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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삼보의 부진...그리고 해법

01.01.03 06:20최종업데이트01.01.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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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원주 삼보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연패를 밥먹듯이 하며 현재성적 9위에 처져 있다. 승률은 고작 3할대. 연패왕국 동양이 없었더라면 치욕의 꼴찌를 경쟁자 없이 거뜬히 차지했을 성적이다.

삼보의 부진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원년의 부실했던(?) 창단 멤버로도 상위권을 차지했던 삼보는 이후 프로농구에서 꾸준히 제 성적을 내는 팀이었다. 게다가 현재 삼보의 스타팅은 다른 팀에 비교해 특별히 떨어지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호화멤버라 할 수 있을 정도.

팀을 컨트롤하는 리딩가드엔 민완 신기성이, 슈팅가드에 천재 허재가, 스몰포드엔 꾸준한 성장을 하는 양경민이, 파워포드엔 백색전차 와센버그가, 센터에 조던이 뛴다.

신기성은 몇 안 되게 바스켓을 이해하는 영리한 선수다. 허재는 말이 필요 없는 선수, 양경민은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득점을 노리는 포워드로 최종규 감독이 대놓고 지원하는 선수다. 와센버그는 백색전차, 하얀 맥도웰이라는 별명답게 골밑을 유린하는 파워포드로 백인답지 않은 파괴력을 가진 삼보의 주득점원이다. 모리스 조던은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골밑을 사수하는 버팀목이다. 여기에 신종석, 정경호 등의 백업도 특별히 다른 팀에 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7연패중이다.

신기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 신기한 일은 바로 와센버그의 존재다. 와센버그는 작년 기아에서 뛰며 평균 30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올리던 선수였다. 그런데도 기아는 올시즌에 그를 방출했다. 지금은 삼보의 선수고, 삼보에서도 물론 30점에 가까운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삼보의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졌을까?

눈에 보이는 약점도 물론 많다. 먼저 허재 선수. 천재도 장중한 세월을 거스를 순 없는 일이다. 잘될 땐 소나기 슛을 퍼붓지만, 막히고 지치기 시작하면 두 자리수 득점은 언감생심이다. 양경민도 최종규 감독의 부담이다. 안 들어가도 좋으니 슛을 부담없이 쏘라고 주문하지만 양경민은 너무 신중하다. 잘 들어갈 때는 무섭지만 몇번 슛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노마크일 때조차 슛던지기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바로 문제의 와센버그다.

와센버그는 2라운드 현재 평균 24.21로 득점 순위 7위, 스틸 2위, 어시스트 7위, 리바운드 11위(조던9위) 등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아가 왜 이런 보석을 버렸을까? 그리고 와센버그는 왜 팀을 위기에서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농구는 대개 5포인트 안팍으로 승부가 결정나고, 게다가 대개의 승부는 4쿼터 말에나 가서야 판가름이 난다. 그런데 와센버그는 이 중요한 승부처에 약하다. 25점의 평균득점을 올리지만 그는 득점의 대부분을 전반에 올린다. 10개 구단이 4쿼터 승부처의 득점을, 용병에게 상당히 의지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와센버그는 그 부분에 있어 벤치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볼 핸들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의 플레이를 잘 보면 파워풀한 플레이에 매료되지만 마치 볼을 바스켓에 막무가내로 얹어 놓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컨트롤이 안 좋기 때문에 턴오버가 많고, 거친 슛은 위기에서 득점능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결국 4쿼터에 득점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기아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그에겐 악재가 한 가지 더 있다. 기아에는 김영만이라는 꾸준한 포인트 게터가 있다. 작년까지 부상으로 신음하며 출장이 들쭉날쭉했지만 김영만이 나오는 경기는 와센버그의 부담이 한결 적었다. 그렇지만 삼보에서는 이와 다르다. 양경민이라는 포인트 게터가 있지만 양경민은 꾸준하질 못하다. 4쿼터만 되면 와센버그만 쳐다보는 꼴이 되는 것이다.

삼보가 사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신기성은 할 만큼 하고 있다. 허재가 잘해 준다면 좋지만 그의 널뛰는 성적을 신용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출장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허재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만일 있을지도 모를 6강 플레이오프전에서 그의 플레이를 깎아먹는 일이 될 것이다. 모리스 조던은 믿음직하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은 없는 선수다.

실력 이상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 즉 잠재력을 가진 선수는 양경민뿐이다. 와센버그는 그 별명처럼 맥도웰 같은 - 한국에서 성공한 용병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득점에서 그의 부담을 양경민이 조금만 나눠 진다면 삼보가 연패를 달고 다닐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종규 감독의 주문처럼 안 들어 가도 좋으니까 쏴야 한다. 슛을 쏘지 않는 스몰포드는 코트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가 슛을 한다는 것은 득점 여하를 떠나서 와센버그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된다.

팀과 와센버그가 사는 일, 그리고 양경민 자신이 사는 일, 바로 슛을 쏘는 것이다. 그의자리-스몰포드-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2001-01-03 06:2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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