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
이정민
그렇게 사라져간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쓴 일이 몇 번 있다. 하지만 진짜 수신인은 대부분 망자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생과 사의 경계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얕지 않다. 나는 나의 말이 그들에게 닿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래서 내게 중요한 일은 남은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혹은 상실로 인한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동기를 전달하기 위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미안함이 들었다. 이미 늦었지만 정말로 떠나간 사람을 위해, 오직 그들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을까? 어쩌면 나는 너무 쉽고 편하게 작별을 한 것은 아닐까?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떠난 사람은 위로를 받을까. 지금 그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고민이 절박해지던 찰나에 우연히 머릿속에 떠오른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이효리의 '다이아몬드'다. 이 노래는 그녀의 여섯 번째 앨범 < BLACK >이 정식으로 발매되기 전에 JTBC <뉴스룸>에서 먼저 공개되었고 소소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이효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을 접하고 이 노래의 가사를 썼다고 한다. 또한 비단 죽음이 아니더라도 권력이나 기업에 맞서 싸우다 힘없이 돌아선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는 온전히 떠나가는 사람을 향한다. 작별을 고하는 동시에 위안을 전달한다.
오직 떠나가는 사람을 위한 말'그대여 잘 가시오/ 그동안 고생 많았다오/ 그대여 편히 가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오''지나온 서러웠던 나날들/ 눈물로 모두 씻어 보내고/ 꽃 같던 그때 얼굴 그대로/ 웃으며 떠나가시오''다이아몬드'의 가사를 곱씹으며 나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효리가 참 부러웠다. 아니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서도 그랬다. 그녀가 쓴 가사들은 모두 자신이 아니라 떠나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만들어 낸 이별이 단순히 남겨진 사람의 고통이라면 떠나는 사람의 발길이 가벼울 리가 없다. 그래서 이효리는 노래에서 상대방이 충분히 고생했고 서러운 시간을 보냈기에 편히 떠나고 울어도 된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부러 자신의 슬픔과 아쉬움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자리와 감정을 비우고, 모든 말을 상대방을 보듬기 위해 사용한다. 떠나는 사람을 온전히 배려한다. 명석하고 또한 겸손하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쓸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