 '레드 드래건'의 연출 방향이 우려될 정도다.성룡의 '러시 아워'는 미국에서 1억4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유독 아시아에서는 너무 미국적이라는 이유로 흥행이 부진했다. 2편에서 영화의 주무대는 성룡의 고향 홍콩으로 옮겨졌지만, 역시 너무나 미국적으로 해석된 홍콩의 모습을 고향 사람들이 그다지 반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출이 휘청이는 가운데 조연급 중국 배우들도 사장된 느낌. 1987년 '마지막 황제'의 타이틀 롤로 주목을 받은 후 찬밥 신세가 됐던 존 론이 삼합회 중간보스인 리키 탠 역으로, 탠의 부하 후 리 역에는 '와호장룡'의 장쯔이가 캐스팅됐다. 그러나 이들 둘은 원래 악하고 약게 살려는 인물이라는 밋밋한 해석을 넘어서지 못한다. 1,2편의 반복되는 플롯을 보니 3편에서도 변변한 악역 연기자는 등장하지 않고, 성룡의 서커스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혹, 영화사가 3편에서는 성룡에게 메가폰을 넘기지는 않을까? 올해 47세가 된 할리우드 신인배우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한꺼번에 펼치기에는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북미 3118개의 극장에서 개봉된 '러시 아워2'는 8월 첫째 주말 668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혹성탈출'을 2위로 끌어내렸다. 7월 셋째 주의 쥬라기 공원3(5077만 달러), 지난 주 '혹성탈출'(6800만달러)과 이번 주의 '러시 아워2'까지 3주 연속 1위작이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은 북미 흥행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같은 여름 시즌 후반기의 흥행 호조는 '진주만', '툼레이더', 'A.I'의 실망스런 흥행 기록을 상쇄, 전반적으로 작품들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올 여름 흥행을 예년 수준 이상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10대의 신데렐라 코미디 '프린세스 다이어리(The Princess Diaries)'는 예상을 뛰어넘는 232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3위에 안착했다. 반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안젤리나 졸리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서스펜스 스릴러물 '원죄(Original Sin)'는 640만 달러의 수입으로 6위에 그쳤다. 다음은 이번 주 박스 오피스 순위. ( )는 지난 주 순위, +는 데뷔작.1 (+) Rush Hour 2 ........................ $66.8 million 2 (1) Planet of the Apes ................. $28.5 million 3 (+) The Princess Diaries ............... $23.2 million 4 (2) Jurassic Park III .................. $12.1 million 5 (3) America's Sweethearts .............. $ 8.4 million 6 (+) Original Sin ....................... $ 6.4 million 7 (4) Legally Blonde ..................... $ 6.1 million 8 (5) The Score .......................... $ 5.0 million 9 (7) Cats & Dogs ........................ $ 2.3 million 10(6) Dr. Dolittle 2 ..................... $ 2.1 million

덧붙이는 글 어떤 분은 제 글의 성향이 반미 애국적이라고 하시고, 또 다른 분은 할리우드 쓰레기 찬양론자라고 하셨습니다.

제 글을 계속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어느 쪽에도 치우쳐있지 않습니다. 물론 상기와 같은 알맹이 없는 혹평에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구요. 그저 갈 길을 가며 깨달음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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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의 <박스 오피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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