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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다

00.10.07 17:17최종업데이트00.10.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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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레슬러>에 암표상

개막작 <레슬러>의 야외 상영장에 암표상이 출몰해 화제. 상영장 주변에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표 사이소”라는 암표상의 호객행위가 똑똑히 들렸다. 개막식 분위기를 즐기려고 인도영화를 암표 주고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레슬러>는 11일 상영분도 매진된 상태다. 그간 부산영화제에서 인도영화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지만 <레슬러>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이 알려지면서 영화제 최대 화제작으로 부상.

김동호 위원장 다큐멘터리 제작

개막식 시작 30분전 행사장에 놓인 이동식 의자까지 하나하나 손수 점검하던 김동호 위원장에게 모 방송국에서 밀착취재를 요청. 언론의 취재 경쟁으로 행사 진행에 불편함을 느낀 자원 봉사자가 취재를 막았지만 김동호 위원장은 손을 내저으며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방송국 기자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손수 챙기는 김동호 위원장의 노력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최고 인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인중 단연 관객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공동경비구역JSA>의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일반 관객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해외 영화인들과 정계 인사들이 입장한 개막식 초반 분위기는 <리베라메>의 차승원, <춘향뎐>의 이효정, 조승우 등 국내 영화 배우들이 속속 입장하며 달아올랐다.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호성을 지른 대상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행사장 중앙을 통해 걸어 들어온 송강호였다. 박찬욱 감독도 관객의 환영을 받으며 엉거주춤 입장했다. 개막식에 모인 관객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송강호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분위기.

모두 웃게 만든 폭죽

개막식 열기가 무르익을 즈음 매표소는 어서 빨리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관객과 자원 봉사자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에서 온 애인과 함께 부산을 찾은 김아무개씨는 구매한 표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짜증. 서로 언성이 높아지려는 순간 이날 개막식 행사에 모인 관객들의 이목을 순식간에 집중시킨 폭죽이 하늘에서 장관을 이루자 김씨와 매표소 자원봉사자 모두 하늘을 열심히 쳐다봤고 금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에게 사과.

자봉들의 너스레

원래 대영 시네마 상영관 팀이었으나 개회식 행사에 지원 나온 안효정씨와 박경화 씨는 초보 자원봉사자.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두 사람은 영화 상영이 시작하자 비로소 한 숨 돌렸다. 98학번인 박경화 씨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매년 부산영화제를 만끽한 끝에 올해‘자봉의 바다’로 기꺼이 뛰어든 열혈‘씨네걸’이며 00학번인 안효정씨는 수능을 마친 후 읽은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100가지 일들>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설레는 자원봉사의 길에 들어섰단다. 그 가르침이란 바로 ‘극장안내’. 극장안내 일을 통해 공짜로 똑같은 영화를 질릴 때까지 되풀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돌발상황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 두 사람은 자원봉사의 매력 1위로 ‘이미 매진된 영화, 공짜로 보기’를 꼽았다. 그러나 자원봉사 연수 기간부터 이어져 온 ‘네버 스탑 뒤풀이’ 로 주머니가 이미 적자가 난 상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제의 정치인들

영화제 관계자들은 개막선언을 하는 부산 시장의 손이 양복 상의의 오른 쪽 주머니로 들어 가느냐 또는 왼쪽 주머니로 들어 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어느 쪽 주머니에 들어 있는 개막선언문을 읽느냐에 따라 영화제측과 합의된 내용의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기 때문. 영화제측에서는 안상영 부산시장이 이번 부산영화제 개막 선언문을 약속했던 포켓에서 꺼낼 것으로 믿었다. 거기에는 담백한 내용의 선언문만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안 시장은 기대를 저버리고 다른 원고를 꺼내 들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정계 인사들 .."운운의 글귀가 적혀 있는 연설문. 영화제 관계자들이 세계 그 어떤 영화제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호명하거나 에스코트하는 경우가 없다는 얘기를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부산시에서의 반응은 일관된 것이었다. "거기는 거기고.."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회창 총재는 국내 영화 행사에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대통령 영상 메시지도 문제다. 허구헌날 텔레비전 프라임 뉴스에 얼굴이 나오면 됐지 매년 영화제에까지 화면을 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세련된 문화적 취향으로 읽히지 않는다. 부산영화제뿐만이 아니다. 부천과 전주국제영화제든 김대중대통령은 국내의 온갖 영화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한번도 영화제에 참석한 적이 없다. 대통령선거 전에 유세겸 부산영화제에 온 적이 있을 뿐이다. 얼굴을 그렇게 내느니 차라리 일반관객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영화제에 한번쯤 왔다 가는 것이 더 멋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

올해 개막식 행사 역시 부산시장을 포함해 국회의원과 부산시 기관장들이 먼저 입장했다. 올바른 순서는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영화인들이 먼저 들어오는 것. 부산시장 등은 그 다음이거나 아니면 순서에 상관없이 일반 관객들 틈에 끼어 들어 와도 상관이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Film2.0 (www.film2.co.kr)제공

2000-10-07 17:2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Film2.0 (www.film2.co.kr)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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