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로얄로더'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일개 대학생이 만든 논문 하나에 교수, 그룹 오너 등이 단숨에 매료된다던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만능 슈퍼맨 마냥 그려지는 <로얄로더>의 이야기 설계는 냉정히 말하면 허술하면서 개연성의 부족까지 감지된다. 비범벅이 된 주인공 태오를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1회의 시작 역시 여타 작품에서 자주 목겨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이처럼 단점에 가까운 여러 요소들이 역설적으로 <로얄로더>의 강점으로 전환된다.
예전 같았으면 24~32부작 분량의 TV 시리즈로 나왔을 법하지만 <로얄로더>의 방영 플랫폼은 OTT 아니던가. 12부작의 짧은 구성은 재빠른 이야기 전개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고교 시절부터 대학, 사회 초년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단 2회만에 함축적으로 다뤄지면서 등장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이야기 속으로 구독자들이 단숨이 빨려 들어가는 이 드라마만의 매력으로 부각된다.
tvN <환혼> 시리즈를 거치면서 20대 주연배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이재욱, 다양한 시리즈와 영화 속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악역 연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잘 만들어낸 이준영 등 두 명의 배우는 태오와 인하라는 각기 다른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확실하게 만들어 놓는다. 특히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방향을 잡지만 혜원을 만나면서 조금씩 흔들리는 감정을 드러내는 태오 역을 맡은 이재욱은 전작 대비 한계단 업그레이드 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반면 성공이라는 신분상승이 절실하게 필요한 혜원을 그려내야 할 홍수주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감을 저해한다. 아직 출연작품이 많지 않다는경험 부족은 대사 전달력의 미흡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복잡 미묘한 성격을 담고 있는 혜원을 그저 단편적인 인물로 그려 놓는다.
<로얄로더>는 분명 개운 찮은 뒷맛을 안겨주는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특이한 마성을 발휘한다. 이건 등장 인물의 인생 역전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대리만족의 수단이자 판타지의 구현일지도 모른다. 비록 한계단 위로 올라갈 수록 그에 따른 댓가는 더욱 쓰라린 상처로 다가올테지만 말이다. <로얄로더>로선 일단 흥미진진한 1-2회를 통해 디즈니+ 구독자들의 정주행 시도를 이끌어 낼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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