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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린 '슈렉'

<박스 오피스 리포트> 5월 셋째주

01.05.21 12:15최종업데이트01.05.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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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디즈니사에 몸담았던 제프리 카젠버그가 제작한 드림웍스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슈렉(Shrek)'이 4210만 달러의 수입으로 5월 셋째주 북미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슈렉'의 성공으로 73년 역사를 자랑하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아성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슈렉'은 작년 '글래디에이터'가 작성한 드림웍스사의 최고 개봉 흥행 기록(3480만 달러)을 가뿐히 뛰어넘음은 물론, 월트 디즈니사의 '라이언 킹'의 흥행 기록(4090만 달러)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슈렉보다 높은 개봉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1999년 11월 개봉된 월트 디즈니의 '토이 스토리 2'(5740만 달러)뿐이다. '슈렉'의 성공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막강한 자본력도 한몫 했다. 설립 이래 줄줄이 흥행작을 내놓아 영화 제작 및 배급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드림웍스사는 '슈렉'을 위해 무려 3587개의 개봉관을 잡았다. 이는 작년 3653개의 개봉관에서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2' 이후 최다 개봉관 수. '슈렉'은 다음주 1위 데뷔가 확실시되는 '진주만'의 개봉에도 불구, 개봉관을 더욱 늘리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월트 디즈니가 자신의 영화사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을 설립한 것이 1928년. 디즈니 생전에는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백설공주', '피노키오', '메리 포핀스' 등의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설립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월트 디즈니는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언 킹'(1994) 등을 잇달아 성공시켜 '만화왕국'을 건설했다. 물론, 여기에 1984년 디즈니에 입사, 10년후 마이클 아이스너 현 회장과의 파워게임에 밀려 드림웍스를 만들게 된 제프리 카젠버그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만화왕국'이라는 찬사는 단순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자사가 창출해낸 수많은 캐릭터들의 인기에 힘입어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시장을 '독점'해왔다. 1990년대 들어 워너브라더스, 20세기 폭스 등이 디즈니를 비집고 애니메이션 시장에 파고들고자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이들 영화사 작품들의 완성도가 디즈니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는 측면도 있었지만, 디즈니의 적극적인 방해 공작이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 한 예로, 1997년 11월 개봉된 20세기 폭스사의 기대작 '아나스타샤'는 느닷없는 '인어공주'의 재개봉으로 타격을 입어 제작비를 약간 넘기는 흥행 수입에 만족해야 했다.1997년 4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워너브라더스의 '아이언 자이언트(Iron Giant)'는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지만, 2300만 달러 남짓의 적은 수입에 만족해야 했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관객들이 사랑할 만한 작품은 어김없이 디즈니사의 '재 뿌리기'가 시도된 것.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들은 타사의 전철과 달리 대부분의 작품들이 성공적이었지만, 디즈니의 아성을 깨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일례로, 98년 가을 개봉된 드림웍스의 성인취향 컴퓨터 애니메이션 '개미 Z(Antz)'는 월트 디즈니의 '벅스 라이프'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슈렉'은 아동들에게 어필할 만한 모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디즈니판 동화들에 익숙한 청소년과 어른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흔치 않은 영화이다. '슈렉'의 과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비틀기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압도한다.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우아한 음악이 깔리며 '멋진 왕자가 어여쁜 공주를 괴물로부터 구해내고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용의 동화책을 슈렉의 목소리(마이크 마이어스)로 읽어준다. 슈렉이 동화책을 읽고 있는 장소는 화장실. 상투적인 동화 내용에 슈렉은 투덜거리며 동화책을 북 찢는다. 찢어진 종이로 슈렉이 무엇을 했을까?(^^) 화장실을 나온 슈렉은 요상한 모양의 귀에 푸른 피부, 큼직한 머리를 가진 도깨비. 진흙으로 목욕을 하고, 아무 곳에서나 방귀와 트림을 하는 볼썽 사나운 도깨비 슈렉은 그러나 나름대로 '화려한 싱글'을 즐기는 모습이다. 