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MBC 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김재철 헌정콘서트-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에서 그룹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과 베이스 최성원이 '그것만이 내 세상'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유성호
보통 당구장에서 당구를 칠 때 옷소매에 무엇이 묻지 않게 반소매 덮개를 팔에 낀다. 또 손가락에도 쵸크가 묻지 않게 한쪽 손에 손가락 장갑을 끼고 당구를 치게 된다. 그런데 당구가 끝나고 그는 반소매 덮개와 장갑을 그대로 낀 채 당구장을 나와 녹음실로 왔고 한참 후에 녹음실 히터가 너무 세서 겉 외투를 벗고 나서야 "어? 이게 뭐지?" 하며 그 사실을 알게 되어 함께 있던 엔지니어, 연주자들이 한바탕 웃게 되는 즐거움을 가진 적이 있었다.
확실히 그는 음악에만 극도로 민감해지고 그 외 것은 상당히 무딘 체질이었던 것 같다. 음악 외의 크고 작은 세상만사는 그의 신경을 조금이라도 집중시키지 못하는 것 같은 본능적인 그의 음악감성이 부러웠다.
또 어느날은 반대로 음악은 젖혀두고 일상의 온갖 일들에 흥미를 집중하기도 한다. 컴퓨터, 영화, 기계, 외국여행, 등산, 사진 등등. 그러나 이내 재미를 잃어버리고 다시 음악에 몰입되어 한동안 안 보이는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하면 여전히 싱글대는 목소리로 "어~ 인원씨 잘 돼요? 에이 이거 빨리 끝내야지, 신경쓰여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하며 남의 얘기하듯 자신의 신곡 작업에 대하여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그는 확실히 산만한 재미있는 천재다.
어느날 선배의 생일에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모두 모였는데 그가 안 보이는가 싶더니 조금 늦게 창밖에서 털털거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마트에서 동네 배달이나 할 법한 50cc 오토바이에 헬멧까지 쓴 그가 멋있게 내리면서 "하이~!" 한다.
헬멧을 벗어 옆구리에 끼고 멋있게 들어오면서 "와~ 이거 속도감 죽이는데? 인원씨 한번 타볼래요?" 하며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그에게 "에이~ 너무 작아요, 좀 큰 걸로 바꿔요" 하면 그는 정색하며 "큰 거? 뭐하러? 이거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얼마나 편한데, 하나도 안 막혀, 이건 하늘을 나는 양탄자야, 그럴 돈 있으면 유럽 여행이나 한 번 갔다 오겠네" 하며 싱글거린다. 그런 그를 보며 저 사람은 확실히 산만한 천재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후에 그는 들국화의 베이시스트로 '그것만이 내 세상'을 작곡하여 세상에 내놓으며 1980년~1990년대를 살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동시에 꿈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담은 자기실현의 메시지로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큰 음악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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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공연연출가, 기획자로 활동해온 대중 예술가입니다