스매쉬 마우스의 경쾌한 락 넘버 'All Star'와 함께 등장한 주인공의 모습에 관객들은 '슈렉'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고, 영화는 유머스런 터치로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이런 슈렉의 보금자리로 영주인 파쿼드경(존 리츠고우)의 탄압을 피해 피노키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아기돼지 삼형제 등등 동화 속의 캐릭터들이 몰려온다. 사생활을 침해받은 슈렉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파쿼드를 찾아가고, 공주와 결혼해서 왕위에 오르려는 파쿼드는 슈렉에게 불을 뿜는 용의 성에 갇힌 피오나 공주(캐머런 디아즈)를 구해오도록 명한다. 슈렉은 말하는 당나귀(에디 머피)와 함께 길을 떠나고, 피오나 공주를 구출해낸다. '영화를 빛내는 꽃'으로 밋밋하게 그려지던 공주 캐릭터는 피오나에 의해 여지없이 깨진다. 피오나는 반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이면서 반은 '와호장룡'의 장지이처럼 날렵한 무술을 자랑하는 '엽기녀'다. '매트릭스'의 유명한 공중 정지 장면을 패러디해서 산적들을 때려눕히기 까지 한다. 피오나의 엽기 행각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피오나의 노래를 따라하던 새가 고음을 소화못하고 풍선처럼 터지고, 잠시 후 고아가 된 둥지의 알들을 피오나가 계란 후라이로 만드는 장면은 고개를 절레 흔들게 만든다. 슈렉과 피오나가 두꺼비와 뱀을 불어 풍선을 만드는 장면은 만화영화가 주는 무한한 상상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느낌.영화는 도깨비 영웅과 어여쁜 공주라는 언밸런스를 깨는, 설득력 있는 결론을 맞는다. 그러나, '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권선징악 구도를 비트는 데는 성공해도 헐리우드 영화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 자체를 깨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디즈니사에서 수년간 내공을 닦은 제프리 카젠버그의 한계가 아닐까? 그럼에도 '괴물 영웅과 추녀 공주, 유머러스한 당나귀와 여성스런 용의 결합'이라는 마무리는 디즈니에 비해 한발 앞서나간 성과로 추켜올릴 만하다. 세 주인공에 비해 변방으로 밀려난 듯한 파쿼드가 실은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회장을 패러디했다는 소문과 디즈니랜드와 흡사한 파쿼드의 성, 주인공이 오갈 데 없는 동화 속 주인공들을 대변한다는 설정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듯 싶다.'슈렉'이 20일 폐막된 제54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지만, 상을 받지 못한 사실은 흥행 1위 낭보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을 비껴나갔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올라선 것은 1953년 디즈니의 '피터팬' 이후 48년만의 일로, 작품의 완성도를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셈. 2주간 흥행 1위를 지켜온 '미이라 2'는 2050만 달러의 흥행 수입으로 2위로 밀려났으나 3주간 1억46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전편의 흥행 기록(1억5520만 달러)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북미 흥행의 성공에 이어 '미이라2'는 해외에서도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이라2'는 한국에서는 6월 16일에야 개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제니퍼 로페스가 정체불명의 남자의 도움을 받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경찰관으로 나오는 워너브러더스의 멜로물 '에인젤 아이즈'는 5월 개봉된 영화들의 위세에 눌려 950만 달러의 부진한 수입을 올리며 4위에 머물렀다.각 5,6위에 올라 있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얼롱 케임 어 스파이더'는 봄 개봉작들의 퇴조에도 불구, 탑 10 영화들 중 가장 적은 흥행 감소 속에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다음은 이번 주 박스 오피스 순위. ( )은 지난 주 순위, +는 데뷔작.1 (+) Shrek ........................... $42.1 million 2 (1) The Mummy Returns ............... $20.5 million 3 (2) A Knight's Tale ................. $10.7 million 4 (+) Angel Eyes ......... ............ $ 9.5 million 5 (3) Bridget Jones's Diary ........... $ 3.8 million 6 (4) Along Came A Spider ............. $ 2.5 million 7 (5) Driven .......................... $ 1.9 million 8 (8) Blow ............................ $ 1.35 million 9 (6) Spy Kids......................... $ 1.3 million 10(9) Memento ......................... $ 1.29 million

덧붙이는 글 여름 흥행작들은 되도록 모두 감상할 계획이었는데, '에인젤 아이즈'에 대한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서 '슈렉'을 선택했습니다. 대만족이었고, 한국에 개봉되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물린 분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듯 싶군요.

다음 주에는 정말로 보고싶던 영화 '진주만'이 개봉되는군요. 영화를 보는 대로 자세한 영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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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의 <박스 오피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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